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삭발 릴레이
자유한국당의 삭발 릴레이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9.09.23 23:50
  • 호수 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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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이탈리아의 옛 수도원을 방문하였는데 머리를 깎고 한 손에는 해골을 감싸 안은 수도사의 동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머리를 깎은 것은 세속과의 인연을 끊는다는 의미이며 해골을 안고 있는 것은 무상함을 깨우쳐 집착을 버리기 위함이라고 들었다.

가톨릭교회 수도사들의 삭발 전통은 7세기까지 이어졌다고 하는데 1972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삭발제도를 폐지할 때까지 일부 수도사들의 삭발전통은 이어져 왔었다.

불교에서는 출가를 삭발염의라고도 표현한다. 머리를 깎고 검정(먹물)색으로 물들인 옷을 입는다는 말이다. 승려들이 입는 옷을 치의(緇衣)라고도 하는데 이는 검정색 옷이라는 뜻으로 검정색 옷이 자주 빨게 되면 먹물이 빠져 회색으로 변하는데 요즘 우리나라 승려들은 대부분 회색으로 된 옷을 입고 있다.

머리의 상징적인 의미로 보았을 때 삭발은 한 사람의 인격이나 능력 그리고 사회적 위치 등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기득권을 버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 부르며 번뇌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따라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번뇌를 끊어버린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에 삭도라는 칼로 남김없이 베어낸다. 출가한 수행자는 머리카락 뿐 아니라 수염도 깨끗이 잘라냈는데 이는 불교 교단이 만들어진 뒤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보통 음력으로 초하루와 보름날을 삭발일로 정해 머리카락을 자른다.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삭발 릴레이를 펴가며 조국 법무부장관 퇴진과 문재인 정부의 헌정유린을 규탄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헌정유린을 하였다는 것인지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올해 들어 사법개혁안과 선거법 개정에 대한 여야 4당의 합의에 의한 패스트트랙을 빌미로 석 달 가까이 국회를 공전시키더니 이제는 법무부장관 임명을 이유로 또 다시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뿌리인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 독재정권 때 민주화를 요구하는 청년학생들과 민주인사 그리고 노동자들을 불법과 악법으로 잡아다 가두고 고문하던 때 그들이 마지막으로 비폭력 저항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 삭발투쟁이었다.

그들에겐 그들을 대변해줄 신문과 방송도 없었으며 심지어 사법기관마저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그들의 억울한 상황을 보호해 주지 않았다. 당초에 그들에게 권력도 돈도 없었지만 그들이 가진 마지막 하나인 목숨마저 버릴 각오로 잘라낸 것이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감옥으로 가고, 학교에서 쫓겨났으며 취업은커녕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고난의 삶을 살아야 했다. 마치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던 투사들과 다를 바 없이 말이다.

중세 가톨릭 수도사들에게 삭발은 세속과의 인연을 끊는다는 것이었으며 불가에서도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더 나아가서는 번뇌의 씨앗이 되는 욕망마저 떨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 하는 삭발이란 행위는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에 충성을 하여 공천을 받으려는 몸부림이거나 현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들을 결집하기 위한 퍼포먼스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버리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더 많은 기득권을 갖기 위해 국민들을 볼모로 삼고 있을 뿐이다.

현 정부가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면 국회를 공전시킬 것이 아니라 의원직을 버렸어야 했으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모두가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문재인 정부와 싸워야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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