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네덜란드를 농업강국으로 만들었나?
무엇이 네덜란드를 농업강국으로 만들었나?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08.13 11:16
  • 호수 7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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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농식품 수출 규모 1120억 달러(세계 2위)
인구1700만 명, 면적 415만ha(우리나라 1천만ha)의 기적

장성군은 농업 인구가 2017년 기준 115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70세 이상이 4100여명, 60~69세까지가 2900명으로 60세 이상 농업인이 7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농업인 가운데 60세 이상이 60%를 넘는 비율이다.

경작 규모는 전체 5800농가 가운데 1ha 미만이 3900농가로 절반이 훨씬 넘고, 5ha 이상은 230여 농가에 불과해 소규모 영세농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장성군의 농업인 수가 현재보다 30%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전체 농업인 가운데 노령 농업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인의 노령화와 소규모 영세농 현상은 장성군 뿐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의 현주소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책과 노력이 절실하다. 그렇다고 지방정부에서는 손 놓고, 중앙정부의 대책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농업 정책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본지는 세계 농업강대국의 하나인 네덜란드의 농업 정책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의 지방농업 정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네덜란드 농업은 왜 강할까.>

네덜란드는 1인당 농지면적이 0.06ha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평균 기온, 일조량, 강수량 등을 비교하면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농업환경이 더 열악하다.

그런데도 세계 농식품 수출규모는 미국(1822억달러) 다음인 1120억 달러로 2위이며 다음이 독일과 브라질 순이다. 인구 1700만 명의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는 농업과 농식품업 관련 인구가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불과한데도 수출은 우리의 10배나 된다.

일찍부터 네덜란드는 농업을 지식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1차 산업에서 2, 3차산업의 결과물을 결합시킨 복합 농식품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원예와 축산은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시`군의 농업기술센터에서 여러 가지 강좌를 열어 농민들이 취향에 맞게 수강하게 하고 있다. 장성군은 올해 11기를 맞는 미래농업대학에서 먹거리유통학과, 약용작물학과를 개설하여 미래 농업인 또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을 교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업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네덜란드 농촌에서는 우리나라 작목반과 비슷한 지식서클이 있어서 농민들이 학자, 공무원, 기업체 등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필요한 분야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모임이 매우 활성화 되어 있다. 여기서 새로운 기술, 법규, 규정은 물론 병충해, 질병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우리는 공무원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농민들이 수강하는 형식이고, 네덜란드는 농민들이 필요한 내용을 요구하면 공무원이나 전문가가 모여서 함께 토론하는 형식이다.

네덜란드는 농업전문대학인 바헤닝언대학과 정부, 글로벌 식품회사와 농약회사 그리고 농업관련종사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농업강대국을 이루어가고 있다.

바헤닝언을 중심으로 조성된 푸드밸리에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채소생산량 28% 증대, 에너지 사용량 6% 감소, 살충제 사용량 9% 감소 그리고 비료 사용량은 29%나 감소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농업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1850년대에는 인구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19452차 대전 이후부터 꾸준히 농업규모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66천여 명의 농민이 184ha의 농지를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0만 명의 농민이 167ha의 농지를 관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네덜란드 농민이 1인당 농지규모는 우리나라의 농민의 19배에 달한다.

영세농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직접지불제도는 영세 노령농업인이 줄어드는 10년 후에는 점차 개선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네덜란드는 제조업은 기업이 단독으로도 추진이 가능하지만 농업은 정부와 연구소 농민 등이 협력해야 가능하다고 믿었다. 제조업은 새롭게 생산 설비를 도입하여 생산원가와 품질만을 고려하면 되지만 농업은 오랜 전통 농가에 기반하기 때문에 혁신이 쉽지 않고, 이윤추구와 함께 식량안보라는 면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채용을 통해 젊은 인재의 영입이 쉬운 편이지만 농업은 평균 연령도 높고 거의 종신직이기 때문에 인적 교체가 더디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업은 기술, 클러스터, 인프라 등 주로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는 반면 협력, 혁신, 교육 등 소프트웨어에는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대 농업강대국인 네덜란드도 여전히 농업을 위기라고 생가하며 있는데 이는 고령화, 농업인력 부족, 친환경 그리고 동물의 질병 등이다. 네덜란드는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인력을 교육하고 협력을 강화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의 위기는 보조금과 보호정책으로 일관해왔고, 혁신은 농업 현장의 요구가 아닌 대학과 연구기관의 정부 연구비 따기 경쟁이 되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이다.

대부분의 공모 사업은 전문 컨설팅 업체가 개입되어 농민들의 능력과 현실과는 동 떨어진 사업을 추진하게 되고 결국에는 보조비만 날리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고>

김영삼 정부 때인 20여 년 전 FTA협정 체결 후 우리나라 정부가 농업에 쏟아 부은 농업 보조금 등을 보면 결코 네덜란드 정부가 농업에 투자한 보조금보다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은 20년 전과 달라진 것도 없고, 나아진 것도 없다. 장성군에서 가장 큰 행정 조직은 농업기술센터로 서기관급인 소장 1명과 4명의 사무관 그리고 16명의 주무관(계장) 등이 근무하는 곳이다. 농업행정의 일관성 등을 이유로 농정과와 산림축산과에서 축산을 분리하여 농업기술센터로 통폐합을 하였지만 과거의 방식대로 농업보조금을 집행하고, 틀에 짜여진 농업기술교육을 하는 담당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

제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만 결합하면 발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농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기술, 크러스터, 인프라) 그리고 마인드웨어와 소프트웨어와 걸쳐있는(협력, 혁신, 교육)이 고루 발전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업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바로 마인드웨어(생각지도)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선진 시설이나 기술을 수입하거나 모방하여 따라갈 수 있지만, 지속적인 혁신의 동력인 마인드웨어는 단순히 모방하기 어렵다. 서로 간의 관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관련 시설을 모아 하드웨어와 인프라의 측면에서 클러스터는 만들 수 있지만, 협력과 혁신의 마인드웨어가 부족하면 성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협력과 혁신의 마인드를 성장시키는 교육과 상생의 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중간 매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곳이 바로 농업기술센터이다.

장성군의 농업 프로그램을 보면 기술교육과 함께 선진지 견학 그리고 농업 보조금에서 신기술 보급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선진 기술이나 시설 투자에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부어 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은 물론 장성군의 농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협력과 혁신의 마인드웨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술이나 시설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고, 협력과 혁신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제도 개혁이 없으면 장성의 미래농업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판매중인 밀키트
국내에서 판매중인 밀키트

 

<농협개혁이 시급한 까닭은>

본지는 이미 1인 가구 시대에 맞는 농식품 유통에 지자체와 농협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멀지 않아 아파트 구조에서 주방이 차지하는 면적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요즘 텔레비전 광고에 요즘은 집에서 밥을 하지 않아요라는 광고 카피가 등장하였다. 전자레인지에 1분만 데우면 방금 지은 밥과 같은 맛있는 밥을 1인용으로 포장하여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반가공 식품이 가정의 식탁을 점령할 날이 멀지 않았다. 최대 농업 조직인 농협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네덜란드는 이미 간편 포장 요리인 밀박스 판매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1인 가구 비중이 40%에 가까운 네덜란드에서 1인분· 2인분으로 계량된 밀박스(밀키트)가 대량구매의 번거로움을 없앴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는 전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기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네덜란드 밀박스 시장 규모가 202075000만유로(1200억원)가 될 것이

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협은 크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라는 거대조직에서조차 기껏해야 하나로마트와 같은 돈벌이 유통에만 머물러 있다.

일부 농협에서 로컬푸드매장을 운영하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중계하고 있지만 네덜란드의 밀박스와 같은 유통산업을 주도해야 할 곳이 바로 농협이라는 최대 조직이다.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성공 모델을 보여준 로컬푸드가 당초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민과 직접 거래하던 형식에서 벗어나 작은 포장의 반가공 농산물을 이틀이나 사흘에 한번 씩 배달해주는 방식으로 정밀화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농협의 유통시장은 멀지 않아 대형 온라인 유통회사에 먹혀들어갈 것이 뻔하고, 조합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농협은 생존의 기로에 설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 가구 비율은 갈수록 크게 늘어나고, 1인 가구의 주거문화에서 식문화도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다. 집안에 텔레비전 수상기가 사라지고, 일반전화가 없으며 주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과거에는 혼밥의 대명사가 김밥이나 라면이었지만 지금은 혼자 먹어도 품위있게 먹으려는 흐름이 강하다. 따라서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지만 결코 소홀하지 않은 집 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유통회사들이 밀박스와 같은 1~2인용으로 포장한 농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앞으로는 농민들과 농협이 함께 이런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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