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미래의 먹거리 – 문화가 답이다
장성 미래의 먹거리 – 문화가 답이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09.13 21:43
  • 호수 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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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식당이 문 닫는 장성, 문전성시를 이루는 담양. 부정하고 싶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광주에 사는 사람들이 약속없이 친구들과 점심을 먹거나 바람을 쐬러 간다고 할 때 가장 선호하는 곳이 담양이고, 두 번 째는 화순이라고 한다. 장성에는 음식에 대표 메뉴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서일까?

한 음식 컨설턴트의 말에 의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의 음식점의 맛은 거의 평준화되어 있다. 모든 음식점이 대형마트에서 음식 재료를 사고, 양념을 사서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광주에 사는 사람들은 담양이나 화순으로 갈까?

사람들이 휴식이나 힐링 그리고 여행을 갈 때 고려하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거리 접근성은 담양과 장성 그리고 화순에 별 차이가 없다. 맑은 공기와 청정한 자연환경은 어떤가? 축령산과 장성호 수변길, 남창계곡과 백양사 등 자연환경에서도 결코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먹거리 때문일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의 맛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이제 마지막 남은 답은 하나이다. 바로 문화이다. 그것도 그냥 문화가 아니라 복합문화가 갖추어져야 사람들이 찾는다. 장성의 복합문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2회에 걸쳐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옛터민속박물관 체험교육

1. 사립박물관의 현주소 그리고 성공사례

 

<적자에 허덕이는 800개의 사립박물관>

우리나라에는 약 800개의 사립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국사립박물관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사립박물관은 163개이며 이 가운데 사찰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 가장 많다.

박물관의 종류에는 카메라박물관, 귀족호두박물관, 유리박물관, 장신구박물관, 우표박물관, 커피박물관, 자수 박물관 등 다양하며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사립박물관은 개인이 수십 년 동안 사비를 들여 모은 유물이나 골동품 등을 전시하거나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테마를 주제로 설립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커피박물관이나 초콜렛박물관 등은 현대인의 관심과 호기심에 맞게 설립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800여 개의 사립박물관은 대부분 운영조차 어려운 실정이며 적지 않은 사립박물관이 문을 닫고 유물 보관소로 전락해버린 것이 현실이다.

사립박물관협회 이사이며 대전에 옛터민속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영관장은 박물관`미술관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우리나라 사립박물관은 대부분 운영하기 어렵다. 사립중`고등학교처럼, 부지와 교실을 짓고, 시설을 갖추면 교사들의 급여 등은 교육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재로 장성군의 유일한 사립박물관인 백양사 성보박물관은 10년 이상 문을 열지 않고, 닫혀 있는 상태이다. 학예사의 급여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박물관 운영에 장애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립박물관이나 사립미술관의 자생방법은 없을까?

옛터민속박물관 야경 속 꺼지지 않는 모닥불
옛터민속박물관 야경 속 꺼지지 않는 모닥불

 

<대전 옛터 민속박물관에는>

남대전에서 대전천의 발원지인 만인산 쪽으로 가다 보면 하소친환경 산업단지를 지나 [옛터민속박물관]이 있다. 10(35천평)의 부지에 2700(900)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 이 곳에는 장신구, 가구, 도자기(청자, 백자, 분청사기), 토기, 기타 유물과 작품 8만여 점이 소장되어 있으며 수백여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유물은 김재영관장(65)이 평생 수집한 것으로 우리나라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구입한 것들이다. 대전이 고향인 김재영관장은 서울에서 생활하다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1997년 첫 삽을 뜬 뒤 20012월 개관한 [옛터민속박물관]은 대전시 사립박물관 제4호로 지정되었으며 그동안 누적 관람객이 1천만 명이나 되고, 현재 회화전시실과 도자기 전시실을 신축하여 수장고에 있는 소장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박물관이 휴관 중이지만 박물관에 부속시설인 한식당과 레스토랑 그리고 카페는 성업 중이다. 박물관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 체험교육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 그리고 천연염색, 한지공예, 매듭공예 등이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체험행사가 대부분 취소되었다고 한다.

김재영 관장
김재영 관장

<박물관은 돈을 벌 수 없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으로 유출되어가는 우리 문화재를 수집하여 문화독립운동가로 불리는 간송 전형필선생의 수집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은 보물급 불상 2점을 경매시장에 내놓았다. 한 점당 15억에 내놓은 불상은 결국 국립박물관에서 매입하였는데 경매로 내놓은 이유가 상속세와 경영자금 때문이었다고 한다.

국보 11, 보물 24점 그리고 5천여 점의 회화, 도자기 등을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관도 운영이 어렵다는 얘기다. 국립박물관이나 시립박물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라남도에는 국립나주박물관, 국립목포대학교박물관, 순천시립기독교 역사박물관, 순천시립 뿌리깊은 나무박물관 등 국공립 박물관이 있고, 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 등 80여 개의 사립박물관이 있다. 이들 대부분의 사립박물관도 운영이 어렵다. 그런데 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건립하려고 할까?

박물관은 한 국가와 사회의 역사이며 전통이고 정체성을 함축시킨 것이다. 더구나 민속박물관이나 전쟁박물관 등 역사적 의의를 가진 유물이나 기록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역사적 가치를 가진 유물은 소장하는 주체가 국가이든 개인이든 상관없이 반드시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재 또는 문화유물을 나라 밖으로 유출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물도 반드시 국가에 신고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박물관`미술관 관련법은 사립박물관이 존립하기 어렵게 되어 있어서 사립박물관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박물관(미술관)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해야>

옛터민속박물관은 한 곳의 기획전시실과 민속품 전시실 그리고 새로 신축한 회화전시실과 도자기 전시실이 곧 개관을 앞두고 있다. 김재영관장은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고, 몇 개의 강좌를 여는 것으로 박물관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박물관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갖거나 옛날 것을 전시해놓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이어야 한다삶의 가장 기초적인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관장은 수십억 원의 돈을 투자해 유물을 모은 것은 겨우 밥장사나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박물관을 찾아와서 놀고, 배우며 어른들은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의 교유를 갖게 하려면 박물관이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서 식당과 카페를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옛터민속박물관은 한식당과 양식 레스토랑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박물관 전시실은 문을 닫았지만 식당과 카페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옛터민속박물관은 야경이 참 아름답다. 물레방아가 있는 정원 마당에는 늘 모닥불을 피운다. 낮에도 모닥불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하고 비가 올 때는 비를 가려서 불씨가 남아있도록 하고 있다.

밤에는 여우가 나타나야 한다. 여우가 나타나면 늑대도 온다. 여우가 오게 하려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해야 한다고 김관장은 말했다. 여우란 젊은 여성을 일컫는 김관장의 은유적 표현이었다. 야경은 대부분 촛불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은 늘 축제의 공간이 되고, 만남과 이별 그리고 여운이 있다.

옛터민속박물관 전시관
옛터민속박물관 전시관

 

<돈만 있는 부자와 품격 있는 부자>

현대그룹은 결코 삼성그룹을 이길 수 없다

삼성그룹은 성균관대학교와 의료원 그리고 리움미술관, 호암아트홀 등 교육과 의료 그리고 문화사업을 그룹의 성장과 함께 키워왔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기업의 문화적 마인드가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미래는 문화가 먹거리가 되고, 지역의 경제를 부흥하게 해주는 가장 큰 자원이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문화유산이나 유물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고 이용하며 후대에 전수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장성은 고불총림 백양사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필암서원 등이 있지만 어린이부터 청장년이 찾아와서 배우고,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성군에는 사립박물관은 물론 사립미술관도 하나 없다. 주말이면 젊은이들은 왜 담양으로 갈까? 담양에는 5개의 사립박물관이 있고, 6개의 사립미술관 그리고 1개의 군립박물관이 있다. 지방정원인 죽녹원과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된 메타프로방스가 있다.

백양사와 필암서원은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사립박물관이나 사립미술관에서 가면 먹을 수도 있고 차를 마실 수도 있으며 놀 수도 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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