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 이제는 직접민주주의다(2)
지방자치 - 이제는 직접민주주의다(2)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06.17 11:24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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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위스 지방자치의 직접민주주의
글라우스 전경
글라우스 전경

 

<시민은 서울시의 주인이자 최종 정책의 결정권자>

지난해 104일 유럽순방 중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위스에서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했다. 박 시장은 취리히 주 타운홀 미팅을 참관하고 시민참여 방안을 모색하며 "시민은 서울시의 주인이자 최종 정책의 결정권자"라며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책 입안부터 실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직접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정책의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스위스는 세계적으로 직접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로 1년에 한 번씩 지방자치단위(코뮌)의 광장에 모여 주요 사안들에 대해 안건들을 내고 투표하는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가 이루어지고 있다.

1231년 우리(Uri) 칸톤에서 시작하였으며 1387년 대부분 칸톤에서 시행됐다. 스위스의 칸톤은 인구 30만 명 내외의 지방자치 단위를 말하는데 이 칸톤이 모여 스위스 연방국가를 이룬다.

스위스는 참정권, 국민제안, 국민투표, 청원 등이 발달 돼 있는데 참정권의 경우 하원선거권은 18세 이상의 국민이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민주주의가 일찍 발달된 나라들로 특히 스위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은 직접민주주의와 연방주의다. 이 원리원칙에 따라서 권력의 분권화가 중요시 된다.

스위스의 각 주(칸톤)은 고유의 주 헌법과 주 법률, 고유의 법제, 선거 및 국민투표에 대한 정치적 권리를 갖게 는데 스위스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이유다. 스위스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등 4개 언어가 공용어로 인정되어 다국어가 존중되고 소수가 보호되는 사회다.

로망슈어의 사용인구는 불과 5만 여명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이를 공용어로 인정할 만큼 소수자를 보호하고 연방에 대한 권력집중을 견제하고 있다.

 

<스위스 연방의 직접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와 다른 개념의 민주주의는 간접민주주의 또는 대의민주주의다. 주권을 가진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단체장 등을 선출하여 그들로 하여금 입법권과 행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선출한 국회가 반드시 국민의 뜻과 같을 수는 없다. 국민의 다수인 70% 이상, 전국 시장`군수의 80% 이상이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하고 국회는 모른척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고,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럴 때 국민들이 직접 법개정을 발의할 수 있다.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국민 다수의 뜻과 어긋날 때도 국민들은 이를 바꿀 수 있다. 한마디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법률의 최종 결정권자도 국민이다는 인식이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가단위에서 , 국민투표제,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등을 포함한 직접민주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스위스와 우루과이 그리고 대만이 있다. 우루과이는 농민출신으로 대통령으로 재직하다 건강문제로 사직하고 다시 농민으로 돌아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로 인해 정치적으로 많이 알려진 나라이다.

국가 단위가 아닌 지방정부로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가 있다. 국토는 한반도의 크기와 비슷하고 인구는 약 3700만 명으로 1911년부터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다.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제도가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대의 민주주의와 함께 나란히 다른 한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접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보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대부분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 현존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둘째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인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스위스는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맞물려 돌아간다. 국가 차원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한계를 직접 민주주의가 보완하며 함께 돌아가는 구조로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촉매제다.

지방정부(칸톤) 차원에서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의 여러 정치경제학자들이 '직접 민주주의와 행복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는데,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하여 주민들의 정치참여가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 경제성장률도 높고, 주민들의 행복도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생갈른 대학의 겝하르트 교수와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 라스 펠트 교수의 최근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위스에서 직접 민주주의 제도가 더 발달한 지방 자치 단체가 경제성장률은 평균 15%가 높았고, 세금 연체율은 평균 30%가 낮았으며, 지방 자치 단체 재정 적자는 평균 25%가 낮았다.(오마이뉴스 보도)

주민들이 이기적 결정으로 세금을 낮춘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의민주주의 신봉자들의 주장과 달리 스위스 제네바 칸톤은 1993년도에 지방 재정 확충을 위해 자동차 연료에 대한 세금 인상을 주민들이 결정하였고, 노후연금 재정 확충을 위해서 부가가치세 인상을 주민투표를 통해 스스로 통과시켰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가 아니다>

선거 때가 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라는 표어를 내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발달한 유럽에서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 위기론이 대두됐다. 대의 민주주의제도는 형식적, 절차적 민주제로 선거를 통해 우리가 직접 뽑은 사람이 통치하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형식적 민주주의가 질적인 민주주의로 나아가지 못한다. 고대 아테네 직접민주제에서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직접 토론하고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세금을 올린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했다. 정치지도자 역시 선거로 뽑지 않지 않고 추첨으로 뽑았다. 시민은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주권이 국민과 주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과 철학을 망각하였다. 모든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되살릴 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거버넌스도 질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주민참여제도가 많이 늘어나고 활용되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 등 연방국가에서는 주(지방정부)마다 법과 제도가 다르다. 주마다 독립된 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에서의 지방자치는 분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에서 독자적인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에서부터 사람들의 직접참여가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주민자치라고 한다. 따라서 마을민주주의는 자신들의 생활의 문제를 마을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축제가 된 글라루스 란쯔 게마인데>

글라루스는 인구 12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로 알프스 산맥의 험준한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 란쯔게마인데라고 부르는 주민총회가 열린다.

취리히에서 기차로 2시간 반정도의 거리에 있으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목축과 낙농을 하고 있고, 일부 소규모 공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란쯔게마인데는 한마디로 생활의 정치화, 정치의 생활화라고 주민 총회이며 총회의 내용은 모두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스위스의 란쯔게마인데는 800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광장에 모여 중요한 안건을 올려 토론을 한 뒤 유권자 모두 거수로 자신의 뜻을 표현한다.

주민총회는 16세부터 가능하며 오전 9시에 시작한 주민총회는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한다.(스위스 연방의 투표 가능연령은 만 18세부터다). 안건마다 견해를 달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즉석에서 토론을 하고 토론이 끝나면 표결을 하게 된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이 곳을 찾기도 한다. 란쯔 게마인데는 주민들의 축제이자 스위스의 작은 도시 글라루스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된 것이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것들>

글라루스의 란쯔 게마인데의 안건을 보면 지역 주민들의 세금을 인상할 것인가?’. ‘대중교통을 무료로 할 것인가?’, ‘금연실시를 해야겠는데 금연실시를 할 경우 어느 곳은 되고, 금연 식당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집집마다 꽃밭을 가꾼다면 무슨 꽃을 심을 것인가?’등 아주 작은 것들도 포함된다.

글라루스 총회에서는 어느 법안 가운데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민 누구라도(16세 이상) “나는 이 법안을 반대한다. 이렇게 바꾸고 싶다고 말하고 이에 대해 즉시 토론을 갖는다. 단 한사람의 의견이라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12천여 명의 주민 가운데 게마인데에 참석하는 주민은 약 4천여 명으로 스위스 정통 복장을 하거나 칼을 차고 나오기도 한다.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스위스 국민들은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서로 대립하거나 모순을 갖는 것이 아니라 씨줄과 날줄이 서로 교차하여 베를 짜듯 서로 보완하여 완성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글라루스의 주민총회는 자치민주주의 곧 지방자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글라루스는 1년에 한번 열리는 게마인데의 날이 아니라도 세계인들이 직접민주주의의 현장을 보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정치가 관광의 자원이 되어 이 곳에는 숙박업과 요식업까지도 활성화 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이 가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지방자치에서도 같이 적용된다.

정책의 뿌리는 주민이며 정책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비록 그 과정이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정책 결정이 늦어지더라도 주민의 다수가 선택한 결정은 주민 모두가 책임을 진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한다는 속담이 있다. 과정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하고 결과는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자치민주주의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방자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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