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읍 사진계 터줏대감 바로 나야, 나!
장성읍 사진계 터줏대감 바로 나야, 나!
  • 이미선 기자
  • 승인 2020.05.18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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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 운영만 60년째인 ‘원 스튜디오’, 박춘곤 대표
원 스튜디오 박춘곤 사장님
원 스튜디오 박춘곤 사장님

 

 

장성군 주민이라면 원 스튜디오에서 한 번쯤은 사진을 찍었던 적이 혹은 사진인화를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장성읍 사진계에서 터줏대감인 원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박춘곤(81) 대표를 만났다. 그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들과 도란도란 자리에 앉아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17살부터 오로지 사진사의 길만

사진 찍는 기술에 관심이 있었던 박 대표는 57년도 당시 17살 어린 나이에 남의 밑에서 사진기술을 배우며 일을 하다 60년도부터 10여 년 동안 정읍과 김제시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했다. 그러다 1972년 고향인 장성에서 예식장과 사진관을 함께 운영한 신혼예식장을 열었고 장성공원 앞 신혼예식장은 여러 명의 직원까지 두고 운영을 했을 정도로 70년도부터 90년도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그 당시 신혼예식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다고 하니 말이다.

24년간 신혼예식장을 운영하다 96년도부터는 현재의 자리에서 원 스튜디오의 간판을 달고 일반 사진관만 전념하게 됐다. 사진사로만 전념한 채 달려온 시간이 60여 년이니 나이로 따지면 반 백 살이 훌쩍 넘었다. 사진에 대해 옛날과 달라진 현재의 상황을 물었다.

옛날에는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암실에서 며칠을 걸려 사진을 인화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부터 작은 핸드폰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세상 정말 편해졌죠. 옛날에는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신중을 다해서 찍었지만 지금은 여러장을 찍어 사진을 수정하기도 하고 그중에 잘 나온 사진을 골라서 쉽게 인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진 한 장에 대한 소중함이 많이 사라진 듯해 아쉬워요. 예전엔 사진수정은커녕 잘못 찍히면 잘못 찍힌 데로 인화를 했고 사진을 찍으면 인화까지 며칠씩 걸리다 보니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뚝 딱 하면 인화가 끝나니 매번 세상 참 편해졌다고 느껴요

 

원 스튜디오 외부
원 스튜디오 외부

가족사진을 찍었던 그곳. 원 스튜디오

사진사로만 64년째인 박 대표는 사진기술로만 23녀의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다.

전성기 때는 직원들을 거느릴 만큼 바빴었지만 요새는 핸드폰의 사진을 인화하러 오는 손님들 몇 명뿐이다. 그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여권, 비자에 사용되는 사진들을 아예 안 찍다 보니 찾아오던 몇 명의 손님들 발길도 뚝 끊겼다. 한 때는 장성군에 있는 중,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 그마저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가족사진을 사진관이 아니면 찍지 못했어요. 지금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핸드폰만 있으면 간단히 찍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인화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손님은 많이 없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 오랫동안 원 스튜디오가 있는 모습을 보며 저에게 졸업사진을 찍은 학생들과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족사진을 찍으러 왔던 그 장소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 만으로 조금의 추억을 느낄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장성주민들 개개인의 생애사를 기록

원 스튜디오를 찾은 사랑방 손님들
원 스튜디오를 찾은 사랑방 손님들

소풍을 다녀오면 사진관에 필름을 맡겼다가 몇 시간, 며칠을 기다려 사진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손안에 핸드폰으로 생생한 순간을 1초 만에 고화질로 저장하는 세상이 됐다. 어떤 사진이 나올까 궁금해하던 두근거림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사진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원 스튜디오 사진관은 장성주민들의 백일 사진, 돌 사진, 유치원, 초등학교 입학, 졸업사진, 가족사진, 그리고 영정사진까지 개개인의 생애사를 조용하게 기록했다.

수십 년간 장성군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많은 주민들의 사진과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인화해 주었다는 박 대표는 원 스튜디오에서 졸업사진을 찍었던 여중생이 세월이 지나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자신의 사진관을 찾아오는 등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지난 세월을 그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말을 한다.

사진으로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내는 사이에 벌써 여든이 넘어버렸지만 사진 때문에 즐거웠고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사진관을 운영할 겁니다. 놀면 뭐해요? 용돈이라도 벌어야죠. 나이는 먹어가고 배운 것이 사진기술뿐이니 소일거리로 하고 있습니다

 

원 스튜디오는 박 대표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물론 수많은 이웃들이 들려 쉬었다가기도 속상한 일을 털어놓기도 좋은 일들을 자랑하기도 하는 소식을 전달하는 사랑방과도 같다.

사진사가 된지도 벌써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장성군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관이자 사랑방을 운영하는 박춘곤 대표는 가장 고령의 사진관 운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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