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해요”
“문 닫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해요”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9.06.24 15:30
  • 호수 7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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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중 앞, 42년째 슈퍼를 운영 중인 김삼남 할머니

 

김삼남(69)씨는 42년째 변함없이 황룡중학교 앞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고 있다.

어릴 적, 학교 앞 슈퍼는 별천지였다. 맛있는 사탕과 아이스크림, 알록달록한 볼펜과 만화주인공이 그려진 공책까지 없는 게 없었다. “우리 집이 슈퍼였으면 좋겠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었다. 동전 몇 개 들고 가서 불량식품을 호주머니 가득 담으면 그때의 행복함은 잊을 수 없다.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하면 김 할머니의 하루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금은 65명의 학생뿐..

황룡중학교 4회 때부터 슈퍼를 시작했어요. 이번에 46회 학생들이 졸업을 했으니 42년 쯤 됐나? 꽤 오래 했죠. 옛날에는 황룡중학교에 1,400여명의 학생들이 다녔어요. 슈퍼는 학생들이 학교를 가기 전 준비물을 챙기기 위해 꼭 들르는 곳이어서 등·하굣길에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어요. 버스를 타고 일찍 등교하면 아주머니 문 좀 열어주세요하고 들어와서는 슈퍼 안 방안에서 이불을 덮고 시간을 보내다가 등교를 하는 학생들, 몸이 아파 잠시 누워있다가는 학생들, 방학숙제를 같이 하자고 찾아오는 학생들로 슈퍼는 항상 왁자지껄했어요.

지금은 다들 도시로 떠나고 시골에 젊은이들이 줄어들면서 아이들도 줄어서 현재는 65명의 학생들 밖에 없어요. 슈퍼에는 가끔 급하게 사오지 못한 준비물을 사러 오는 학생들뿐이죠

 

부모가 된 졸업생

“4회 졸업생들이 가장 생각이 많이 나요. ‘김명숙’, ‘임채란’, ‘기영희슈퍼를 처음시작 할 때여서 그 당시 학생들의 이름은 안 잊어버리고 있어요. 많은 학생들이 있지만 저한테 첫 학생들이 기억에 남아요. 옛날에는 맞은편에도 슈퍼가 있었는데 거기는 남학생들이 우리 슈퍼에는 여학생들이 많이들 왔는데 그 당시에는 모자, 체육복, 명찰부터 시작해서 국수, 튀김 등 요깃거리도 함께 팔았어요. 그러다보니 슈퍼를 항상 열어야 했고 저의 모든 시간도 슈퍼와 함께 했어요. 그래서 지금껏 여행한번 가본 적이 없네요. 학생들이 졸업하고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에서 슈퍼를 운영하다보니 커서도 잊지 않고 찾아주면 반갑고, 보람이란 것도 느끼곤 해요. 아주 어렸을 적에 봤던 학생들이 커서 둥지를 틀고 지금은 부모가 돼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어요

 

잘 자라줘서 고마워

“40여 년간 슈퍼에서 아이들과 크고 작은 추억들이 많이 쌓였는데 기억에 남은 일은 어릴 적에는 학생들이 호기심이나 충동심에 잠시 잘못된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야단을 칠 일도 아니죠. 잘못된 일에 대해서 깨닫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애들 눈에는 슈퍼에 있는 군것질거리들이 얼마나 맛있게 보이겠어요. 헌데 녀석들이 돈이 어디 있나요. 그래서 가끔 슬쩍 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불러다가 그렇게 먹고 싶으면 할머니한테 달라고 하지. 훔치는 건 나쁜 거야!”라고 타이르기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학생이 찾아와 그때 훔쳐간 군것질 값이라며 돈을 들고 죄송하다고 인사를 왔더라고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마음이, 잘 자라준 게 얼마나 고맙던지..”

 

어느새 세월은 흘러 모든 것이 변하고

시간은 흘러서 모든 것들이 변했어요, 논과 밭이던 땅에는 건물이 생기고 노후 된 건물은 허물어지고 고향을 찾은 졸업생들이 보이는 것이 다 달라졌어도 작은 공간이라도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면 옛 추억을 떠올리겠죠? 졸업생들은 동창회나 명절에 장성을 오면 항상 들려서 안부를 묻고들 가요. 아직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어주셔서 감사하다면서요. 그래서인지 계속 이 자리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황룡중학교가 학생 수도 줄어들고 문을 닫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손자 같은 녀석들 때문에 웃고 살았는데 아쉬워요

황룡면에 거주하고 있는 황룡중학교 졸업생 김모씨(56)한번 씩 지나가다 들리면 학교 다닐 때의 아주머니가 그대로 같은 자리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계셔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새는 하루 종일 슈퍼를 지키고 있어도 몇 만원 벌기도 어렵다. 42년 동안 황룡중학교 교문 앞에서 초지일관 운영했던 슈퍼가 문을 닫아야 할 때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김 할머니는 서운하다. 김 할머니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슈퍼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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