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가 남긴 것은
김복동 할머니가 남긴 것은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9.02.12 00:16
  • 호수 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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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대서양 노예무역으로 1천여명이 넘는 아프리카 인들이 아메리카로 끌려왔고, 이 가운데 26%는 어린이들이었다. 아프리카인(흑인)들은 가축처럼 거래되었고, 벡인 소유주들은 흑인들의 노동력과 성을 착취하였다.

흑인들은 어떤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었으며 인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에게 복종하지 않은 흑인은 비참한 죽임을 당하고도 호소할 길이 없었다.

일본군은 조선 뿐 아니라 중국과 필리핀 등에서 어린 여성들을 강제로 혹은 좋은 회사에 취업시켜준다는 말로 전장에 끌고 가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삼았다. 종군 성노예 피해자들은 군수물자처럼 동원되었고,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착취를 위해 일본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였다.

지난 3일 영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BBC가 한국의 김복동 할머니의 부고를 전하며 그녀의 생애에 대한 일대기를 방송하였다.

일대기에서 김복동 할머니의 참혹했던 일본군 성노예 실태, 해방 후 귀국, 어머니의 고통스런 죽음, 자신의 과거를 알리고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며 싸움에 나선 치열한 삶, 그 후 인권운동가로서의 삶과 끝내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분노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을 당부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다루었다.

유명한 정치인도 아니고, 인류의 삶을 바꾼 과학자도 아니었으며 세계적인 예술가도 아닌 아흔 살의 한국 할머니에 대한 보도는 그녀가 여성 인권 특히 종군 성노예 착취 등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할머니는 1926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겨우 열네 살의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5년 동안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다가 해방이 되고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결혼할 수 없는 이유를 어머니이게만 말했고, 딸이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고통을 받았던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김할머니가 귀국한 뒤 6년 만에 화병으로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건너가 식당을 하면서 일생을 독신으로 은둔하며 살았다.

19923월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고발했고, 1993년에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하면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했다.

2012년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나비기금을 설립하고 전쟁·무력 분쟁지역의 어린이를 위한 장학금으로 5000만 원을 기부했다. 2015년에는 국경없는 기자회가 김 할머니를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했다. 2017년에는 무력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활동을 위한 '김복동 평화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2015년 이후에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규탄하며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했으며, 암 투병 중이던 20189월에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김할머니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우리나라 정부와 일본 정부에 촉구한 것은 보상이 아니라 일본정부의 진정한 사과였다. 김할머니의 투쟁은 단지 일본의 종군 성노예 문제로 그치지 않았다. 콩고와 우간다 등 국제 분쟁지역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생존자들은 김복동 할머니를 우리의 영웅' 또는 '우리의 엄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2012년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나비기금을 설립하여 여성과 어린이들을 도와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은 고통스러웠고, 비참했지만 그녀는 위대했고, 수 천 수 만 명의 성착취 피해자들의 어머니가 되었다.

얼마 전 필리핀의 유명 관광지인 보라카이의 관문인 파나이섬 북부 카티클란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동상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로서의 필리핀 여성"이라고 쓰여 있다. 김복동 할머니가 남긴 숙제는 일본의 사과와 함께 그들의 야욕을 잊지 말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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