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바꿔야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바꿔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0.03.0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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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제시한 21세기 역량은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등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 시스템>

 

지난해 대구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은 국제바칼로레아(IB)와 협약을 맺고 국내 공교육에서 IB를 시범 도입하였다. 우선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3~4 곳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뒤 이를 확대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IB로 창의융합형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했고,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근대 교육 100년사 중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IB는 본래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는 외교관 자녀나 상사 주재원 자녀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의 학력 인정문제가 불거지자, 어디서나 균일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IB의 시초다. 따라서 IB는 주로 국제학교, 외국인학교에서 운영하며 현재는 75개국 2,000여개 해외 대학에서 IB 이수자들을 선발하고 있다.

IB와 국내 교육과정의 차이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평가 문항으로 우리나라는 오지선다형, 객관식 형태의 학교 정기고사나 수능을 치르고 있고, IB는 논술형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나라 시험은 학생들을 상대평가하는 반면 IB는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하고 하루에 시험을 치르지 않고, 며칠에 걸쳐 시험을 치르며 기계가 아닌 교사들이 학생 이름을 가리고 채점하고, 지식의 숙지도 평가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단점과 한계를 일제 강점기 교육의 잔재인 주입식 교육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주입식 교육을 창의적, 비판적 사고력을 가진 학생으로 길러내는 방법으로 대구와 제주교육청에 이어 다른 지방 교육청에서도 IB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교조 등의 반대와 이유>

 

공교육에서 IB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전국교직원노조와 일선 교사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전교조 제주지부는 “IB가 대학 입시를 위한 특권학교로 운영될 수 있고 막대한 예산을 일부 학교에 지원하는 것은 학교 간 불평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해당 학교는 스위스에 위치한 IB 본부에 매년 1,100만원 수준의 연회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교조에서는 일본 센다이의 한 고등학교의 경우 IB 최종 이수자 비율이 신청자 대비 1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 중도포기자 발생의 이유와 같은 IB의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연구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론 모든 학생들을 IB 프로그램에 의해 교육할 수 없으므로 이 프로그램 도입이 자칫 특목고처럼 당초의 취지와 달리 새로운 대학입시 사교육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입시 위주 교육과 과도한 사교육, 극심한 경쟁과 같이 본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교육환경이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대입제도에 민감한 학부모들이 생소한 IB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고, 학교에서도 일반 교육과정과 동시에 IB 과정까지 운영하려면 학사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시범학교로 지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했듯 영국에서 비롯된 공교육은 일본을 걸쳐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후로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협력적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기르는 교육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가져야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사람으로 길러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체육특기자가 있고, 예능 특기자가 있듯 타고난 재능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선택의 영역을 넓혀주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교육부 또는 교육청에서 IB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창고형 인재는 인공지능이 몇 백만 배 앞서>

정조의 과거시험 책문
정조의 과거시험 책문

 

우리의 전통적인 공부는 학습으로 이루어졌다. 학습이란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학이시습(學而時習)에서 비롯된 말이다.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반복하여 익힌다는 뜻이다.

하지만 논어를 배워 과거에 응시한 조선시대 유생들에게 과거시험은 단순한 지식만을 묻지 않았다. 앞에서 광해군의 과거시험 책문을 사례로 들었는데 세종이나 성종 등도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대과에서는 창의적 사고를 가진 관료를 선발하기 위한 책문을 시제로 걸었다.

세종은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시대에 노비 또한 하늘이 내린 백성인데 그처럼 대대로 천한 일을 해서 되겠는가?”라는 책문을 냈다.

성종은 국가의 법이 엄중하고 정밀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범법자가 줄어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책문을 출제했으며 명종은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인재를 올바로 양성하는 방법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혀보라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종도는 답지에 교육의 목적은 인의예지를 실천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데 요즘엔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구하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하였다.

숙종은 과거시험 책문에 요즘 일본인들이 울릉도 주변 우리 백성들의 어로 활동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견해를 설명해도 이들은 들을 생각이 없다. 변방을 편안히 하고 나라를 안정시킬 방도를 강구해 자세히 나타내도록 하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도 관리를 등용할 때 단순한 지식창고형 인재가 아니라 비판적이고, 창의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구한 시험 책문이 많이 있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단순한 암기를 통해 축적된 지식형 인간은 인공지능인 A.I에 비할 수 없게 되었다.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협업능력, 의사소통 역량>

라마승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공부를 점검하는 모습
라마승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공부를 점검하는 모습

OECD가 제시한 21세기 역량은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협업능력, 의사소통 역량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으로 이와 같은 능력을 길러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OECD 35개국 중에 수능과 내신이 둘 다 객관식 상대평가인 체제는 일본과 우리나라 뿐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교육혁명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만 객관식 평가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생각을 꺼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존의 방식인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에서 자신의 생각을 꺼내는 교육으로 바꿔야한다.

IB 학생들이 객관식 평가가 아닌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는 시험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잠 못자며 전력을 다해 공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정답이 정해져 있는 현재의 수능과 내신을 대비하기 위해 잠 못 자며 전력을 다해 공부하고 있다.

잠 못 자며 공부하는 것은 같은데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중`고등학교 교육 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교수가 요구하는 답을 충실히 적어낸 답안지가 높은 학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은 수업에서부터 창의적 사고를 허용해 주어야 한다. 교사나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창의적 사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수업 분위기와 문화가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창의적 사고력이 평가에 인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창의적으로 하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창의력이 성적에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지식의 숙지만이 반영되는 구조라면 창의력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려면, 교실에서 교과서의 생각이나 저자의 생각이 아닌, 학생 스스로의 생각을 해낼 수 있도록 질문이 주어져야 하고, 우수한 창의력이 고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평가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조선시대 성리학자나 선비들의 학습 방법은 스승을 찾아가 묻고 답을 듣고, 다시 되 묻는 것이었다. 불가에서 스승과 제자의 공부 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스승이 질문하면 제자가 답하거나 제자가 묻고 스승이 답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질문이 없는 교실은 죽은 교실이다. 학생들의 엉뚱한 질문마저도 소홀히 대하지 않는 교사의 태도가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낼 수 있다. 4차산업은 우리에게 엄청난 변화와 새로운 필요를 강요하고 있다. 이 변화는 혁명을 이룰 교육에서 비롯되어야 하고, 교육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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