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면, 70세 늦깎이 바리스타 강을수 씨
진원면, 70세 늦깎이 바리스타 강을수 씨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9.07.15 23:35
  • 호수 7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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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 장성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진원면 주민자치센터 바리스타 양성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 17명 전원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17명 중 열정이 남다른 연장자 강을수(70) 씨를 찾아갔다.

찾아가자 커피좋아해? 기다려봐! 청결이 우선이니깐 손 좀 씻고라며 앞치마를 메고서는 커피를 내어줬다. 커피는 다시 한 번 찾아오게끔 하는 깊은 맛과 진한 향으로 방안을 가득 채웠다.

 

장성이 고향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성은 제2의 고향이지요

고창에서 태어나 전라남도 이곳저곳에서 공직생활 35년을 하고 2006년 퇴직을 앞두고 진원면으로 왔습니다. 남들은 대부분의 아내가 시골로 가는 걸 싫어라 하던데 저희는 반대였어요. 아내가 먼저 시골로 들어가서 살길 원했습니다.

진원면에 집을 짓고 살면서 한동안은 적응이 되지 않아 저녁에는 항상 광주로 나가서 동창들, 후배들을 만나고 들어오고는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맑은 공기와 집 앞 텃밭에는 제가 직접 키운 채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봄에는 고사리와 죽순을 가을이면 산에 가서 밤을 줍고, 감을 따고 장성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며 이렇게 계절 따라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요새는 광주가 시끄럽게 느껴집니다. 장성은 창밖에만 내려다봐도 한 폭의 풍경화처럼 날아다니는 새들과 논과 밭에 심어져 있는 곡식들이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우연찮게 주민자치센터에서 바리스타 양성과정반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돌아서면 까먹고, 돌아서면 또 까먹는 나이에 하나를 외우면 둘을 까먹어서 힘들었습니다. 집에서는 잘 되다가도 거참 누군가의 앞에서 커피를 내리려고 하면 손이 벌벌 떨리더군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했어요. 공부하면 자꾸 잊어버려 항상 물어보고 연습에 연습을 더하며, 남들보다 두 세배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좋은 자격증을 취득했죠. 바리스타 자격증만 얻은 것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들과 정도 함께 얻었어요. 만남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아닐까요? 요새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으로 어떻게 하면 봉사를 할 수 있을까? 라는 행복한 고민이요

 

이곳 장성, 그리고 나의 집

진원면 저의 집은 다 같이 살기 위해 크게 지었어요. 부모님, 우리부부, 자녀들의 방을 만들기 위해 크게 지었지만 지금은 저희 부부밖에 남지 않았네요. 자녀들은 자기둥지를 찾아 떠나갔어요. 당연히 가야하는 길이지만 집에 한번 씩 찾아왔다 돌아간다고 하면 내심 속으로는 속상하면서 외롭더군요. 하지만 항상 뒤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어머니도 이곳에 잠깐 모셨었고, 저희 장모님도 이곳에서 5년간 모셨습니다.

장모님이 아파서 5년을 모시고 살았는데, 장모님이 사골국물을 좋아 하셔서 자주 고아드렸어요. 그러면 주변 어르신들은 한마디씩 했어요 친 아들도 그렇게 까지 못하것오!”라고요.

알츠하이머 치매로 돌아가신지 2년째 됐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나의 부모님이라 생각하니 당연한 일이죠. 아마 저희 장모님께서는 위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 같아요.저희부부가 잘살고 있는지 말이죠

 

나는야 선적마을 보안관!‘

2층은 저만의 공간이에요. 여기서 보면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죠. 저기 보면 저희 딸이 사는 집도 보인답니다. 주변에 노인분들은 거의 혼자 사시는데 어느 날 2층에서 평상시와 같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앞집 어르신이 오토바이 깔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바로 119를 부르고 뛰쳐나가 오토바이를 세웠어요. 정말 십년감수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습관처럼 2층에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며 저녁엔 불이 켜질 시간에 안 켜진다거나 이 시간이면 마실 나올 시간인데 안 나오면 걱정이 돼서 집으로 찾아가고는 해요. 아 그렇다고 불쑥 집에 들어가진 않습니다! 함부로 그랬다가는 주거침입죄로 신고당해요. 그렇게 동네주민들이랑 이웃의 정을 느끼며 힘들 때 서로서로 돕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옥상쉼터, ‘끼리끼리에서

진원면 주민자치센터 2층 옥상에는 끼리끼리라는 쉼터가 있어요. 여기는 항상 개방되어 있는데 커피를 자기가 만들어먹고 자율적으로 커피금액을 지불합니다, 아직은 쉼터가 미흡하지만 앞으로 조금 더 다듬어서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독거노인, 조부모 위탁자녀 등 한 명이라도 더 도와드리기 위해 각 종의 보이지 않은 행사들도 찾아가서 이번에 취득한 바리스타 자격증으로 맛있는 커피도 만들어 드리고 열심히 봉사할 생각입니다. 이곳 진원면 쉼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좋은 세상을 즐겁게 살아라. 다시는 오늘이란 현재 이 시간이 오지 않는다. 2층 책상위에 있는 달력에는 스케줄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달력에 날짜별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스케줄만큼 강을수씨의 행복 또한 제2의 고향에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100세 시대. 일해 온 날들보다 은퇴 후 살아갈 날이 더 긴 요즘,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숙제다. 일할 때에는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가도,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머지않아 깨닫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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