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 이제는 직접민주주의다
지방자치 - 이제는 직접민주주의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06.10 2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물의 선택이 아닌 사안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헌법 제 1조는 위와 같이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임을 선포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국민에게 주권이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95년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는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24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에서 조차도 민주주의 실현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주민들이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아 그들에게 권력을 양도하는 대의민주주의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한 가지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란 어떤 것이며 외국에서는 이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사례 등을 보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직접민주주의의 역사

2. 스위스 지방자치의 직접민주주의

3. 일본 주민자치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4. 4차산업 시대에 직접민주주의는 더 쉬어진다

5. 지방자치에서 직접민주주의의 방법과 의의

1898년 한양에서 열린 만민공동회

 

1. 직접민주의의 역사

촛불시위도 직접민주주의의 하나다.

1960년 이승만이 장기집권을 저지른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며 시작한 4.19혁명은 한 달 동안의 전국적인 시위와 투쟁으로 결국 이승만 정권이 붕괴하고, 민주 과도 정부가 수립되었다.

4.19혁명은 박정희의 5.16 군사 구데타로 완성을 이루지 못했지만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무너뜨렸다는 소중한 경험과 역사적 의의를 남겼다.

19876월 항쟁은 전두환의 장기집권을 막고 대통령을 체육관 선거에서 직선제 실시로 전환하는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20161029일 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촛불시위는 1126일 전국에서 190만 명이 참여하였고, 국민들의 뜻을 거역하지 못한 국회가 12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가결하였다.

20173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기까지 장장 5개월 동안 촛불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2004312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여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상정을 반발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몰아낸 후 찬반 토론도 생략한 채 가결시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분노한 시민들이 '탄핵 무효'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집회를 시작하였다. 서울에서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덕수궁 대한문까지 촛불로 가득하였으며, 이러한 집회가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 20045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촛불집회는 정치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관한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다양한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비폭력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편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민운동이며,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한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민공동회>

1898310일 서울 종로 거리에는 단발하고 양복 입은 개화 신사부터 아직 상투에 갓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 머리를 땋은 소년들, 나무꾼들, 장사치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종로 거리로 몰려들었다. 당시 서울 인구는 20만을 밑돌았지만 종로 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의 수는 1만 명을 넘어섰다.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한러은행을 설립하고 친러파가 조정을 장악하자 독립협회 등이 집회를 주도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민중이 그 중심에 섰으며 만민공동회 의장이 쌀장수 현덕호가 되었다. 근대적 법제도의 실시와 간신배들의 퇴진을 내걸고 무려 12일 동안 시민들은 덕수궁 앞에서 철야하며 황제에게 탄원했고, 나무꾼들이 나무를 해 와 장작으로 기부하고 열정적인 시민들은 한뎃잠을 자며 그 시위를 지켰다.

박정양 등 관료까지 포함된 만민공동회 개막 연설자 가운데는 천민으로 대접받던 백정이 포함될 정도로 모든 백성이 하나가 되었다. 결국 고종황제는 박정양, 민영환 등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 내각을 출범시킨 것이다.

189811월 말 쏟아지는 초겨울비 속에서 농민, 나무꾼, 종로의 시전 상인들, 기생과 여성, 심지어 걸인과 아이까지 만민공동회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고종은 만민공동회를 짓밟을 생각을 하고 근대적 입헌국가를 주장하는 독립협회에 맞선 황국협회를 조직하고, 전국의 보부상들을 집결시켜 만민공동회를 습격한다. 자기 나라 백성을 습격하고 죽였던 대한제국의 황제는 7년 뒤인 1905년 일본에게 외교권을 빼앗겼고, 그리고 5년 뒤에는 나라의 이름이 없어지고 말았다.

만민공동회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당시 민중의 피 끓는 힘은 4.19876.10항쟁 그리고 2016년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2016년 촛불집회

<아테네 광장에서>

아테네 민주주의는 기원전 5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아테나이를 중심으로 정치 체제로 세계 최초의 민주주의로 평가되고 있다. 후에는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에서도 아테네식 민주주의가 도입되었다.

아테네는 직접민주주의 체제로 입법과 행정에 대한 결정을 유권자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었다. 참정권은 성인 남성으로 제한되었으며 미성년자, 여성, 노예, 외국인 등은 참여할 수 없었다. 아테네의 주민은 총 25만에서 30만 명 정도였으며 이 가운데 유권자는 3만에서 5만 명 정도였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중심 행사는 유권자가 모두 참석하는 민회를 여는 것으로 선전포고나 외국인에 대한 시민권의 부여를 의결하였다. 또한 일부 공무원을 임명하였으며, 법을 만들고 정치적 범죄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민회의 표준적인 의사 결정 과정은 한 사람이 연설을 하면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들은 뒤 대개는 손을 들어 찬반 여부를 가결하였다.

의결 최소 정족수는 6천명으로 의사 결정에 흰색과 검은색의 조약돌이 쓰이기도 하였다. 민회가 종료될 때 투표자들은 커다란 항아리에 돌을 넣어 의사를 표시하였고 투표가 마감된 뒤 항아리를 깨어 조약돌의 수를 세었다.

 

<왜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는가?>

2017년 취임 100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은 주권자로서 평소에 정치를 그냥 구경만 하고 있다가 선거 때 한번 행사하는 이런 간접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한 결과 우리 정치가 낙후됐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이다. (중략) 직접민주주의를 국민께서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국민의 집단지성과 함께 나가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하였다.

얼마 뒤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에서 왜 직접민주주의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주최하였고, 현재 경남도지사인 김경수 의원은 직접민주주의를 풀뿌리 민주주의(지방자치)와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18318일 민주당의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는 브루노 카우프만 유럽 직접민주주의 연구소 대표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카우프만 소장은 일반 국민이 선출직 의원들보다 판단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맹신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에 의한 직접 선택, 직접 결정이 현명하지 않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정당에 의한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이 국가와 지방의 중요사항을 직접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가 대세를 이루어 가고 있다. 스위스 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국가의 중요 사항을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하고 있다.

민주주의란 국민에 의한 지배 엄밀하게 말하면 국민 다수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소수의 지배가 이루어져 왔다.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지만 사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 12항은 4년에 한번 씩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 때와 5년에 한 번인 대통령선거 그리고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자치 선거 때의 순간에만 있을 뿐이다.

민주당 민주연구원의 브루노 카우프만 초청 세미나

 

<4년에 단 하루 뿐인 주권은 주권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과 군수 그리고 지방의원을 뽑아 그들을 대리인으로 삼아 우리가 갖고 있는 주권을 대신 행사하게 하는 행위가 바로 선거이다.

하지만 인하대학교 이기우교수는 선거가 주권을 이양하는 행위가 될 수는 없으며 국민의 주권이 이양되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는 표결민주주의의 하나이다. 하지만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가 다수의 의사와 합치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수의 지지자들의 뜻과 반대로 갈 수도 있다.

또한 선거는 후보자가 된 사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훌륭한 후보 또는 소수의 이익보다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자가 아닌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보다 덜 나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4년 또는 5년에 한번 치르는 선거로 국민의 소중한 주권을 몇 사람의 권력자에게 다음 선거를 치를 때까지 양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누군가를 대표로 선출한 행위가 그에게 국민의 생명과 삶의 안위를 결정하는 모든 사안에 대한 결정권까지 양도한 것은 아니라는 것에서 직접민주주의는 비롯된다.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다. 군수를 선출하고 지방의원을 선출한 것이 주민들이 갖고 있는 모든 주권을 다 양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직접 민주주의는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사안의 선택(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이 되어야 한다.

세금 부담이 큰 대형 사업,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 주민들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사업,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로드맵 등은 반드시 주민들의 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