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 특집 기획
신문의 날 특집 기획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04.0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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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지역언론의 역할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인간은 소리와 몸짓으로부터 그림이나 형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어왔고, 문자가 발명된 뒤로는 글로 소통을 했다. 하지만 문자에 의한 소통은 특권층만의 소유일 뿐 보통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활자 인쇄가 발명된 뒤로 문자는 보통사람들에게도 널리 퍼지게 되었고, 특히 신문은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언론자유와 함께 거대 일간지에서 지방일간지 그리고 지역 주간지와 특수신문에 이르기까지 많은 신문이 창간되었고, 이동통신의 발달은 인터넷 신문과 1인 미디어의 엄청난 신장을 가져왔다. 지역신문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의 여론을 형성하는 소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왜곡된 신문시장과 역량 부족으로 지역신문의 위기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신문의 날을 맞아 순천향대학교 장호순교수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지역언론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요약 정리하여 지역신문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되짚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 지역언론의 역사

조선시대에는 지방의 서원이나 향교를 중심으로 배포된 통문이 지역언론의 역할을 했다. 통문은 다수 사대부의 의견을 대량으로 필사 복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하는 수단이었다. 그 내용은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서부터 문의,선동, 권유,비판 등 여러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조정의 대신이나 지방관리에 대한 비판, 지역내 효자 • 열녀 등에 대한

표창의 상신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의병이나 민란의 주동자가 그들의 주장을 통문에 담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일제시대 납세균분 납부운동을 편 회산공 변승기(1866-1937)는 장성향교를 중심으로 통문을 배포하여 호남지역의 유림과 선비들을 중심으로 여론을 형성하게 하기도 하였다.

한국인의 손에 의해 발행된 최초의 지방신문은 대한제국 말기인 1909년 10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에서 격일간으로 창간된 경남일보였다. 경남일보는 한일합방 이후 5년간 발행이 지속되다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해방과 더불어 지역언론도 숨통이 트여 각 지방도시에서 잇달아 신문이 발행되었다. 부 산 의 『인민해방보』,대 구 의 『영남일보』, 전주의『전북신문』,군산의『남선신문』,인 천 의 『인천신문j 등,일본인이 발행하던 지역신문사의 인쇄시설을 접수하여 각 지역에서 신문을 발행했다. 그러나 미 군정청이 일도일지 원칙을 세우고, 각 도청소재지에서 발행되던 일본어 지방지들을 친미우익적 성향의인사들에게 불하하면서,지방신문은 보수우익적 성향의 상업적 언론으로서 정치권력에 취약한 언론자본이 되고 말았다.

4 • 19 혁명 직전 서울에서는 16개,지방에서는 26개의 지방신문이 발행되었다. 4 • 19 혁명 이후 5 • 16 쿠데타 직전까지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은 61개로,지방의 일간지는 52개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5 • 16 군사정권하에서 사이비언론을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기자들이 구속되고,‘시설기준’에 따라 영세지방신문은 문을 닫아야 했다. 일간신문의 경우 거의 3분의 2에 달하는 신문이 폐간되어,15개의 중앙일간지와 24개의 지방일간지만 살아남았다. 군사독재정권의 지방언론통제는 1989년 언론기본법이 폐지될 때까지 근 30년간 지속되었다. 

 

II. 지방신문의 현실

<지역의 아젠더가 없는 지방신문>

권력과 자본과 인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실에서,언론은 자연히 권력과 자본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중앙일간지에 익숙해 있고, 지역뉴스보다는 중앙뉴스나 국제뉴스에 익숙해 있던 지역주민들은 지역뉴스의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왜곡된 언론문화가 교정되지 않은 채 봇물 터지듯 늘어난 지방지들은 오히려 지역언론 환경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지방일간지들의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독자들의 숫자는 늘지 않았고 자연 지방지는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일간지들은 지역주민들의 보편적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지역사회의 일부 계층에만 영향을 주는 정도이다. 대부분의 지방신문들은 논조나 편집이념,표적독자 확보전략 등 고유한 색깔에 따라 차별화되지 못하고, 중앙신문보다는 읽을거리가 적고, 디자인 등 형식에서도 상당히 뒤떨어지는 2류 신문으로 취급받고 있다. 

지역발전에 명백히 해를 끼치는 행위를 파헤치는 폭로기사가 거의 없는 형편이고, 심층보도 역시 미흡하며, 지역주민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뉴스도 찾기 힘들다. 자연 지방신문이 지역주민의 생활필수품과 같은 요긴한 물건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설사 지역기사를 다룰 때에도 지역이기주의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등 독자들의 감정에만 영합하는 지역선 정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III. 풀뿌리 지역신문 현황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지역주간지>

풀뿌리 지역신문의 역사는 지방일간지에 비해 매우 짧다. 지역주간신문의 발행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진 것은 1988년 5공 정권의 언론기본법이 폐지되고 정기간행물등록법이 제정되면서 시설기준이 완화된 후부터였기 때문이다 . 해방이후 5 • 16 쿠데타 이전까지 군이나 읍에서 발행한 신문들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긴 하지만,남아 있는 자료들은 없다. 현재 약 480여개의 지역신문이 정부에 등록되어 있다. 시와 구 같은 기초자치지역당 평균 2개의 지역신문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언론재단이 2000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등록된 지역신문 중 정상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신문은 전체의 48%인 229개에 불과했다. 등록만 되어있고 발행되지 않는 지역신문이 131개, 발행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지역신문이 120개로 집계되었다. 

풀뿌리 지역신문들은 지역공동체가 가진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측면을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재단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역신문이 다루는 기사의 대부분은 지역뉴스로, 지역 내의 사안을 다룬 기사의 비율이 73.4%, 지역 내의 사안은 아니지만 지역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 사안을 다룬 기사의 비율은 9.0%였다. 15.2%에 달하는 기사만이 전국 혹은 지역과 무관한 주제를 다루었다.

기사에 등장하는 뉴스인물 역시 지역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역신문의 광고 또한 거의 대부분이 지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주 혹은 광고의 내용이 되는 상품이나 기업, 영업점, 단체 등이 지역 내에 위치한 광고의 비율은 면적을 기준으로 89.0%를 차지했다. 

지역신문 광고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의 내용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유통업체였다.

 

<행정 중심의 보도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지역신문 중 상당수는 중앙언론이나 지방일간지의 행태를 답습해 지역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신문들은 행정기관을 비판, 감시하고 지역토호세력에 맞서 지역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들은 중앙일간지들이 외면해 온 지역뉴스와 민초들의 애환을 지면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고, 이를 통해 독립적인 언론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중앙일간지나 지방일간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지역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감시견이자 등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합리적인 경영과 철저한 언론윤리의 실천을 통해 장차우리 언론이 지향해야 할 개혁방향도 제시하고 있는 진정한 풀뿌리 언론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지역신문들은 행정기관의 홍보지도 아니고 토호세력의 정계진출 발판도 아닌, 지역주민의 관점에서 지역사회에 일어나는 일들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 

풀뿌리 지역신문 중 상당수는 주민주식의 신문 소유 형태를 갖추고 있어, 언론의 공적 책임을 망각한 소수 개인에 의해 지역여론이 왜곡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IV. 풀뿌리 지역신문의 기능

<작지만 큰 신문이 지역신문이다>

풀뿌리 지역신문은 10명 내외의 직원이 1년 매출 2~3억원 정도를 올리면 유지할 수 있는 영세기업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 지역사회에 미치는 역할은 그 매출액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한다. 지방정부의 예산낭비를 감시하고, 지역 정보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적인차원에서 본다면 지역신문처럼 부가가치가 큰 산업도 없다. 어느 나라이건 언론없이 정치, 경제,문화,교육 모든 부문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꾸려나갈 수 없다. 언론이 국가의 혈관과 신경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능은 지역사회단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지역에 지역언론이 없다면 그 지역의 정치,경제, 문화,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신문은 한국의 중앙언론이 해결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와 부조리를 제거할 수 있다. 

 

<지방자치의 가장 큰 과제는 지역언론의 제 역할 하기>

지방자치가 지지부진한 주된 이유도 따져보면 지역언론도 없이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지역언론 중심으로 언론체제가 형성된 것도 바로 지방자치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언론 없이 민주주의가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지역언론이 없다면 지역단위의 민주주의 실천방식인 지방자치 역시 실현될 수 없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제도를 고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그 결과가 미미한 이유는 지역주민들의 여론형성과 참여를 촉진할 지역언론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경제가낙후한 원인은 물론 수도권 위주의 산업화 정책 탓이다. 

 

<지역언론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만약 지역사회 내의 경제정보를 원활히 공급해 주는 지역언론이 존재한다면 지역경제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현재 지역사회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지역 내의 경제정보가 지역사회 내에서 제대로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하고,어느 상점이 질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지, 지역경기가 상승세인지 침체기인지,도대체 알 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의 지역현실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값싼 물건을 사러 대도시로 가야 하고,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광고매체가 없기 때문에 사업투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회의 경제는 고도의 경제정보가 필요하지 않은 가장 원초적인 산업위주로 짜여진다. 입고 먹고 마시는 부가가치 낮은 사업장만 개업과 폐업을 반복할 뿐이다. 

지역신문은 지역감정 해소와 지역공동체의 발전에도 필수적이다. 사실 우리의 지역사회는 행정구역상 함께 묶여진 단위일 뿐이지 공동의 목표와 이념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

지역사회를 진정한 지역공동체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공익과공동선을 위해 지역주민의 여론을 결집하는 지역언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정보와 의견의 교환,문제점 인식, 대안 및 해결책 모색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건설은 실천에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공동체 하면 떠오르는 마을,동네는 그 구성원들이 서로 잘 이해하고 대화하는 곳이다. 흔히 이웃집 부엌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서로 알고 지낸다는 전통적 부락 공동체의 원동력은 원활한 정보교류를 통한 상호이해로부터 나온다. 마을 공동체의 의사소통 도구는 구전을 통한 대화였다면 그보다 넓은 지역사회 공동체의 정보교류 수단은 풀뿌리 지역언론일 수밖에 없다. 풀뿌리 지역언론을 통해 엮어진 지역공동체가 늘어날 때 건강한 국가공동체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V. 맺 음 말

수백 년 간 지속된 중앙집권체제는 신문의 본질적 형태이며,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지역신문이 이 땅에 발붙일 수 없게 만들었다. 중앙권력이 사실상 전국을 통치하는 상태에서는 지방민들도 자연 중앙에서 발행되는 언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변방에 산다는 피해의식에 젖은 지방민들은 언론이란 서울에 있어야 하고, 거대해야 한다는 왜곡된 논리를 거부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방언론은 피폐해지고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신문발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일간지 시장의 독과점체제가 깨지고, 지역신문의 발행도 자유로워졌지만, 중앙일간지들이 전국시장을 독식하는 기형적 신문 산업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군사정권이 만들어준 보호막 속에서 막강한 기득권을 축적한 중앙일간지들에게 지방지들은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지역언론의 부재로 인한 불편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 즉 생활지역에서 발생하는 뉴스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앙언론에서 지역단위의 뉴스까지 소상히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내의 정보교류나 여론수렴의 수단이 없으니 사회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지역사회 내의 현안을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21세기 첨단정보의 시대, 세계화 시대에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등잔 밑이 어두운 봉건 시대적 불편한 삶을살고 있는 것이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동맥과 정맥만 있고 실핏줄은 없는 무기력한 인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사회는 그 증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오랫동안 익숙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체질화된 것이다. 언론개혁은 이처럼 잘못된 한국언론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전국지 중심의 신문시장을 지역신문 중심으로, 적어도 전국지와 지역신문이 공존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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