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 전라도 정신
전라도 사람, 전라도 정신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07.13 10:39
  • 호수 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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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필자가 방학을 맞아 스승이 머물고 계신 경상북도의 한 사찰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절에 신도회장이란 분이 필자가 전라도 출신이란 것을 알면서 전라도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다고 발언해 크게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고 하지만 일부 경상도 사람들이 호남 사람에게 갖고 있는 선입견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짐작할 만한 경험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과 경남 그리고 대구와 경북에서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이 줄줄이 낙선하였다. 그 중에는 차기 대권 주자에 거명되는 대구의 김부겸 전 행자부장관, 부산의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도 포함되었다. 지역감정이 낳은 안타까운 결과라고 할 것이다.

광주`전남은 물론 전라북도에서 단 한 석의 국회의원도 당선시키지 못한 미래통합당에 비하면 민주당 후보는 김두관 전행자부 장관을 비롯해 경상도에서 몇 석은 건졌으니 과거 경상도에서 단 한 석의 의석도 얻지 못한 것과는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20대 총선에서 광주`전남 민주당 후보가 전멸하다시피하고 국민의당 후보가 대거 당선된 이유는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대표가 호남을 홀대하고, 호남 사람들을 인사에서 소외시켰다고 주장한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의 근거 없는 부추김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전 전남 지사를 국무총리로 지명하여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영예를 안게 하더니 전북 출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에 임명했다. 각 부처의 장`차관은 물론 각 기관에도 호남 출신 인사가 다수 임명되는 등 역대 정권에서 가장 많은 호남 사람이 기용되었다고 한다.

우리 역사에서 호남 사람들은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고려를 개국한 왕건은 차령이남의 호남 사람들은 관리로 등용하지 마라고 노골적인 지역차별을 하였고, 조선시대 학자인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경상도는 풍속이 질박하고 진실하다. 전라도는 교활함과 음험함을 숭상하여 그릇된 일에 쉽게 움직인다고 하여 노골적으로 전라도 사람들을 폄훼하였다.

그런데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전라도 사람들은 의병을 일으켜 경상도와 한양으로 달려가 나라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바쳐 싸웠다. 우리 장성 사람들도 양반과 승려 심지어 노비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의병에 가담해 진주성에서 왜적과 싸우다가 죽은 이들이 수백여 명에 이른다. 그 때의 사실이 모두 전하지는 않지만 남문창의비에 그 내용이 일부 전하고 있다.

전라도 사람들은 부지런하여 밭을 개간하고, 바다를 간척해서 땅을 넓히고, 곡식을 한양으로 보냈으니 조선 후기에 중앙정부 조세의 40%를 담당하였다고 한다. 1894년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 곳도 전라도이고, 구한말엔 일본의 국권 침탈에 마지막까지 저항한 땅이고, 동학과 증산 사상 등 새로운 사상과 종교가 꽃핀 땅이다.

일제 강점기 1929년에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 독립만세 이후 일제의 탄압에 시들어가던 대한 독립운동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1980518일 전두환 군사정부에 항거하며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은 4.19혁명에 이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위대한 선언이었고, 목숨을 바친 투쟁이었다.

오는 8월에 치러지는 민주당 대표 선거에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국무총리와 대구 출신인 김부겸 전행자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하고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그런데 벌써부터 일부 언론에서 전라도 출신과 경상도 출신이라는 지역 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건 전라도 사람들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일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만든 것은 호남 사람들의 지지가 단초가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호남 사람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어서 당선이 가능했다. 호남 사람들은 호남 출신이 아니라 호남의 정신을 구현할 사람, 호남의 정신으로 살아온 사람을 선택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라도 사람이면서 전라도 정신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전라도 사람이 아니지만 전라도 정신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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