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그리운 왕도(王道)정치
그립고 그리운 왕도(王道)정치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0.06.01 15:39
  • 호수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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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저서 500여 권을 살피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主題)는 왕도정치, 바로 요순시대의 정치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죽음의 함정에서 겨우 빠져나와 모진 유배살이를 하느라, 다시는 정계에 복귀하여 요순정치를 실현할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알면서도, 꿈꾸고 바라던 바는 요순정치였습니다. 경전(經傳)의 뜻을 바르게 해석해야만 왕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사서육경(四書六經)에 대한 새로운 주석서 232권을 저술했고, 천하국가를 경륜하려면 일표이서(一表二書)의 경세서가 있어야 한다고경세유표』『목민심서』『흠흠신서를 저작해내기도 했습니다.

25백 수가 넘는 그 많은 다산시는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도 따지고 보면 시를 통해서라도 요순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미로 지은 시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벼슬살이나 정치하는 일이야 진짜 선비라면 하지 않을 일이라면서 산속에 숨어서 도()만 닦는다는 썩은 선비들을 그렇게 비판했던 다산, 정치를 통해서만 국가 개혁이나 사회개혁이 가능하다는 다산의 뜻이 다시 생각되는 순간입니다.

 

공자께서 우리 유교를 강론하심에

魯叟講斯道

왕도정치에 대한 말씀 절반이었고

王政居其半

주자가 상소를 자주 했지만

晦翁屢抗章

논한 바는 대부분 나라 정치였었네

所論皆廟算

요즘 선비들 성리학만 좋아하니

今儒喜談理

나라 정책과는 얼음과 숯이라네

政術若氷炭

깊숙이 숨어서 나오지도 못하고

深居不敢出

나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 된다네

一出爲人玩

마침내 경박한 자들로 하여금

遂令浮薄人

국사를 마음대로 하라 맡겨버리네

凌厲任公幹

 

고시27(古詩二十七首)라는 제목의 시중 24번째의 시입니다.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온갖 고통에 시달리고, 탐관오리들만 발호하여 가렴주구에 핍박받느라 살길이 없던 세상인데, 정치는 속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며, ()만 지킨다고 숨어 살던 사람을 다산은 그렇게도 싫어하고 비판했습니다.

봉건왕조가 생명력을 잃고 기울어가던 조선 후기,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고 탐관오리들을 징치하여, 백성들이 숨을 쉬고 배를 주리지 않게 해야 할 책임이 지식인들에게 있었는데, 그런 막중한 정치는 혐오하면서, (), ()다만 따지는 위선적 지식인들에 대한 다산의 비판은 그때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통을 당하는 백성은 그대로 있고, 좋은 정치로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백성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왕도정치와 요순정치를 실현할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자신들의 권세나 유지하고 권력을 누리는 재미에서 벗어나 백성들의 아픔과 고통을 해결해주어야 할 때는 지금입니다. “()은 정()이다[政也者 正也]”라던 공자와 다산의 정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불쌍한 사궁(四窮:···)을 돌봐주어 그들이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일이 왕도정치이고 요순정치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삶의 터전이 무너진 가난하고 힘없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을 살려주는 정치가 요순정치이고 왕도정치입니다. 코로나를 극복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윤리와 도덕성은 한껏 오른 수준입니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를 줄여야 하고, 직장을 못 구하는 젊은이를 일하게 해주는 일이 요순정치이고 왕도정치입니다. 힘을 얻은 거대여당, 이번 국회에서는 제발 그런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왕도정치를 복원해주시기 비옵니다.

 

 

-글쓴이: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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