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 체험으로 민주주의 의식 키워
지난 7월 1일 전북 부안군 의회에서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부안 동초등학교 학생 30여 명이 의회를 점령한 것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의장(신기욱, 6학년)을 비롯해 군수(박한결, 6학년)와 9명의 군의원들을 선출하여 부안군의회 제 8대 의회 개원 1주년을 맞아 의회에서 마련한 어린이의회에서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의장(신기욱. 6학년)은 “이번 의회 체험활동을 통하여 부안군의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회의 진행은 어떻게 하는지, 군민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는지 등에 대하여 잘 배우고 익혀서 우리 고장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고 학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인사말로 시작하였다.
두 명의 학생이 2분 자유발언에 나섰는데 강래현 의원(6학년. 부안읍·행안면 지역구)은 “학교 밖 어린이들에 대해 우리 군에서는 얼마나 지원하고 있느냐”고 묻고, “지원을 받아야 하는 소외된 어린이들, 때로는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며 부안군의 지원을 촉구하였다.
유채원 의원은 “현재의 노인복지시설들이 병원과의 거리가 멀어 위급한 상황에 긴급하게 대처할 수 없다”며 “응급 비상벨 설치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집행부에 주문했다.
의장은 이어 ‘즐겁고 신나는 학교 만들기 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했고, 의안을 제출한 박한결 군수(6학년)가 발언대로 나와 제안 설명을 했다. 박 군수는 “학교는 가정과 함께 주요한 사회생활의 축소판”이라고 규정한 뒤 “그러나 집단 따돌림, 괴롭힘 등으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즐겁고 신나야 할 학교가 가기 싫은 곳으로 비춰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 모두의 행복과 희망이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조례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회에 없었던 찬반토론이 있는 어린이의회>
질의에 나선 이서윤 의원은 산업건설국장에게 “생활안전 전담기구를 설치해 보다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라”면서 실질적인 정책과 대책을 요구했고, 이예슬 산업건설국장은 “학교폭력 예방 인프라 확충과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 단계별 맞춤형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위한 전문상담시스템 구축과 학교 배움터 지킴이 배치를 통해 학교와 지역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어린이의원들은 조례안에 대해 찬반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다. 김지효 의원은 조례에 ‘급우의 학교생활을 도운 학생에 대한 상장 수여’ 조항을 거론하며 “학생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발언대에 오른 배수빈 의원은 “(이 조례가) 학생들의 올바른 인격 향상에 도움을 주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 의견을, 한정우 의원은 “즐겁고 신나는 학교는 타율에 의한 강요로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자율적인 교육활동에 맡겨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이채린 의원은 “학창시절 학교 폭력에 의한 피해의식은 커서도 사회생활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인성교육을 적극 실시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침내 표결에 들어가고 거수투표 결과 9대 2로 조례안은 가결됐다. 의장이 산회를 선포하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어린이들은 이날 풀뿌리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미래의 부안을 이끌어나갈 소양을 길렀으며 부안군의회는 어린이들을 통해 의회가 나아가야할 참모습을 발견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기사는 부안독립신문의 보도를 참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