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마음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마음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0.07.27 14:41
  • 호수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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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18년 귀양살이, 괴롭던 날이 많기도 했지만, 때론 한없이 즐겁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은 죄가 없건만 정치법으로 몰려 역적의 신세로 갇혀 사는 삶을 보냈으니, 가슴 터지는 아픔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요. 학문연구의 삼매경에 빠져 사서육경에 대한 새로운 논리를 찾아낼 때는 뛰고 싶을 정도로 순간 기쁠 때도 많았습니다. 주자(朱子) 이후 700년 가까이 성리학논리에 매몰되어 중세적 논리에서 탈피하지 못할 때, 다산은 중세탈피의 새로운 논리를 참으로 많이 찾아냈습니다.

자신의 고통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임에도 자신보다 더 불우한 환경의 흑산도에서 귀양 살던 중형(약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형님을 위로하고, 형님과 학문을 토론하는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네 살 터울의 중형과 다산은 지기지우(知己之友)였습니다. 학문은 동급수준으로, 세상을 개혁하고 변화시켜야만 된다는 같은 수준의 개혁 의지, 썩고 병든 나라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노라는 애타는 애국심, 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혈육의 정을 나누며, 깊고 깊던 형제의 우애까지 겹쳐, 그들은 학문토론과 세상 걱정을 함께 했습니다.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다산이 형에게 올린 편지는 인간 다산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

답중씨(答仲氏):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편지에 있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 읽어도 큰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비록 귀양살이 신세이지만 몇 떼기의 땅이 있어 식량 걱정이 없고, 거처하던 다산초당은 아이나 아낙네들의 울음이나 탄식도 들리지 않아 학문연구에는 신선 세계와 같은 곳인데도 아비규환의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심사가 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사내이겠습니까?”라고 속마음을 형에게 토로해 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답을 합니다. “이 이야기는 억지로 지어낸 말이 아니라 마음속 계획이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집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으니, 사람의 본성이 본래 나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코 간음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의 아내나 첩을 도적질하려 하고, 분명코 가정파탄을 알면서도 더러는 마작이나 놀음을 하듯이, 저의 돌아가고픈 마음도 이런 류의 심정이지 어찌 본심이겠습니까?”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용하고 깨끗하여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원 없이 학문의 즐거움을 누리는 본심이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마다 풀려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떠난 적이 없다는 심사, 그런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다산의 고백이 가슴에 의미 깊게 다가옵니다.

간음은 그른 일이고, 도박이 가정을 파탄시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일에 빠지게 된다는 나약한 인간의 마음, 그래서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야만에서 문명의 길로 가는 길에는 언제나 비이성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 비이성적인 욕구를 얼마나 절제하느냐에 따라 문명 세계의 척도가 결정됩니다. 순간적인 비이성적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다가 몰락구조에 빠지고 마는 것이 인간사입니다. 욕구의 절제를 순간 소홀히 하다가 파멸에 이르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방황하던 심사를 솔직하게 고백한 다산의 마음이 생각되었습니다. 다산도 어렵게 여겼지만, ‘욕구의 절제’,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고민 고민하면서 거기에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 아닐까요.

 

 

 

-글쓴이: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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