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인가?
현대판 음서제인가?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08.26 11:10
  • 호수 7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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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때부터 특별한 공로가 있는 공신이나 현직 당상관(`차관급) 이상의 자손은 과거를 치르지 않고도 관리로 채용하였는데 이를 음서제라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왕족이나 공신의 후손 그리고 고관의 자손에게 음서제가 해당되었는데 왕족이나 공신은 자녀뿐 아니라 외손자와 조카 그리고 사위에게까지도 혜택을 주었다. 따라서 음서직이 과거 급제자보다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조선시대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당해 년에 ‘11()’의 원칙으로 시행되어 음서출신자 수가 과거급제자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더구나 음서출신자들은 집안의 배경에 따라 처음부터 유리한 조건에서 벼슬을 시작했는데, 대략 15세를 전후하여 관직에 임하여 대부분이 5품 이상 직에 올랐고, 절반가량이 재상에 진출했다.

조선시대 과거 급제자가 14천명이 넘었는데 이들 가운데 20세 미만은 30명에 불과하고 평균 나이는 35세가 넘었다. 따라서 스무 살 이전에 벼슬을 시작하는 음직은 높은 관직에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1776년부터 1894년까지 관직에 진출한 사람들을 보면 문과 급제자가 4574명이었고, 음서직이 10.706명으로 두 배가 넘었다. 물론 음직에는 부모에 대한 효행이 지극하거나 주의 사람들에게 덕을 쌓은 사람들이 천거되기도 하였으나 이들도 대부분 부모를 잘 둔 사람들이다.

봉건사회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음서제와 함께 땅을 하사하는 공음전제도가 있다. 공음전은 고려시대부터 시행하던 제도로 처음에는 관직에서 물러나면 토지를 반납하였으나 후에는 세습이 허용되었다.

자손이 반역이나 큰 죄를 짓지 않으면 상속되었고, 아들이 없으면 사위, 조카, 양자 등에게도 상속이 가능했다. 공음전이 나라에서 주는 땅이지만 개인 소유지나 다름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위 관료를 임명할 때마다 적지 않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현대판 음서제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재산의 상속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민의 의무인 병역마저도 지위가 높을수록 면제비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공평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보수정권이라고 하는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 고위공직자 자녀의 12.6%가 병역면제를 받았으며 장관급 본인은 25명 중에 8명으로 30%가 넘는다. 박근혜정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황교안 자유한국당대표(당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는 만성 담마진이라는 두드러기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365만 명의 신체검사자 중에 이 질병으로 면제를 받은 사람은 겨우 4명에 불과했다.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전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에 대한 의혹이 연일 꼬리를 물고 있다. 여느 후보자와 달리 조국후보 자신의 문제는 거의 없고 딸과 가족에 대한 의혹제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그의 딸에 대한 의혹은 분명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비록 야당이 제기한 의혹이 조후보의 딸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경력으로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의 정서와는 많이 괴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후보 검증과정에서 그의 동생과 이혼한 제수의 신상은 말할 것도 없고, 고인이 된 부친의 묘소 상석까지 사진을 찍어 언론에 퍼뜨리는 일은 지나친 행위다.

공자의 아들인 백어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상복을 입고 곡을 하였다. 공자는 백어에게 공씨 집안의 여자가 아닌데도 복상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였다. 백어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천륜을 끊을 수 없어 복상을 하였지만 살아계신 아버지에 대한 효를 행하기 위해 3년 상이 아닌 1년 상으로 마쳤다.

후보 검증은 철저히 해야겠지만 동생의 가족까지 끌어들여서 위장이혼 여부를 따지는 일은 도를 넘었다. 그나저나 부유한 진보학자로 알려진 조국 후보자는 여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국민들의 커다란 실망을 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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