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가장 남쪽에 있는 포르투알레그리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와 인접해 있는 도시로 인구는 약 150만 명이며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 이민자들이 유입되어 주민의 구성이 다양한 곳이다.
이 도시는 1989년 세계 최초로 사업예산에 대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실험적으로 도입하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점차 발전하였고, 이후 이 제도는 브라질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남미와 유럽의 여러 도시들까지 확산되었다.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시작한 주민참여제는 현재 40여 국가에서 3000여 개 지방정부가 도입했으며, UN은 이 제도를 세계 40대 모범 시민 제도로 선정하였고, 세계은행은 시민사회의 대표적인 협의모델로 평가했다.
주민참여예산제란 지방예산 편성 등 예산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오던 지방예산의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주민의 행정수요를 반영한 효과적인 자원 배분과 재정운용의 투명성, 책임성, 건전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주민참여예산제 운용조례 모델안」을 제시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제도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2011년부터는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하여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실시를 의무화하고, 이에 따라 각 자치단체들이 조례제정을 추진하였고, 2018년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예산과정의 범위가 ‘지방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방예산 편성 등 예산과정’으로 확대되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정부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패를 줄였으며 저소득층과 여성, 청년, 노동자, 농민의 참여를 활발하게 하여 시민사회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주민참여예산제는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엘리트 정치인들에 의해 독점되어온 지역 의제(아젠다)의 결정권을 주민과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높이 평가된다.
포르투알레그리시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한 것은 브라질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노동자당이 시정부를 장악하면서 시작되었다. 노동자당은 상파울루 금속노조 위원장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가 1979년 12월 창당했으며 2002년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후보가 승리해 집권 여당이 되기도 하였다.
주민참여제는 예산의 편성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거주하는 지역에 꿈과 비전을 갖게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인 조직을 꾸려가며 주민의식의 성장을 가져와 주민 네트워크의 증가를 가져왔다.
물론 주민참여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기영합주의인 포퓰리즘이 발생하고, 조직화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예산이 우선 편성되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주며 지방정부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상향식 민주주의 정착과 효율적 예산집행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장성군의 내년도 예산안은 12월 초 장성군의회에서 심의의결하게 된다.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제의 원래 취지인 예산편성과정에서부터 참여와 이를 위해 주민에게 공개되어야할 예산이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은 의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 전까지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포르투알레그리 시는 2010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온라인 투표, 온라인 예산 상담, 온라인 예산 네트워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통해 주민 참여의 편리성과 신속성을 더했다. 주민은 2011년에 도입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산편성과 예산 서비스 등의 진행 과정을 감시할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과정에서 주민이 알지 못한다면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