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존민비(官尊民卑)는 왜 바뀌지 않는가
관존민비(官尊民卑)는 왜 바뀌지 않는가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0.12.13 21:39
  • 호수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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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 살아가는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시 한 수가 있습니다. 애만 낳으면 군포(軍布)를 올려서 바쳐야하기 때문에, 더 이상 애를 낳지 않기 위해, 사내가 자신의 생식기를 싹둑 잘라버린다는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에 그때의 세상이 보입니다. 산아제한의 의술이나 약품이 전혀 없던 시절의 끔찍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산은 이 시의 전문을 『목민심서』 「병전」의 '첨정' 조항에 넣고는, “그 아내가 잘린 양경을 가지고 군청의 문으로 나가니 피가 아직 뚝뚝 떨어졌다. 울며 호소했으나 문지기가 막아버렸다.”라고 말하며 그런 억울한 사실을 군수에게라도 하소연하고 싶었으나, 문지기에게 가로막혀 군수와 만날 수도 없던 것이 더 서러운 일이라고 한탄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억울함을 당하고 억울하다고 호소라도 할 수 있다면 덜 슬프겠지만, 호소할 대상도 만날 수 없는 경우는 더욱 가슴 아프기 마련입니다.

옛날에 비교하여 민권이 얼마나 상향되었고 백성들의 의견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아직도 관은 높고 민은 낮아 민원을 제기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 오늘의 실정입니다. 백성들이 목민관을 쉽게 대면하고 소통할 방법이 단순해야만 관이 높고 민이 낮은 서러운 현상이 개선될 수 있건만, 일반인과 목민관들과의 대면이나 소통이 어렵기만 하니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자신이 당하는 고통을 호소하려고 관에 들어오는 백성이 부모의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친숙하고, 아랫사람의 뜻이 제대로 통하여 막힘이 없어야 부모와 같은 목민관이라고 칭하게 된다. 마침 식사 중이거나 목욕하는 때라도 문지기가 금하지 못하게 하고, 문지기가 이를 어기면 매를 때려야 한다. 혹 뒷간에 있는 때라면 잠깐 기다리게 한 뒤 만나주어야 한다.” 이사(莅事)라고 말하여 지체 없이 민원인을 만나주고 그와 소통하는 일처럼 중요한 일이 없다고 다산은 말했습니다. 중국의 고사에 ‘삼토포 삼악발(三吐哺 三握髮)’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공(周公)이 백성들과의 소통을 그렇게 잘 했다는 의미인데, 손님이 찾아오면 밥 한 끼 먹는 동안에도 입안에 든 음식물을 세 번이나 뱉으면서까지 세 사람의 민원을 들어주고, 머리 한 번 감는 동안에도 젖은 머리카락을 세 번이나 움켜쥐고 세 손님을 맞았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만큼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즉각즉각 민원인을 만나 처리했다는 상징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요즘의 높은 벼슬아치들 만나서 소통하기야 하늘의 별따기이고, 전화 한 통화하기도 참으로 어렵습니다. 직접 찾아가도 분명히 자리에 있으면서도 비서실에서 부재중이라고 답하고, 전화를 걸어서 바로 연결시키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의당 부재중이거나 다른 민원인과 대면 중이니 전화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식사 중이거나 목욕하다가도 문지기가 막지 못하게 하는 일은 어렵고, 주공처럼 세 번 뱉고 세 번 움켜쥐는 일은 못하더라도 가능한 쉽게 만나주고 전화통화라도 연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관이 높고 민이 낮아서야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이라도 하겠는가요. 오늘의 높은 고관대작이나 목민관들, 낮은 백성들과의 소통을 쉽게 해주는 일이 급선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글쓴이: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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