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김시중을 생각하며
독립운동가 김시중을 생각하며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02.12 01:04
  • 호수 7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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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 강점기 때 월평초등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자 항일 독립운동가로 활약했던 김시중이라는 인물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1892년 황룡면 신호리에서 노사 기정진의 제자인 신호 김녹휴의 증손자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만석꾼인 규익으로 집안은 물론 주변에서 존경받았던 지주로 전한다. 김시중은 1920년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사립월평보통학교를 설립했는데 이사장 김요중씨와 광산김씨 일가에서 설립자금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1929년에는 광주학생운동과 관련하여 구속되어 징역 3년의 집행유예를 받았고, 1933년에는 민족자본에 의한 독립을 목표로 세운 장성농협의 설립과 관련해 또 다시 구속되었다. 광복 후에는 건국준비위 전남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며 6.25가 발발한 뒤 실종되었다.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그는 해방이후 수많은 독립유공자에게 훈`포장이 수여되었으나 이에 해당되지 못했다. 그의 공적으로 본다면 월평초등학교에 비석을 세우고, 동상을 세워도 손색이 없지만 그의 공적조차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독립운동가였으며 해방 이후 행적이 사회주의 편에 섰다는 것이다.

김시중과 함께 장성노동조합과 농민조합,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독립운동을 했던 나상운, 김인수, 남궁현, 김창한, 이수길, 기원흥, 기노춘, 송종근, 고형주 등은 모두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훈`포장은 물론 장성군사에서도 이들의 독립운동 관련 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

1934년 대구 복심법원의 나상운, 김인수의 판결문에 의하면 장성협동조합이 조선의 독립을 목적으로 결성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에 가입하였다며 이들이 독립운동에 가담한 것이 형벌의 원인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장성군에서도 이들의 독립운동을 철저히 외면한 이유는 이들이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독립운동가였다는 것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재판을 받은 인물들이 대부분 훈장과 포장을 받았지만 장성읍 영천리 출신인 이영백도 그가 사회주의 사상가였다는 이유로 훈`포장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독립운동사에서도 거의 행적이 수록되지 않고 있다.

김시중과 장성의 독립운동가 자녀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행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조상의 공적을 재평가해달라는 청원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가난은 물론 힘든 생활과 함께 오랫동안 정부와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고향을 등지고 살며 부모조차 잊어버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백범 김구 선생의 둘째 아들인 김신은 그의 자서전에서 독립운동가 가족의 운명은 가혹했다고 표현하였다. 일제시대 항일 독립운동가의 자녀들과 손자들이 대부분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유한국당 의원 일부가 5.18을 폄훼하고 유공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 대표와 일부의원들이 5.18이 역사적으로 다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말로 이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한 인사들에게 씌운 죄목은 치안유지법 위반이었다.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는 것이다. 박정희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인사들을 긴급조치위반과 공산주의자로 몰아 죽이거나 감옥에 가두었다. 나경원의 주장은 일본제국주의나 박정희 독재정권의 주장과 다를 것이 거의 없다.

김시중이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든 좌익에 섰든 그것은 훗날의 얘기이며 그의 신념이고 가치관이다. 그가 자산을 털어 학교를 세우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공적마저 지워서는 안 된다. 친일 매국노의 자손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독립운동가인 조상을 숨겨야 하는 후손이 있는 대한민국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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