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 선덕여왕이 있었다
1300년 전 선덕여왕이 있었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11.15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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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보다 더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미 부통령 당선자의 이름이다. 카멀라가 갖고 있는 이민자, 여성, 흑인이라는 세 가지는 미국의 주류사회를 이끌고 있는 백인 남성과 비교되는 매우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56세의 젊은 카멀라는 78세의 바이든 당선자와 국정의 상당 부분에 역할 분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다음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가장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끌게한다.

AP통신은 바이든이 단임할 경우 해리스 당선인이 민주당 차기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뉴욕타임즈에서는 해리스는 미국의 미래 정치를 상징할 얼굴로 여겨지며 역대 어느 부통령 후보보다 유권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선거의 승리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카멀라는 여성 참정권을 기리는 뜻의 하얀 슈트를 입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남아시아 출신 부통령이라는 자신의 상징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인상적인 연설을 남겼다.

카멀라는 내가 이 자리(부통령)에 앉게 된 첫 번째 여성일지는 모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오늘 밤을 지켜보는 모든 소녀가 이곳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으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마거릿 대처 전 영국수상일 것이다. 1979~1990년까지 영국 보수당 당수를 지낸 그녀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한 개혁 정책을 추진하여 영국병을 치유했다는 평을 받았다.

유럽에서 혈통이나 재산, 결혼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강대국의 지도자가 된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정치인이기도 한 대처는 보수적이며 온화하면서도 강경한 성품을 가졌다는 평을 받았다.

현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 정치인 1위는 메르켈 독일 총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2005년부터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15년 가까이 재임하고 있으며 4년 연속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이기도 하였다.

동독 출신으로 독일연방공화국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최초의 동독 출신 총리인 메르켈은 목사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기 전 거듭된 독일사회주의통일당의 입당 요구를 거절하고, 다른 이들을 감시해 보고하라는 슈타지(국가보안부)의 협력 요구도 거절했다. 이런 양심적 행동 덕분에 동독 출신임에도 경력에 전혀 손상을 받지 않고 통일 독일의 정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300년 전 신라의 선덕여왕이 16년 동안 왕으로 재위하며 나라를 다스렸으니 여성 정치의 역사는 아마도 가장 오래되지 않았나 싶다. 신라 27대 왕으로 재위한 덕만은 아버지 진평왕이 아들이 없어 당초엔 사촌인 용수에게 왕위를 계승하게 하려 했으나 덕만의 천성이 맑고 지혜로움을 알고, 덕만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고 한다. 덕만이 왕위에 오른 것은 진평왕의 딸이어서 가능했지만 덕만이 지혜롭고 밝은 성품을 갖지 못했다면 아마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자유와 평등 그리고 평화의 나라 미국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보장된 것은 100년 전인 1920년이었고, 유색인종인 흑인 등에게 완전한 참정권이 법으로 보장된 것은 1965년에 가능했다.

그래서 여성이며 흑인인 아시아계 정치인 해리스의 부통령 당선은 미국이 기회의 땅이며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할 때 연설에서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해리스가 부통령에 당선된 것은 성별과 인종을 떠나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 공정한 과정 그리고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를 이루겠다는 선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더십과 능력 그리고 배려심을 가진 여성들이 더 많이 정치에 입문하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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