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암 권철신, 천주교 신자 아니었다
녹암 권철신, 천주교 신자 아니었다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0.12.06 22:14
  • 호수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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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월 20일자로 「죽음의 공포도 이겨낸 다산」이라는 ‘풀어쓰는 다산이야기’의 글에서 1801년 신유옥사 이후 18년의 귀양살이 동안은 물론, 1818년 해배되어 시간이 오래 지낼 때까지도 다산을 다시 귀양보내거나 잡아다 죽여야 한다는 상소가 계속 이어졌음을 말한 바 있습니다. 1830년 69세이던 다산을 죽여야 한다는 상소가 있었음을 기록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다산을 미워하고 반대했던 권력자들은 그렇게 끈질기게 다산을 위협해가며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옥죄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굳은 심지의 다산, 그런 불안과 공포에도 끝내 굴하지 않고 그는 학문적 대업을 완성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해배되어 4년이 지난 1822년, 초봄에 다산은 만60세의 회갑을 맞아, 자신의 삶과 학문적 업적을 자신의 기록으로 남기는 「자찬묘지명」 2본을 저술합니다. 묘안에 넣을 묘지명은 간단하게, 문집 안에 넣어 영원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집중본(集中本)은 장문의 글로 태어나서 글을 지을 때까지의 모든 일을 상세히 기록하여, 요약한 자서전의 구실을 하도록 했습니다. 핵심 내용의 하나는 젊은 시절 천주교에 빠져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신해옥사(1791) 이후 마침내 마음을 끊고 천주교와는 결별했다고 명확한 내용으로 설명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공맹학, 즉 수사학(洙泗學) 연구에 몰두하여 4서 6경에 대한 경학 연구로 240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면서 그에 대한 업적을 상세히 설명하여 유학자로서 일생을 마치겠노라는 뜻을 간절하게 표현했습니다. 여기에서 다산은 천주교에 대한 자신의 혐의는 논할 것도 없다고 여기고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는데, 비방과 모함에 걸려들어 무고하게 옥사한 권철신(權哲身: 1736~1801)과 이가환(李家煥: 1742~1801)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들은 결코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음을 밝히기 위해 「녹암 권철신 묘지명」과 「정헌 이가환 묘지명」이라는 역사적인 대문장을 남기고 있습니다. 천하의 역적이라면서 고문으로 목숨이 끊어지자, 시체의 목을 베어 길거리에 버리는 ‘기시(棄市)’라는 악독한 형벌을 당했던 비극을 사실대로 기록한 자료였습니다.

나는 금년 4월 20일자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이 가장 존중했던 학자 권철신의 유적지」라는 글에서, ‘언제쯤 다산의 주장처럼 천주학쟁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다산의 학문을 이끌어 준 대학자 권철신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학자들의 노력을 기다릴 뿐입니다.’라는 애타는 주장을 편 바가 있습니다. 자신의 혐의도 벗지 못해 항상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던 다산, 진실이 밝혀질 아무런 가망도 없는 권철신과 이가환의 누명을 벗기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기록한 다산의 글이 엄존하는데, 이 글을 잘못 해석하여 지금도 천진암의 순교자 묘지에는 권철신의 묘소가 그대로 있으니, 이런 허위의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른바 ‘기해강학(己亥講學: 1779)’의 일도 천주교와는 무관한 것임에 분명하고, 설령 유관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강학은 천진암이 아닌 주어사(走魚寺)에서 있었다고 다산은 밝혔는데, 천진암이 천주교 성지가 된 이유도 알 길이 없습니다. 권철신은 절대로 신자가 아니라는 당시의 목격자이자 제자의 신분이던 다산의 주장은 묵살하고 권철신을 순교자로 우대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요. 천주교 관계자와 학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이 문제만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신자가 아니라고 진술하다가 고문으로 사망한 유학자를 순교자로 여겨서야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다산의 「녹암 권철신 묘지명」을 면밀히 읽어보기를 천주교 측에 권해드립니다.

 

-글쓴이: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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