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콘피누스
호모콘피누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12.13 21:37
  • 호수 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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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개미라는 소설을 발표하여 전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불과 서른 살의 나이에 일약 프랑스의 천재작가로 떠오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호모콘피누스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지혜를 가진 사람이란 뜻의 호모사피엔스가 격리된 인간이란 뜻의 호모콘피누스가 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소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는 알 수 없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놈>으로 밝혀졌다. 사망자는 늘어났고, 식료품 가게와 약국이 약탈당하고 폭동이 이어졌다. 정치집단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정부는 대응 단계를 상향 조정하여 <미래격리 전투 체계>로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원시 동굴에서 벗어나 전 세계 모든 지역에 흩어져 살던 인류가 스마트폰과 컴퓨터, 텔레비전과 통조림, 냉동식품 그리고 전자레인지 등 최소한의 필수품을 가지고 지하철 노선 속에 임시로 만든 조립식 칸막이 안에서 생활하게 된다.

사람들은 아무도 지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고, 의사들의 권유에 따라 우울증을 막기 위해 창문 모양의 스크린으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생필품은 드론을 통해 지하세계로 보급되었고, 위기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날 무렵 모든 인류는 <B1 세계>로 불리는 지하층에서 살고 있다. 일명 박스 하우스로 불리는 집단 거주지는 지하 통로에 따라 철저히 분리되었고,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인류는 이 지하세계에서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며 신인류인 <B1 인류>가 탄생하였다.

그렇게 인류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고, 인간이 없는 자리에 야생동물들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닌다. 스라소니와 불곰이 인적 없는 주택가를 어슬렁거리고,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숲으로 변한 도시공원을 뒤덮었다. 해양의 산성화로 사라졌던 어류들이 다시 돌아오고,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산호초가 띠를 만들었다.

지구 온난화로 줄어들었던 얼음산이 점점 넓어지자 북극곰들이 새끼를 낳아 수를 늘리고, 지구는 숲과 동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지하세계로 격리된 인류는 예전보다 더 행복하거나 불행해지지도 않았다. 인류는 단지 자신들의 진정한 자리가 지표면 위가 아닌 아래라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을 뿐이다. 베르나르의 단편소설 호모콘피누스는 인류가 바이러스의 공격을 피해 지상세계에서 지하세계로 들어가 살게 된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인류가 편리함과 탐욕이라는 덫에 빠져 파괴한 지구 표면에서 인류는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울분으로 퍼지고 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임대하여 장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을 하지 못하면 임대료와 전기세 등 공과금마저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자영업자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과학자들은 물론 병리학자들도 코로나19가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탄소발생으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였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지구를 파괴하고, 탄소 발생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나라는 선진국이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나라는 가난한 나라이다. 가뭄과, 홍수 그리고 흉년으로 인해 굶주리고 질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다.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도 바이러스와 질병이 창궐하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계층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흔히 말해 돈 많은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지 않으면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사망자들이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사례가 속출하지 않는가? 이제 과거와 같은 풍요와 소비로 살아가서는 안 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거나 임금이 줄었다고 대답한 사람이 절반에 이르렀다. 풍요의 시대는 끝났는지 모른다. 더구나 자영업자는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더욱 고달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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