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00명 중 3명 다문화학생, ‘교육여건 재검토’ 절실
초등 100명 중 3명 다문화학생, ‘교육여건 재검토’ 절실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8.12.17 16:10
  • 호수 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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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학생 중 다문화학생 비율, 전남이 가장 높아

전국 초등학생 100명 중 3명 이상이 다문화학생인 것으로 집계되어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교 현장의 교육여건에 대한 재검토와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8년 교육기본통계’를 근거로 발간한 보고서 「다문화학생의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초·중·고등학교의 다문화 학생은 전체 학생의 2.2%인 12만2천212명으로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1만2천825명(11.7%↑) 늘었다. 2012년 4만6천9백여 명에서 6년 만에 2.6배 늘어난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다문화가정 자녀가 3.4%에 이르렀다.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전체 학생 수는 연평균 18만 명 이상씩 감소한 반면 다문화학생은 매년 1만 명 이상씩 증가했다. 다문화학생의 비율도 2012년 0.7%에서 2018년 2.2%로 3배 이상 늘었다.

지역에 따라 다문화학생의 유형 및 분포 양상이 다르고, 부모 출신국적별 집중화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공단 인근을 중심으로 다문화 밀집지역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문화학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체 다문화학생수를 기준으로 경기(23.8%)와 서울(13.3%)이며 경남, 전남, 충남, 경북 순이었다.

전체 학생 중 다문화학생 비율은 전남(4.3%)이 가장 높고 충남(3.3%), 전북(3.2%), 경북(3.0%) 순이다. 전라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1,181곳 학생 중 9천7백8십9명이 다문화학생이다. 특히 이들 다문화학생의 95% 이상이 국내에서 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문화 인식 개선’ 위해 노력해야

이번 조사에서 다문화학생은 전체 학생에 비해 취학률은 낮고 학업중단률은 높으며, 상급학교로 갈수록 그 격차가 심화되어 고등교육으로의 진입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 학업중단률 격차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경우는 0.18%p 차이로 크지 않으나, 중학생의 경우는 다문화학생의 학업 중단률(1.16%)이 전체 중학생(0.61%)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중도입국 청소년 중 공교육을 받지 않는 청소년의 비율이 3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중도입국 청소년 실태 및 자립지원방안연구-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 2016).

국회입법조사처 황현희 입법조사관은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의 역할과 자율성을 확대하고, 다문화 수용성 증진을 위한 개선 방안이 요구된다”며 ▲지역 여건에 따라 다문화 정책학교, 교육지원시설, 전담교원 등의 역할과 정책적 비중을 다르게 설정하고, 지역 특화 모델을 개발하여 확산시킬 필요가 있고 ▲다문화 밀집지역에 대해서는 전담교원 및 지원시설을 우선 확충하고, 일반학생들이 참여하는 이중언어교육 및 글로벌 문화이해교육을 확대하는 등 다문화의 강점을 강화할 수 있는 특화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며 ▲교사 연수 및 양성과정을 개선하고, 교육과정 내에 다문화이해교육을 확대하는 등 전체 교원 및 학생들의 다문화 인식 개선과 수용성 증진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춘기 다문화학생에 대한 정서 상담과 진로·진학교육을 강화하여 고등교육기회를 확대하고, 특히 언어절벽 등으로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이 큰 중도입국 및 외국인가정 학생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고, 아울러 다문화학생의 교육 실태와 교육격차 원인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 다문화 학생의 교육기회 보장을 강화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교사들은 다문화학생이 일반 학생과 비슷한 수준으로 과학·사회 과목 등을 따라가려면 한국어 교육을 포함해 많게는 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학교와 교사에만 맡기기보다 시·군별 거점 한국어 교육공간을 따로 만들어 보다 다문화학생이 취학 전·후 충분한 적응기간과 학습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한 결혼이주여성은 “얼마 전 인천에서 또래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끝내 옥상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14살 중학생이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것을 알고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며 “공부와 운동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떨어지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친구들과도 마찰 없이 잘 지내라고 당부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다문화학생’으로 분리하는 것부터 차별?

32명이 숨진 2007년 미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내 한인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도 매우 놀란 것은 물론 정부가 앞장서 애도의 입장을 여러 차례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의외였다. “범인은 미국 영주권자고 따라서 우리가 제대로 적응을 시키지 못한 탓인데 왜 너희가 미안하냐”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자국 내 이민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민자와 그 자녀들을 ‘다문화’로 분리해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차별이 시작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제결혼이나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로 와 정착한 이민자들을 다문화라는 굴레를 씌워 분리하지 말고 우리 국민으로 보고 대안과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우리랑 똑같은 한국인’이라고 가르치고, 다문화 아이들 중 2~3개 언어를 구사하는 등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많다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계화 시대에 맞는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한 지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그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충북 제천에 있는 한국폴리텍다솜고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대안학교다. 지난해 다솜고를 졸업한 44명이 취득한 자격증은 총 77개로 모든 학생이 1~5개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다솜고에는 13개 나라 128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

다솜교 교사들은 “처음 자존감이 떨어진 채 학교에 온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아빠)는 ㅇㅇ에서 왔어’라고 말하며 어울리면서 달라지기 시작하고, 놀림과 편견을 벗어난 아이들은 자신감을 되찾고 꿈을 꾸기 시작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면 일반 학교에서도 차별이나 왕따 등의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른바 ‘다문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공동체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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