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의 색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성의 색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10.18 21:43
  • 호수 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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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들의 공감과 자긍심이 녹아들어야
과나후아도

색채는 나라와 지역마다 다른 문화, 종교, 자연환경 그리고 사상 등의 영향을 받아 고유 색채의 특성을 가진다. 특정한 나라와 지역마다 다른 색을 지역색 또는 풍토색이라고 한다.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지역색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 벽돌 등)의 색, 지역의 기후 풍토에 맞는 재료의 색(더운지방, 추운지방 등) 그리고 그 지역의 환경색에 조화되는 색이 오랜 세월에 걸쳐 저절로 형성된다. 예를 들어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는 흰색과 조화를 이루어 지역색이 된 것과 같다.

특히 유럽의 도시와 마을은 이미 19세기 초에 그 지역의 고유한 재료를 사용하며 지역색을 갖게 되었는데 파리는 갈색과 회색, 런던은 벽돌색, 빈은 연갈색이 그 지역을 상징하는 주조색이 되었다.

이렇듯 지역색이 그 지역을 상징하는 주조색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함께 행정기관의 일관된 정책 그리고 주민들의 공감과 자긍심이 녹아들어야 한다.

장성군이 추진하고 있는 [옐로우시티 장성]이 지역의 색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십 년 동안 건물의 외벽과 육교, 광고물, 택시나 버스, 공공기관은 물론 주민들의 옷과 소품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세계의 여러 도시와 지역에서 색채 이미지로 알려진 도시들을 찾아보고 우리가 배워야할 점들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스페인 카사레스 마을

<흰색의 도시>

흰색의 도시를 대표하는 곳은 그리스 산토리니 섬이다. 에게해의 연안에 흩어져 있는 많은 섬들이 각각 독특한 양식의 건축과 색채를 가지고 있는데 산토리니섬은 다른 섬에 비해 전체적으로 통일된 색채를 갖고 있다.

산토리니의 흰색은 그리스가 외세의 침략을 받을 때 그리스 국기의 흰색 십자가와 같은 색으로 외벽을 칠하고 창틀은 국기의 파랑색으로 칠해 외세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건물색을 흰색과 파랑색으로만 칠하도록 법으로 정했고, 관광 자원의 보호를 위해 주기적으로 건물색을 칠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산토리니의 흰색 외벽은 진한 코발트의 에게해 바다와 잘 어울려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지중해의 코스타 델 솔(스페인 남부 지중해안)에서 20km 정도 내륙으로 들어간 높은 지대에 위치한 카사레스도 흰색 도시로 유명하다. 카사레스는 가장 스페인다운 도시이며 자연과 예술 그리고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8세기부터 600년 동안 지속된 이슬람 문화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이국적인 모습으로 만들었다.

카사레스는 태양만큼이나 밝은 백색과 기와의 주황색으로 두 가지 색이 짙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관광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특히 건물의 형태가 수직과 수평의 반복을 이루며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구릉의 유연한 곡선은 딱딱한 느낌의 수직과 수평을 완화시켜 준다. 또한 곳곳에 핀 원색의 야생화는 단순할 수도 있는 흰색의 단점을 보완해 준다.

스페인 후스카르

<스머프와 파란색의 나라>

스페인의 카사레스가 흰색의 도시로 유명한데 비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후스카르는 파란색 마을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이곳을 주목할만한 것은 대부분 다른 지역의 도시 색채가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이루어진데 비해 영화 홍보를 위해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동화 같은 마을 분위기와 버섯 생산지로 유명한 이유로 인해 2011년 영화 스머프2’의 시사회 장소로 제안받아 마을을 온통 파란색으로 칠했다.

이후로 마을 전체가 파란색의 스머프마을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병원, 시청, 식당, 성당은 물론 공동묘지까지 파란색으로 칠했고, 마을 곳곳에는 스머프 동상과 포토존이 마련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스머프 복장으로 관광객을 안내하고, 스머프를 소재로한 박물관, 음식, 기념품점이 생겼으며 스머프 테마 결혼식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인종차별의 아픔을 품은 파스텔의 도시 보캅>

붉은 광장 러시아 박물관

남아공은 금과 은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많이 매장되어 있어 네덜란드와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으며 보캅은 금광에서 일할 노예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에서 강제로 끌려온 노예들은 금`은의 채굴은 물론 백인의 농장과 집에서 노예로 부려졌다. 보캅은 언덕 위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마을에 사는 노예들의 종교는 대부분 이슬람교였다.

보캅은 남아공 케이프 타운 외곽에 있는 마을로 외벽에 파스텔 톤의 초록, 노랑, 파랑, 핑크색 등의 칠을 한 2, 3층 건물들이 얕은 경사로를 따라 줄지어 있다.

보캅이 언제부터 파스텔 톤으로 칠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마을에 살던 페인트 공들이 남은 페인트를 집 외벽에 칠하면서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만델라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사라지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마을에 다양한 나라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색을 칠했다는 말이 있다.

파스텔 톤의 형형색색의 페인트를 칠해 이색적이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멕시코의 라스 팔미타스는 무지개를 입힌 그림처럼 이목을 끌고 있다. 멕시코 시티 외곽의 가난한 동네였던 라스 팔미타스는 도심으로 일하러 나가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거주지로 한 때 갱단의 조직원이었던 엔리케 고메스가 폭력단체에서 손을 씻고, 벽화 전문가와 아티스트 단체 회원들의 도움으로 1년 동안 2만리터의 페인트를 칠해 화려하게 변신한 곳이다.

색칠이 끝난 뒤 마을 이름도 아름다운 산들바람의 마을로 바꾸었는데 밤에는 외출을 삼가고 이웃끼리 대화도 하지 않던 이 마을이 화려하게 단장 된 뒤에는 주민들이 밝아지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는 정겨운 동네가 되었다고 한다.

멕시코의 과나후아토도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널리 알려진 낭만적인 도시다. 보캅과 라스팔미타스가 작은 마을이라면 과나후아토는 스페인의 식민지 시절인 16세기부터 건설된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 다수 남아 있으며 특히 라 꼼빠냐 성당과 라 발렌시아나 성당과 같은 남아메리카 지역의 걸작 건축물로 꼽힌다.

스페인 점령 당시 세계 은()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였으며 부유한 지주들이 화려한 저택과 바로크 양식의 성당을 건립했으며 교육과 문화 예술도 발전한 도시다. 과나후아토는 원주민어로 개구리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도시를 둘러싼 산맥의 형태가 개구리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알록달록한 색과 아름다운 시가지로 세계의 여행객들이 모이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게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과나후토 대학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재학생이 3만여 명이 이른다.

 

<레닌광장과 티벳 자치구 라싸>

라싸 포탈라궁

러시아의 레닌광장은 다른 말로 붉은 광장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레닌의 묘와 국립역사박물관의 벽이 붉은 벽돌로 쌓아 붉은 광장으로 부르게 되었다. 붉은 광장은 모스크바를 상징하며 붉은색은 사회주의 혁명 정신을 의미하는 색이다.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반드시 둘러봐야 할 코스가 바로 붉은 벽돌로 쌓은 국립박물관이고, 붉은색 건물의 레닌의 묘다. 레닌 광장의 포인트는 붉은색이고, 국립박물관과 레닌의 묘 그리고 크렘린궁의 성벽으로 모스크바의 이미지는 붉은색이 되고도 남는다.

라싸는 티베트의 자치구로 중화인민공화국에 합병되어 아직까지 중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이 끊이지 않는 도시다. 문화혁명 때는 많은 사찰이 파괴되기도 하였으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티베트불교를 믿고 있다. 라싸는 해발 3700미터에 있는 도시로 이곳을 상징하는 건물은 달라이라마가 거주했던 포탈라궁이다.
포탈라궁은 희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룬 건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앞에서 살펴본 지역의 색은 대부분 주변 자연경관의 색과 조화,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의 색, 종교 또는 문화의 영향에 따른 색 등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도시를 상징하는 컬러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주민들이 공감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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