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짓밟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건의
촛불을 짓밟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건의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1.10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면은 왕이 가진 특권으로 왕의 자비로 베풀어 졌기 때문에 은사(恩赦)라고 하였으며, 민주국가에서는 3권분립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어 행정권의 수반인 대통령이 법원에서 선고한 형의 효력을 변경시키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의 사면은 국민이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행해야 하고,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이를 남용하거나 정치적 셈법으로 이용해서도 안된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재벌회장과 정치인들에 대한 3.1절 특사를 검토하자 당시 이낙연의원은 사면이 정치적·정략적 차원으로 남용·오용돼 국민들이 국가사법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면권 남용을 억제할만한 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면권을 제한해야한다사면권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할 때 대법원장의 의견을 구하도록 했으며 확정판결을 받은 후 1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형기의 3분의1을 채우지 않은 사람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특별사면이 불가능한 범죄유형에 헌정질서파괴범죄, 정치자금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법안에 의하면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당분간 사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낙연 민주당대표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사면은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며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말로 이대표의 사면건의는 당분간 없던 일로 마무리하였다.

문재인정부는 이른바 촛불혁명에 의한 박근혜씨의 탄핵에서 비롯되었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씨에게 화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고, 이에 놀란 한나라당 일부 국회의원들도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였으며 마침내 2017310일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탄핵 소추안을 인용하면서 박근혜씨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이로 인해 당초 12월에 치러야 할 대통령선거가 7개월가량 앞당겨진 59일에 치러졌으며 민주당 문재인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박근혜씨의 대법원 판결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론을 운운하는 것은 촛불혁명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문재인 정부의 탄생을 뿌리째 흔드는 쿠데타와 다를 바 없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재판에서 두 분 다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건 사면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박근혜와 이명박을 정치적 박해로 주장하였다.

이명박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재오 전의원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고, 박근혜씨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정현 전의원은 "정권만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거듭 희생물 삼는 정치 쇼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박근혜, 이명박 두 당사자가 상처 입은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았고, 오히려 법정에 출두하지 않거나 끝까지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였다.

그런데 이낙연대표는 국난을 극복하려면 둘로 갈린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그렇게 하자면 정치가 복원되고 다시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자신이 대표 발의한 사면권 제한을 위한 법안 개정안 취지에서 사면이 정치적·정략적 차원으로 남용·오용돼 국민들이 국가사법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은 어디로 갔는가? 정의와 원칙 그리고 추운 겨울날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국민의 염원을 자신의 정치적`정략적 이해관계로 인해 모두 뭉개버리겠다는 말인가? 이낙연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사면건의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부정하고, 민주당에 180석의 국회의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이다.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기후위기에 따른 그린뉴딜 관련법과 중대재해방지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률을 처리하는 것이다. 야당의 반대라는 핑계를 하기에 180석은 너무 크지 않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