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가 없는 한가위
차례가 없는 한가위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09.27 21:34
  • 호수 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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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도 미사는 계속되었다는 명동성당에서 미사가 중단되었고, `가을에 전국 서원에서 봉향해오던 향사를 하지 못한 이유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오는 추석은 정부 당국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수도권에 거주하는 향우들에게 고향방문을 자제해달라고 권장하고, 명절 때 해오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하지 않는 등 국민들의 이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차례를 모시는 대신 산소에서 성묘와 함께 묘제를 지낸 뒤 음식은 먹지 않는 방식의 새로운 풍습의 추석을 보내겠다고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차례는 원래 차를 올린다는 뜻에서 다례(茶禮)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다례는 궁궐이나 사찰에서 하는 의례로 부르고 정월초하루와 8월 추석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례는 차례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차례에 차를 올리는 풍습은 없으며 정초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을 기본으로 과일과 나물, , 어적과 산적 등을 상에 올리고, 제례를 지낸다. 제례에는 조상의 위폐를 써서 벽에 붙이는데 4대 봉사라고 하여 제주가 되는 장손으로부터 고조부까지만 제례를 하고 그 위 조상은 시제라고 하여 날을 받아 산소에서 한꺼번에 제를 올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통명절은 설과 추석인데 온갖 과일이 익고, 쌀을 수확하여 먹을 것이 풍부한 가을을 특히 큰 명절로 여겼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생길 정도다.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이라는 한자어로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며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중국인들은 추석 무렵을 중추(中秋) 또는 월석(月夕)이라고 불렀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이 두 단어가 하나로 합쳐져 추석이 된 것으로 짐작된다.

추석에는 강강술래와 덕석몰이, 기와밟기 등 다양한 놀이도 즐겼는데 특히 소놀이는 멍석을 쓰고, 소 모양으로 가장하여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즐겁게 놀아주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년 기원놀이로 정월 대보름에도 유사한 놀이가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적 불황도 적지 않아 마이너스 성장 기록을 나타내고, 긴 장마로 인해 수확량이 떨어진 과일은 물론 채소 값도 많이 올랐다.

예년과 같이 풍요에 대해 조상과 천지신명에게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는 추석이 될 수 없게 되었다. 오랜만에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가 만나고, 묵었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실 결혼식마저도 하객의 수를 제한하고 온라인으로 결혼식을 중계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관혼상제 문화가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상가집에서 밤을 세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던 풍습도 거의 사라졌다. 온라인으로 조의금을 보내거나 조문을 가서도 상주와 인사만 나누고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개신교인들로 인해 차례를 지내는 풍습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명절에는 가족 또는 친구들과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수백 년 이상 이어져 오던 우리의 전통과 관습을 한 순간에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도 못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비대면 문화는 4차산업의 발달과 함께 모든 분야에서 일상화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는 추석이나 설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문화도 사라질 것이다. 차례가 없는 명절, 여행도 떠날 수 없는 연휴.

하지만 갑자기 바뀐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세대는 그 누구보다 노년층이다. 전화로 안부를 묻고, 영상으로 손주들의 귀여운 모습이라도 보여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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