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김병국
  • 승인 2019.06.17 11:36
  • 호수 7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그러니까 1993년에 출간된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당시 450만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 지금도 인쇄를 계속한다고 한다. 독자층이 계속된다는 말이다. 그 뉴스가 왠지 모를 반가움과 소회를 느끼게 한다.

내용이 흥미롭고 등장인물을 통한 예리한 사건 분석이 빛나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선명한 묘사로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다. 구성이나 문장 어느 곳 하나 억지스러움이 없는데다 곱씹고 싶은 통쾌한 시나리오의 결말이 소설의 그리움을 유도 한다.

많은 이들이 읽었을 터다. 기억을 상기하는 차원에서 후반부 내용 몇 문장을 간략히 더듬어보자. 반도일보 사회부 권순범기자는 북악 스카이웨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이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유력한 노벨상 후보인 이용우박사임을 알게 된다,

또한 이용우박사를 한국에 불러들인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이다. 한반도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용우 박사와 핵개발에 몰두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박사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다. 머지않아 대통령 또한 중앙정보부장에게 죽임을 당한다.

권순범기자는 핵개발을 위해 비밀리에 인도에서 플루토늄을 들여와 청와대에 보관 중이라는 사실까지 취재하며 알게 된다. 그러나 미국의 삼엄한 감시로 핵개발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남한은 북한과 공동으로 핵개발을 진행한다.

일본이 아시아지역 패권을 위해 독도를 핑계로 한국과 전면전을 선포하고 침략을 강행한다. 턱없이 밀린 한국은 미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몸을 사린다. 둘로 나뉜 발사 장치를 가지고 북한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합일된 발사 장치로 일본을 향해 핵을 발사한다.

설마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했을까 했던 일본이 요격이 불가능해진 탄두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최신형 핵폭탄을 확인하며 한국에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애원한다. 한국은 일본의 주요도시를 향하던 핵을 무인도에 떨어뜨림으로 전쟁을 끝내고 소설은 막을 내린다.

사실 이 소설은 팩트를 기반으로 창작된 소설이다. 이휘소라는 물리학 박사가 있었고, 자주국방을 간절히 원하던 박정희 대통령의 꿈이 핵이었다. 핵은 무섭고 두려운 무기다. 섣불리 언급하기조차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핵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중요한 화두다.

소설 중간 부분에 인도는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국방력이 세계 최상위그룹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말하는 구절이 있다. 그만큼의 위력이 있다. 항공모함이나 전투기 혹은 군대 숫자 같은 건 의미 없어진다. 그건 핵이 없는 나라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무기다.

북한이 갖은 어려움을 뚫고 핵무기를 완성했다고 위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엄연히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다. 그렇다고 없다부인할 수도 없다. 트럼프식이든 문재인식이든 슬기로운 협상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문득 김진명의 묘수를 떠올려본다. 쉽지 않겠지만, 혹은 우스꽝스런 생각일 수 있겠지만 남북 합일된 키가 아니면 발사되지 않는 발사 체제를 갖는다면물론 북한이 원하는 대가가 있을 것이다. 지금 여러 가지 협상들이 그런 틀에서 검토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보수 정치꾼들이 막말을 쏟아내며 발악하는 건 아마 그런 시나리오로 북한 핵 협상이 마무리될까 싶어서다. 그럼 그들의 막말은 근거를 상실한다. 존재감도 위기를 맞는다. 우리가 남북 대화에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기대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한반도가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이 우리의 평화를 영원히 보장해 주겠는가하는 물음을 반복해야한다. 이제는 신미양요도 임진왜란도 병자호란도 없는 영원한 평화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인가 의심해야한다.

통일이 되면 평양 사람들이 제주도를 우리나라 남쪽 섬이라 말할 것이고, 우리는 한강에서든 대동강에서든 유람선만 타면 그만이다. 자산이란 대차대조표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