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나’보다 ‘남’을 위하여
18년 동안 ‘나’보다 ‘남’을 위하여
  • 이미선 기자
  • 승인 2020.04.14 01:14
  • 호수 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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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에 앞장서온 숨은 의인 이영심 씨

최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 2020년 숨은 의인 선행자로 선정된 주인공을 찾아 서삼면 장산리를 찾았다.

주인공은 장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심(58), 점심시간을 넘길 무렵 식당의 문을 열자 그는 신문에 나올만한 일까지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완연한 봄 날씨 속 그는 위생복과 위생모,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숨겨지지 않는 따뜻한 정이 뿜어져 나왔다.

영심 씨의 고향은 장성이 아니지만 서삼면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려 장성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는 19년 전 광주에서 분식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분식을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먹어보지 못한 아이들은 얼마 없을 것이다. 본업이었던 분식 장사를 하며 첫 봉사와의 연결고리가 됐다. 분식을 가장 좋아할 나이인 아이들을 찾아 보육원에 분식을 전달하고 장성의 요양원에서 외롭게 생일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손수 생신상을 차려드리게 됐다. 또한 남편의 고향인 서삼면 마을 경로당 20여 곳을 찾아 해년마다 거르지 않고 노인잔치를 열어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나눔의 첫 시작

분식 장사를 하면서 손님의 대다수는 어린아이들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식을 한편으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 후 무작정 장성의 보육원을 찾아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한창 좋아할 분식을 걱정 없이 원 없이 든든하게 먹이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첫 나눔이 되었죠. 그러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어르신들에게도 나눔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어요. 장기간 요양원 생활을 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어떤 나눔을 해야 좋을까? 생각하다 생일을 맞는 분들에게 짜인 식단이 아닌 내가 만든 여러 가지 음식, 분식들로 생신상을 차려드리게 됐죠

 

18년 동안 나눔을 하면서

“2012년도부터였나? 돌아가신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생각이 나서 마을 경로당을 찾아 노인잔치를 준비하게 됐어요. 1월 초에 꾸준하게 잔치를 열었는데 6년 전쯤 처음으로 온 가족들과 여행을 가게 돼서 노인잔치 준비를 못 한 적이 있어요. 경로당 나눔을 하면서 노인잔치가 열린다고 하면 일을 보러 가시려던 어르신도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시기 위해 일을 뒤로 미뤄놓고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이 종종 계셨기에 내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이 계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6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그 기분은 잊히지 않아요. 그 뒤로 가족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앞으로 가게 된다면 1월은 무조건 피해서 가려고요

 

1월에 열리는 노인잔치의 의미

매년 1월 초에 열리는 노인잔치는 그만의 뜻깊은 의미가 있다.

대부분 설 명절이 1월 말부터 2월 중순이에요. 설 명절이 지난 이후에는 먹거리가 풍성하죠. 하지만 설 명절이 다가오기 전의 어르신들은 멀리서 고향으로 내려오는 자녀들에게 바리바리 싸줄 참기름부터 시작해서 장성에서 나오는 좋은 음식이란 음식들을 먹이고 싸주기 위해 그만큼 절약을 하세요. 그 때문에 마을의 어르신들의 집에는 먹을 것들이 풍부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해 1월 초에 노인잔치를 열고 있어요

 

나눔은 기쁨이자 행복,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제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눔이 기쁨이고 행복이란 사실을 알게 됐어요. 바쁘긴 하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감사하고 나눔을 하러 가는 그 시간이 기다려져요. 누군가가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셔주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것이 없죠.

앞으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그 날까지 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주저 않고 열심히 하려 합니다. 자식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제가 이렇게 베풀고 나눔으로써 우리 자식들이 조금이나마 복을 더 받지 않을까요?”라며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는 여전히 몸과 마음을 써야 한다. 묵묵히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삶에서 봉사하며 지역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씨의 따듯한 손길이 닿으면 우리의 마음에도 훈훈한 온기가 스며든다.

 

남을 위한 인생을 살 때, 가장 감동적인 인생이 되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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