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주지 무공스님에게 듣는다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에게 듣는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04.26 21:32
  • 호수 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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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 특집

오는 430일은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이다. 코로나19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는 530일로 연기되었지만 백양사와 전국 사찰에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도회를 갖는다고 한다. 한편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지난 419일 공식 취임한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과 대담을 가졌다. 무공스님은 신도들도 참석하지 않는 간단한 취임식을 가진 뒤 장성군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 1400kg을 장성군에 기증했다고 한다.

 

변동빈 국장 : 먼저 백양사 주지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백양사는 지난해 총림이 해제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주지에 취임하신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말씀해 주십시오.

무공 주지스님 :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역대조사와 선사들의 위업에 누가 되지 않도록 신명을 다하겠다는 각오입니다. 그리고 어려울 때에 새로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사부대중이 화합하고, 정진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면 고불총림의 회복은 물론 그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믿습니다.
백양사는 신행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장성군의 브랜드를 높여주는 문화공간이며 힐링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종교를 떠나 장성군민과 향우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변동빈 국장 : 불교에서 가장 큰 행사인 부처님 오신날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다음달 30일로 연기되었습니다. 불교신자들에게 코로나19의 위기에서 불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요?

무공 주지스님: 코로나19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법회를 하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비대면 문화가 앞으로는 일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웃끼리 따뜻한 정을 나누던 우리 문화가 의심하고 회피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전염병이 돌자 제자들과 함께 마을을 찾아 다니며 시신을 치우고 마을을 청소하며 사람들이 몸을 깨끗이 씻도록 하였습니다. 질병은 물론 전염병으로 인해 사나워졌던 마음도 깨끗이 치유되었습니다. 위기가 닥치면 서로 돕는 자비심을 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불자의 자세라고 할 것입니다.

 

변동빈 국장 : 백양사가 만암대종사, 서옹대종사 등 근`현대에 큰 선지식이 주석하시면서 널리 알려진 사찰이었지만 최근에는 교구본사로서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풀어가실 계획인가요?

무공스님 : 승가는 범어로 화합대중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승가에서 가장 큰 죄가 화합을 깨트리는 것입니다. 먼저 출가승이 화합하고, 재가불자와 함께 사부대중이 화합하면 풀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님들은 초발심을 잃지 말고, 수행과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불자들은 육바라밀을 실천해 간다면 새로운 신행 공간으로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주지인 저부터 솔선수범하고, 소임을 맡고 있는 국장스님들도 발심하여 정진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변동빈 국장 : 오는 430일은 불기 2564부처님 오신날입니다. 부처님께서 지금 이 땅에 오신다면 가장 먼저 무슨 가르침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공스님 : 부처님에 가르침의 근본은 아무리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 국가 간의 갈등과 대립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다툼은 집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인연법을 깨닫게 되면 나와 남이 둘이 아니고, 국가와 국가도 서로 인연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과 흙과 나무 한 그루도 나와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지 않고 나에게만 집착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시대 가장 소중한 것은 부처님의 인연법을 깨달아 서로 배려하고, 용서하며 나누는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동빈 국장 : 종교가 세속화되어 물질을 숭상하는 배금주의가 종교인들 사이에도 만연되었다는 비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교신자들은 자본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가요?

무공스님 :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최소한의 자본이 필요합니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아프면 병원에도 가야 하니까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건 물질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을 따르는 많은 부자들이 절을 짓고 스님들에게 공양을 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해서 정직하게 돈을 벌고, 꼭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시이며 무소유의 삶이라고 할 것입니다. 불자들이 이런 삶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부처님게 올리는 공양과 다르지 않습니다.

 

변동빈 국장 : 4차산업에 이어 코로나19는 우리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찰에서의 법회 형태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등 과거와 다른 신앙생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에 불교의 포교와 신행생활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계획하고 계십니까?

무공스님 : 사실 저도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니까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중법회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온라인 법회가 시작되었고, 미래학자들은 10년 이내에 종교인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 들것이라고도 합니다. 사찰이나 교회에 가서 예배하고 기도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물질이 풍요해도 정신적인 방황과 고뇌를 하는 사람들이 사찰을 찾아 힐링하려는 현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회 중심에서 템플스테이 중심으로 변화하고, 다양한 참선(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린이나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동빈 국장 : 최근 출가자들이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신지오? 또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공스님 : 출가하려는 승려 뿐 아니라 카톨릭 신부가 되려는 사람도 많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유럽 여러나라에서 카톨릭 신부는 물론 신자들이 급격히 줄어 오래된 성당도 비어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자본주의가 정점에 이르러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욕망을 해소하는 것을 행복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욕망을 찾다가 채워지지 않으면 마약 등에 취하는 것입니다. 일부 연예인이나 재벌 2~3세들이 마약 복용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출가한 스님들이 더욱 청빈하게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출가하려는 발심을 일으키는 동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인간의 행복은 결코 물질에서 얻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고 봅니다.

 

변동빈 국장 : 스님께서는 언제 출가하셨고, 출가한 뒤 가장 큰 환희심을 느낀 때는 언제였는지요?

무공스님 : 제 고향은 화순 도곡면입니다. 그런데 중학생 때부터 광주 관음사 학생회에 나가며 불교를 접했습니다. 1 때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백양사로 출가하였습니다.
강원을 졸업하고, 조사어록을 참구하며 꾸준히 선원에서 화두를 들고 정진하였습니다. 1989년도 동안거 때 화두삼매에 들어 몰아의 경지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찰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변동빈 국장 : 스님께서 출가한 뒤 지금까지 승려로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육바라밀 중에 하나를 꼽으신다거나 소의경전을 꼽으시고, 그 이유도 말씀해 주십시오.

무공스님 : 저는 보시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출가 수행자는 당연히 물질이나 이익을 좇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 풍토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에요.

보시란 물질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죠. 금강경에도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은 없다고 했잖아요. 마음과 물질을 나누고 내가 손해 본다는 태도로 살아가면 온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 배운 자경문을 지금도 늘 되뇌이고 있어요. 자경문에 '3일간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이고, 백년을 탐하여 모은 재산은 하루아침에 먼지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변동빈 국장 : 지구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온난화로 인해 가뭄과 폭우가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경험하지 못한 질병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위기에 대한 불교적 해법은 무엇인가요?

무공스님 :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 세상에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공존입니다. 그래서 계율이 첫 번째가 살생하지 말라는 것이죠. 우리가 살고있는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는 인간이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할 우리와 한 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설하신 연기법의 요체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선 지구의 자원을 낭비하고,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는 실천이 절실한 때입니다.

 

변동빈 국장 : 소중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장성군민은 물론 전국에 있는 불자들에게 전해주실 덕담과 가르침으로 한 말씀 더 해주시기 바랍니다.

무공스님 : 코로나19로 온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더구나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종교와 이념을 떠나 서로 돕고 위로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성군은 유두석군수님께서 훌륭한 리더십으로 군정을 잘 이끌고 있고, 군민들은 화합하며 동참하면 이보다 더 큰 위기도 잘이겨내리라고 믿습니다. 모두들 용기와 희망을 갖고 서로 격려하고 위로합시다.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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