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만난 두 사람
베트남에서 만난 두 사람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12.23 14:10
  • 호수 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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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부 지역에 있는 달랏은 안남산맥 남쪽 끝 해발고도 1,4001,500m의 람비엔 고원지대에 있으며 우거진 소나무 숲은 열대 지방에서 유일하게 발견되고 있다. 달랏은 인구 4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로 관광, 화훼, 시설하우스 원예농업 등이 주요 경제 수단이다.

달랏대학은 농업관련 연구가 활발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학생들의 70% 이상은 달랏 지역 밖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다. 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주변의 작은 방을 얻어 자취를 하고 있는데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해서 학생들의 자취방을 벌집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달랏대학에는 2004년도에 한국어과가 개설된 이후로 학생 수가 점점 늘어 현재는 400여 명의 학생이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 그리고 한국의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이 곳 달랏대학 한국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등 타오는 달랏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달랏으로 유학 온 여학생인데 달랏 취재에 통역을 맡아 주었다.

그녀의 삼촌이 달랏대학 교수이고, 언니도 달랏대학을 졸업하여 자연스럽게 달랏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타오는 한국 이름을 지혜라고 지어 부를 정도로 한국을 좋아하는 야무진 학생으로 한국어과에 교수로 재직 중인 사람의 소개로 만났다.

타오는 커피농장에 있는 커피 판매장과 달랏의 특산물인 아티소차 판매장에서 베트남으로 여행 온 한국 사람들이 여행사의 농간으로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커피농장과 아티소차 판매장은 베트남 사람들과 한국관광객이 이용하는 곳이 구분되어 있어서 들어가는 입구가 다르거나 판매장이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두 곳의 가격은 무려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했다. 한국 관광객은 베트남 사람들보다 세 배나 많은 돈을 주고 커피를 구입하고 있었고, 관광객에게 씌운 바가지요금은 여행사와 현지 판매장의 뒷거래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행사들은 경쟁적으로 항공료에 불과한 저가의 여행상품을 내놓고 관광객을 유인하여 숙박비와 식비 등을 현지에서 여행객들이 구매하는 물품 가격에 몇 배를 올려 받아 이를 보충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정직한 타오는 한국 관광객을 한국인 전용 매장에 데리고 가면 판매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팁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호치민에서 만난 응엔 뚜이는 한국으로 시집 왔다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간 안타깝고, 가슴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아 한국말이 서툴러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기 시작하여 6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먹과 발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베트남으로 돌아간 그녀는 한 달에 500만동(우리돈 25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호치민 시내를 안내한 그녀는 동행한 선배가 오토바이를 탄 남자에게 휴대전화기를 날치기 당하자 수십 번이나 우리에게 사과를 했다.

우리나라(베트남) 사람들 나빠요. 정말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응엔 뚜이를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다. 한국으로 시집와서 6개월 동안이나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이혼을 한 뒤 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베트남으로 돌아간 그녀는 한국인 남편과 대한민국이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휴대전화기 한 대 날치기 당한 것을 두고 그녀는 수십 번이나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울컥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전쟁기념관에 가서 한국군이 얼마나 많은 베트남 양민들을 죽였는지 사진을 통해 보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에서 임신한 부녀자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베트남 사람들을 죽이고도 우리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얼마나 보상했는가?

베트남 전쟁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보다 잘 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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