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없는 사회
종교가 없는 사회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07.05 15:36
  • 호수 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서구에서는 마을이 형성되면 가장 먼저 교회와 학교가 세워지고, 영성을 담당하는 목회자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주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교회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제시하였고, 학교는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해 주었다.

2천여 년 이상 인류의 정치와 사상 그리고 문화를 좌우했던 종교가 점점 쇠락해 가더니만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되고, 교회와 성당 그리고 사찰에서의 집회가 조심스러워지는 상황에 이르자 종교인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10년 이내에 현재의 종교인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2050년에 이르면 종교인의 수는 현재의 10% 이내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독일의 사상가인 막스베버는 이미 100년 전 근대시대를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게 되며 탈주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개신교는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주술적 신앙이 계속되었고, 믿음은 자본주의의 이기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세상이 엄청난 변화와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에 종교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개신교는 코로나 집단 발생을 일으킨 신천지가 이단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그들에게 혐오감을 부추기며 비난에 앞장섰을 뿐이다. 심지어 비교적 진보적인 뉴스를 보도해온 CBS방송마저 이단 신천지를 비판하는데 많은 양을 차지하며 기독교가 해야 할 일은 외면했다. 하지만 신천지가 아닌 많은 개신교회에서 집단 발생이 일어났고,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만 하느님과 성령의 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

종교가 가장 절실할 때는 위기와 고난과 시련이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고, 헤쳐나갈 용기와 지혜를 필요로 했을 때이며 종교 지도자는 바로 이럴 때를 대비한 영성 훈련과 수행을 가르쳤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교회가 코로나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고, 예배를 강행하여 코로나 발생의 진원지가 되는 등 종교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통계청의 인구센서스 조사에서도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기성 종교에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종교 없는 사회로 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종교가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무엇으로 만족하고,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돈과 욕망을 해소하는 세속적 가치가 사람들의 목적이 되는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이 세상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가 없는 사회이며 경쟁과 이기심보다 공존과 배려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도 일깨워 주었다. 페이스북의 최고책임자인 안토니오 루치오는 이타적 삶으로 전환을 강조하였고, 환경운동가들은 생태적인 삶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종교가 없는 사회로 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사실은 가장 종교가 절실한 사회이다. 탐욕과 경쟁을 부추기는 거짓된 종교가 아니라 가난하고, 병 들고,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서 목숨을 걸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죽은 예수의 사랑이 필요하다.

스스로 지옥에 들어가 지옥에 빠진 중생들을 모두 구제할 때까지 지옥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의 원력은 아니더라도 나와 남이 모두 이익이 되는 자리이타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보살도의 정신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나의 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천박한 사고와 가치로는 새로운 세상, 진화에 가까운 새 시대에 종교로 남아 있을 수 없으며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낡은 가치로 옳고 그름을 재단하는 이념 논쟁도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

집단지성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사고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 시대가 안고 있고, 고뇌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종교와 이념만이 필요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