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궁극적 목표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영원한 행복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와 불교 그리고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가 생겨난 것은 고통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또한 해결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통은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육체로부터 시작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마음에 고통은 육체를 아프게 하고, 육체의 병에 의한 고통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따라서 수행자들은 몸이 병들지 않도록 보살피는 것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석가모니가 인간의 고통은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여 몸을 학대하고, 괴롭히며 뼈와 살가죽만 남을 정도로 고행(苦行)을 하다가 극단적인 고행이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알았다. 그 때 수자타라는 소녀가 우유에 쌀을 넣어 끓인 죽을 먹고 선정에 들어 비로소 대각(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었다고 한다.
성경에는 예수가 많은 사람의 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예수는 소경이 보게 하고, 문둥이가 몸이 깨끗해지고, 귀머거리가 듣게 하는 기적을 보였다. 이는 그때의 사람들의 고통이 육체에서 얻은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가모니와 예수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고통을 사라지게 해주었으며 다만 그 방법이 달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석가모니와 예수 그리고 인류의 스승들은 대부분 사람의 아픔을 치유하는 의사였고, 스승이었다.
젊은 의사들이 환자들의 치료를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갔다가 정부가 의대생의 정원 등에 대해 의사협과 논의하기로 약속하자 파업을 풀고 진료에 들어갔다. 파업기간 동안 몇몇 대학병원에서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였고, 수술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의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게 된다. 히포크라테스는 고대시대의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의사로 고대 의학서를 집대성하였으며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여러 가지 선서 중에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라는 등의 서약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하고, 정부를 협박하는 행위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며 의사의 사명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의사의 역할과 사명이 고대시대와 같을 수는 없다. 요즘의 현실에서 첨단 의료 장비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고,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고 이를 다루는 의사들은 '의료전문 기능인'이 되어 병원을 유지하고 직원들의 월급을 주어야 하는 한 사업장의 사장이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의 의료행위는 전문화, 조직화, 기능화되고 의사는 전문 기능인으로 변질되어 의사와 환자의 관계 또는 기계를 매개로 한 비인격적 관계로 전락해버렸다.
앞에서 석가모니와 예수가 사람의 병과 고통을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는 말을 하였다. 한편으로 의사가 인간의 육체적 질병을 치유한다면 종교 지도자는 인간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는 의료전문기능인이 아니라 철학자이며 종교 지도자와 같은 소명이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이며 세계최강의 군사력과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코로나19로 현재까지 60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18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가까운 쿠바는 가난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진자도 적고 사망자도 세계평균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의료계는 이 원인을 쿠바의 의사들에게서 찾고 있다. 쿠바에서 한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로 완벽한 인간상은 ‘의사’인데 그들의 월급은 한 달에 15만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쿠바 의사들은 오로지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살아가며 자신에 대한 무한한 명예를 갖고 있다.
종교지도자가 돈을 탐하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이듯 의사가 돈을 탐해서 본분을 잃어버린다면 없는 병이라도 창궐하여 사람들을 죽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