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와 억측
억지와 억측
  • 김병국
  • 승인 2019.05.28 23:21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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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국가 정상간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한 쪽은 범법(犯法)이다, 고 말하고 한 쪽은 알권리라 말한다. 억지나 억측이 아니다. 어떤 말이 어떤 계층에게는 무조건적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되었다. 우매화 작업이 아니라 우매한 대상(國民)에게 전하는 일반화된 문장, 일반화된 화법이다.

  그 일반화의 화법은 놀라운 위력이 있다. 정부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그 혜택을 받는 자들을 분노하게도 만든다. 다시 말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봉급을 더 받는 사람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원망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물론 고용문제나 사업장과의 관계 설정에서 숨어있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화된 화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임금 혜택은 그것대로 받고 또 불만을 가지게 만든다. 또한 혜택 따윈 필요 없는 부류에게 그것은 마치 자기 몫인데 빼앗긴 듯한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사주는 말할 것도 없다. 경제 전반이 불황인데, 그 어려움은 오직 임금에 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노동자와 분배를 앞세운 정책이다. 노조권 밖의 노동자나 열악한 환경들을 우선시한 정책이라고 좁혀 이해하면 편하다. 그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 있어야하고 보편적 가치는 인정 받아야한다. 지난 100년간 자본이 수백 수천 배 증가할 때 노동자의 삶은 기껏 늘었다. 일반화된 화법은 언제나 자본의 입장만을 ‘대변인질’한다.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이 검토 되었을 때 우습게도 그 병원 근처에도 가지 못할 서민들이 병원 설립에 찬성하는 입장이 있었다. 영리병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일반화된 화법에 놀아난 말장난이다. 태극기부대의 전 단계에 위치한 부류다. 자신의 보조금은 꼬박 꼬박 챙기면서 타인의 지원은 세금 낭비로 치부하는 셈법으로 일반화법이 만든 피에로들이다.

  보수는 본질적으로  자신들의 몫을 먼저 챙기는 습관이 있다. 기업을 배부르게 한 후 노동자의 몫을 헤아린다. 그러나 배부른 기업은 없다. 기업의 욕망은 노동자가 굶주려도 늘 허기져 있다. 낙수효과는 인간의 욕망을 간과한 이론이다. 그 큰 그릇을 무슨 수로 다 채울 수 있단 말인가. 

  무소불위 노동자 단체, 혹은 그 노동자 그들도 자세히 보면 대기업을 닮아 있다. 오랜 기간 투쟁하면서 서로 닮아버린 것인지 모른다. 증오하면 닮는다는 속설처럼 그러하다. 중소기업을 짜내어 얻은 이익을 자본과 사이좋게 분배한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몇 곱을 받는 노동자들... 그러고도 같은 노총 소속으로 단결하는 걸 보면 신기하다. 가려 낼 수는 없으나 이 속에도 일반화법이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를 우매한 부류로 분류해야만 가능한 현상이다. 

  우리는 몇 년 전 그런 말들의 현혹으로 전임 대통령을 불신한 적이 있다. ‘정말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을까’ ‘아방궁을 지었을까’ 그때도 그 일반화된 화법은 사람들을 조장하기에 충분했고 인내심 없는 이들은 덩달아 손가락질을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잃고 말았다. 정말 위력적인 일반 화법이다.

  그러나 사라진 대통령의 정치력 또한 위력적이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그의 사상 그의 철학이 세상을 변하게 만들고 있다. 학력보다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어가고 돈과 빽 같은 기득권이 힘을 못 쓴다. 일반화법은 가진 자들의 발악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은 자들의 신형 무기다. 

  느슨해지면, 가슴을 파고든다. 5.18항쟁 관련 ‘괴물’ 화법이 내 일 아니다 싶고, 우리와 가까운 여인을 ‘달창’이라 함을 웃어넘기면 우리는 또 우리의 누군가를 잃고 또 다른 ‘순실’이 치마 아래 놓일지 모른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억지도 억측도 이겨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의 철학과 사상을 존중해보자는 이야기가 본질을 따라가지 못하고 겉돌아 아쉽다. 이단자들의 줄 이은 쇠고랑을 보며 카타르시스에 젖었나보다. 소쩍새의 계절이다. 밤새 울어라. 천둥과 먹구름의 계절이다. 천둥도 먹구름 속에서 실컷 울어라. 정말 국화 세상 한 번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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