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확신이 불러온 재앙
지나친 확신이 불러온 재앙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08.31 11:13
  • 호수 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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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믿고 열심히 기도하면 성령의 불이 바이러스를 죽여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코로나에 걸려 죽더라도 천국에 간다는 해괴망측한 발언을 한 전모 목사가 코로나에 걸리더니 기도는 하지 않고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를 받고 있다.

중세시대 흑사병이 창궐하여 사람들이 죽어갈 때 교회에서는 인간이 타락하여 신이 벌을 내린 것이라며 교회에 모여 기도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렇게 교회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에게 세균을 옮겨 더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교회가 세균을 전파하는 장소가 되었던 것인데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죽어도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려야 한다예배를 금지하는 것은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종교지도자들이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132711월을 시대 배경으로 수도원에서 벌어진 희대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이다. 호르헤 수도사는 책 페이지에 독을 발라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수도사들을 죽게 만든 종교적 확신범이다.

사건 수사를 맡은 윌리엄 수도사는 호르헤에게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 이런 게 바로 악마야!”라고 말했다. 자신의 믿음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자들, 자신의 믿음이야말로 타인의 믿음의 진실성을 측정하는 절대적 기준이라고 확신하는 자들이야말로 악마라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1989년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호평을 얻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소년 아메드는 이슬람 근본교리를 믿는 열세 살의 소년 아메드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가르쳐온 이네스가 전통적인 코란을 통한 배움 대신 노래를 통해 실생활에 가까운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이 전통적인 이슬람교를 배반한 배교자라고 판단하여 이네스를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다. 소년원에 들어간 아메드는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또다시 이네스를 죽일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지나친 신념은 자신을 망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을 헤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게 하며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을 죽이는 테러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수많은 테러와 전쟁 그리고 마녀사냥 등은 사이비 종교가 아닌 가톨릭교와 정통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 등에서 일어났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자장과 자하 중에 누가 현명합니까?”라고 묻자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했다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종교는 욕망과 불안으로 인해 피폐해지기 쉬운 인간의 심성을 순화하여 사회의 질서를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종교가 없었다면 인류라고 하는 문명 공동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며 유인원과 같이 작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포유류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하지만 종교적 신념이 지나치면 광신자가 되어 종교를 갖지 않는 것만 못할 수가 있다. 하나님이 있다면 자신이 만든 인간이 자신에게 예배하고 기도하기 위해 교회에 모여 코로나에 걸리는 것을 과연 기뻐하겠는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인류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은 현재의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보다 뇌의 크기도 크고, 근육의 힘도 강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에서 살아남고, 네안데르탈인이 지구에서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호모사피엔스의 협동심과 공존의 원칙이었다고 한다.

호모사피엔스는 거대한 맘모스를 협동 사냥으로 잡아 동족들과 나누어 먹었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이기적이어서 동족끼리도 협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인류가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과 경쟁심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공존과 배려이며 종교와 이념과 가치 그리고 신념이 다를지라도 그것을 인정해 주며 존중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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