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농촌을 떠나도록 하는 악법
[지역에서] 농촌을 떠나도록 하는 악법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9.04.02 11:08
  • 호수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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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호
[옥천신문] 편집국장

결핍을 몸소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박하지 않다. 농촌에서는 학교가 문 닫을까 노심초사하고, 수영장, 영화관, 도서관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목욕탕, 병원, 약국, 어린이집이 없는 면은 수두룩 빽빽하다. 결핍을 체화한 나머지 이미 내핍상태에 들어선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법과 규정들은 농촌을 더 옥죄고 있다. 몇년 동안 지역 언론에서 보도하고 농촌 선출직들이 요구했는데도 어떤 파장과 파문도 없다. 보육과 교육에 관한 대표적인 악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시에서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오직 농촌에만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이 법과 규정에 대해 대부분 무감하고 관심조차 없다. 이런 법과 규정은 농촌을 떠나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

영유아보육법 52(도서·벽지·농어촌지역 등의 어린이집) 1항에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도서·벽지·농어촌지역 등에 있는 어린이집으로서 제15조에 따른 어린이집의 설치기준 및 제174항에 따른 보육교직원의 배치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6조에 따른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관할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이를 달리 적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언뜻 읽어보면 농촌 도서벽지를 엄청배려해주는 듯한 인상을 받지만 실제로는 농촌의 보육환경을 철저하게 악화시키는 악법이다.

이 법 때문에 당장 옥천을 비롯한 농촌지역은 교사 1명당 보육정원이 대폭 늘어난다. 0살은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1살은 기존 5명에서 7명으로, 3살은 기존 15명에서 19명 이내로, 4살 이상은 기존 20명에서 24명 이내로 늘어난다. 여기에 초과인원 인정까지 중복적용하면 인원은 더 늘어난다. 농촌은 보육교사 수급이 어려워서 이런 법을 만들었다는데 정말 얼척없다’.

보육교사를 구할 수 없다면서 한명당 보육정원을 늘려놓는 이 어리석은 정책은 계속 유지 중이다. 과연 누가 도시보다 많은 인원을 감당해야 하는 농촌 어린이집에 오려고 할까. 노동환경은 열악해지고 아이들 보육환경까지 위협받는데 과연 학부모든 어린이집 교사든 이런 환경에 오려고 할까.

물론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관할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으로 통과되기 일쑤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정치적 파워가 지역에서도 강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법으로 방조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사립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도 가족경영이 판을 치고 원장 자녀들 보육교사로 만들어놓고 이름만 걸어놓은 채로 월급·수당 고스란히 받아가고 배정된 인원은 나머지 교사들한테 보내는 이런 비리들이 적발되는데 이런 악법들은 농촌 보육환경을 더 악화시킨다.

또 하나 2014117일 만들어진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때문에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지자체는 교육경비를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도록 발목이 묶여 있다.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일자리와 교육인데, 못사는 지자체는 교육에 돈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당장 밥 못 먹고 배곯아도 아이들 교육에 투자했던 옛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다니 참 한심하다. 여러 농촌 지자체의 건의로 국민권익위원회는 차별시정위원회를 열어 20141024교육지원 차별제도 개선을 201512월까지 마련하라고 권고했고, 교육부는 교육경비 보조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여전히 행안부의 반대로 법제처에 계류 중이다. 전국 78개 농촌 지자체 중에 이미 67개 지자체가 이 규정을 무시하고 교육경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페널티는 없었다. 이런 사문화된 규정을 아직까지 안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가? 옥천은 이 사문화된 규정을 지키는 몇 안 되는 지자체 중 하나이고 그 때문에 2013년까지 19억원가량 지원되던 교육경비가 2014년부터 몇년째 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고 농촌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고 적다. 언론에서조차 잘 다뤄주지 않는다. 이런 소수자의 목소리를 잊는 것은 사실 망국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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