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사자성어
교수들의 사자성어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12.30 10:51
  • 호수 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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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교수들이 올해를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고 보도했다. 공명지조란 운명을 함께한 새라는 뜻으로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는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다.

그런데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나며 한 몸이면서도 성질이 달랐다. 한 머리가 몸을 위해 항상 맛있는 열매를 혼자만 챙겨 먹었고,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는 어느 날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어 결국 독이 온몸에 퍼져 둘 다 죽고 말았다는 얘기다.

운명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 살려고 상대를 죽이려 하는 오늘의 현실을 꼬집어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공명지조로 뽑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의 정치현실을 두고, 둘 다 나쁘다는 양비론의 시각으로 보는 교수들의 견해는 옳지 않다. 많은 국민들이 어떤 정치세력이 잘못하고 있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이름을 팔고 있는지 알고 있는데 교수들만 이를 모르는 것 같다.

하기야 정치인이나 교수, 언론인들이 대부분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니 국민들이 보는 나쁜 정치세력들과 이심전심으로 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이나 70년대와 80년대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권익을 외치며 싸웠던 청년, 대학생들이 중년이 되어서는 기득권에 편입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으니 더 말할 것이 없다.

공명지조에 이어 교수들이 선택한 사자성어가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무엇이 물고기 눈이고 무엇이 진주인지,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힘든 상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세상은 늘 진실과 거짓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고, 가짜가 진짜를 흉내내며 불의가 정의를 공격하기도 한다. 이를 가려서 진실과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람들이 성직자이고, 언론인이며 지성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성직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거짓이고, 가짜이며 불의를 행하고 있고, 지성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좇아 진실을 외면하며 언론인들은 거짓을 진실이라고 하고, 가짜를 진짜라고 호도하고 있다.

먼저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광훈이라는 사이비 목사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 쇼를 하는 내용이 무슨 보도 가치가 있었을까? 그의 비상식적이고, 무지한 주장과 사회를 이간질하는 극단적 발언이 공중파는 물론 보수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었다.

반동적이며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는 전광훈의 발언을 아무 비판도 없이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 공정을 가장하여 독자나 시청자가 옳고 그른 것을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사악한 행위다. 교수들은 무엇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태라는 뜻으로 어목혼주(魚目混珠)’를 두 번째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구별하고 이를 알려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교수와 지성인들은 그동안 방관만 하고 있다가 이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 믿음과 양심을 상실한 종교인이 얼마나 타락하였고, 그 위험이 큰지 실감하였다. 종교 지도자라는 가면을 쓰고, 평신도보다 못한 신앙생활을 하며 탐욕과 어리석음에 빠져 신자들을 바르게 인도하기는커녕 자신과 교인들을 나락으로 모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 정치와 사회가 진실과 거짓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고, 자신만 살겠다며 상대를 짓누르는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정치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종교 지도자와 교수, 언론인 등이 진실을 밝히고, 거짓을 꾸짖으며 정의를 바르게 세우지 못한 탓이 크다.

교수들은 공명지조와 어목혼주에 이어 반근착절(盤根錯節)과 지난이행(知難而行) 그리고 독행기시(獨行其是)를 꼽았다. 나무뿌리와 마디가 얼크러진 상황이나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하는 것 모두가 우리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은 것을 뜻하고 있다. 내년에는 제발 따뜻하고 아름답고, 배려하는 의미의 사자성어가 교수들에게서 뽑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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