새해 다짐
새해 다짐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1.01.10 15:07
  • 호수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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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실

 

2021년이 우리 곁으로 왔다. 새로운 해는 맞았건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거리 두기 2.5단계로 5인 이상 모이지 못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예전 같으면 기뻐야 할 사흘의 연휴는 갑갑함으로 다가왔다. ‘감옥에 가면 이런 기분일까?’라고 생각될 정도다. 요양병원에 계시는 부모님 얼굴을 일 년 가까이 못 보게 되고, 예배도 비대면 예배요, 모임도 중단해야 하니 막막한 새해맞이다. 갑갑하던 차에 남편이 축령산에 바람도 쐬고 새해 다짐도 할 겸 해서 잠깐 다녀오자 했다. 축령산은 눈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저절로 환희에 찬 탄성이 나왔다. 가지마다 망울망울 눈송이 꽃을 피워내는 눈꽃나무들만이 가득했다. “중국 천문산의 설경이 아름답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예쁠쏘냐?” 하는 감탄을 하면서 올라갔다. 내가 사는 장성의 축령산이 이리도 예쁜 곳이었는데, 가끔은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새해의 다짐을 이리 멋진 곳에서 하게 되다니, 참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한 해는 다른 해에 비해 여러 방송사에서 노래 경연을 많이 했다. 그런 경연으로 코로나19를 이겨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많은 세월을 무명의 설움으로 보낸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무던히도 애썼다. 노래를 사랑하지만, 노래할 공간을 잃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솜씨를 맘껏 발휘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그중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망치는 사람도 있었고, 타 방송에서는 좋은 성적으로 우승했지만, 다른 경연에서는 좋은 점수를 못 받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노래에 그 가수가 몰입하여 미쳐서 부르는 그 순간은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일반인도 헤어나기 힘든 전율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심사위원에게는 혹평을 들었을망정 우리에게 느끼게 해 준 그 전율 때문에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조회 수로 크게 대박 나는 경우도 보았다. 어딘가에 미치는 열정을 어느 누가 따를 수 있단 말인가 싶은 순간이다.

나도 올해는 미친 열정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가족을 사랑함에, 남편을 사랑함에, 이웃을 사랑함에,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에 미치게 몰두해 보는 한해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미친 열정으로 가득 찬 한 해를 상상하면서 특히, 문학 창작반에서 배우기 시작한 글쓰기에도 미치도록 쓰고픈 열정으로 사는 한 해 되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다짐을 마치고 내려오려는 순간, 남편이 손을 내민다. 올라 올 때보다 내려갈 때가 위험하니 손을 잡으라 한다. 가장의 역할로 힘들었던 세월의 흔적이 가득 벤 투박해진 남편의 손을 마다하지 않고 잡았다. 가슴속에 묻어 있는 사랑의 무게만큼 든든한 남편의 손은 따뜻했다. 그 순간 누가 장난친 것도 아닌데 미끄러져 넘어지려 했고, 남편은 손에 힘을 주어 잡아 주었다. 자신의 순발력이 운동신경이 이 정도라고 하면서 넘어지지 않게 잡아 준 것에 대해 애교 섞인 눈짓을 포함한 웃음으로 답했다. 우리의 웃음에 답하는 듯 축령산도, 축령산을 뒤덮은 함박눈도 신이 나서 크게 웃는 듯했다. 이리 크게 웃었으니 코로나19도 물러가고 좋은 일로 가득한 한 해가 되리라 기대하면서 포근한 우리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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