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학교 등 주요 20개 대학의 의`약학과와 로스쿨생 절반 이상이 월 소득 1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박찬대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20개 대학의 의약계열 및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장학금 신청현황에 따르면 의`약대생의 59%, 로스쿨생의 52.3%는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도 월 소득 138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 자녀는 의약대생·로스쿨생 3명 중 한 명 꼴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대생의 36.4%, 로스쿨생의 31.9%가 소득분위 10% 이내에 해당하는 부모의 자녀들이라는 것이다.
학교별 고소득층 자녀 비율은 의`약대생의 경우 고려대(76.0%), 영남대(71.4%), 전북대(70.2%)순으로 많았으며 로스쿨의 경우 한양대(68.8%), 고려대(66.3%), 이화여대(64.6%)순이었다.
과거에는 계급으로 권력이 상속되었다면 이젠 부의 정도가 권력과 함께 세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권력 집단을 형성한 것은 고려가 정권을 잡은 뒤였다. 고려 왕조를 창건한 귀족들은 태조의 논공행상에 따라 건국 공신이 된 이들을 포함하여 신라귀족, 군사 지휘관 그리고 지역의 토호세력이었다.
재력과 군사력을 가진 토호세력은 왕권에 대한 위협이 되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중국에서 본 딴 과거제도였다.
고려 초에는 출생과 세습만이 귀족에 속하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조건이었지만 과거제도를 통해 선발된 인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료사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러 과거시험이 더욱 체계화되었지만 관직에 나가는 길은 과거시험보다 집안의 배경으로 임명되는 음서직이 두 배나 많았던 점을 보면 계급과 권력의 대물림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숙종 때 중급 관리였던 김동(1673~1676)은 “관리들은 국왕에게 누군가를 천거할 때 으레 누구의 아들이라거나 형제라고 하며 누구의 족속이므로 임명하거나 승진할 만하다고 언급합니다. 이들은 천거한 인물들이 현명한지 어리석은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지 않습니다.”고 비판하였다.
봉건제도와 자본주의 병폐를 척결하겠다고 출발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도 ‘부와 관직의 대물림’ 현상으로 집안 배경이 좋지 않은 젊은이들이 취업이나 교육에서 좋은 집안의 자제와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 경제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정·재계 진출용 인맥 쌓기 목적으로 결성된 사조직인 봉화조는 30대 후반∼40대 초반, 대부분 김일성종합대·평양외국어대 등 최고 명문대 출신으로 국가안전보위부·인민무력부·정찰총국 등 권력기관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주말이면 보수와 진보가 편을 갈라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녀를 보면서 부와 권력의 세습을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실망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보수세력에 비해 더욱 철저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진보세력에게는 조국장관이 적지 않은 딜레마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보 학자의 개인적 도덕성을 따지고 묻기 전에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의약대생과 법학전문대학원생 가운데 부모의 소득이 상위 10% 이내에 들어가는 학생이 세 명중에 한 명이라고 하지 않는가?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는 뜻이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개천과 용소가 다르지 않는 사회를 이루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것이며 우리가 건설해야할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