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스몸비족인가요?
당신도 스몸비족인가요?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8.11.26 14:02
  • 호수 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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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1스마트폰 시대의 명암, ‘스몸비’

‘안전한 보행’ 위한 인식 개선 우선되어야

휴대전화나 전자기기 사용자가 늘면서 그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비율도 늘어나 사용자 인식 개선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통신업계와 정보통신진흥협회 집계에 따르면 2018년 7월 말 기준 스마트폰 가입자가 5천만 명을 돌파, 사실상 국민 1인당 1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행정자치부 기준 7월 총인구수는 5천180만 명). 스마트폰이 우리 사회에 보급된 지 10여년만이다.

한 사회에 새로운 기기나 기술이 들어오게 되면 그에 따른 명암이 있게 마련이듯 스마트폰 보급 증가는 금융과 유통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SNS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대인관계 확산 등 긍정적인 측면 이외에도 여러 부정적인 면들이 뒤따르고 있다.

실제 SNS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을 뜻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피로 증후군’, 고개를 숙인 상태로 스마트폰을 장기간 사용하느라 입 주위가 처져 늙어 보이는 ‘스마트폰 노안’, ‘디지털 중독’을 넘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일컫는 ‘디지털 치매’, 외부와 단절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칩거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디지털 코쿤족’,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 홀아비’ 등은 스마트폰과 관련한 부정적인 신조어들이다.

그 중에서도 일명 ‘스몸비’로 인한 안전사고 및 통행불편 문제는 스몸비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스몸비=스마트폰+좀비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H 보험사의 고객사고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3년 117건에서 2017년 177건으로 5년 새 1.5배가량 늘어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조사에서도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보행 중 주의분산에 의한 교통사고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사상자가 1,105명으로 전체의 61.7%를 차지했다. 특히 사상자 중 절반가량이 20대 이하로 젊은 층의 피해가 컸고, 사고의 70% 이상이 등교 및 출근시간인 오전 8시에서 9시까지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6년에 교통사고로 인해 응급실을 찾은 전국의 보행자 4만 1000명 중 6,100명 이상이 사고 당시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점점 낮아짐에 따라 ‘어린이 스몸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체구가 작은 어린이 보행자들은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인보다 쉽게 도로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어린이 보행자 사고의 70%는 이면 도로에 갑자기 뛰어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12세 미만 어린이는 뇌가 다 발달하지 않은 상태여서 스마트폰에 집중할 경우 다른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해외에서도 스몸비는 골칫거리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스몸비는 골칫거리다. 하와이 호놀룰루시에서는 스몸비를 교통사고의 큰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면서 보행을 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기기 보행자 안전 법안’을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자기기를 이용하며 길을 걷다 적발될 경우 최대 35달러(약4만원)의 벌금을 내야하고 1년 이내 두 번째로 적발되면 최대 75달러(약8만4천원), 세 번째로 적발되면 99달러(약11만1천원)을 내야 한다.(보행 중 통화는 예외)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충칭시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스마트폰 보행자 전용도로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 싱가포르,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여러 나라에서는 바닥 신호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홍콩의 경우 도로에 ‘휴대폰만 보며 걷지 마세요’ 같은 지시문을 부착하거나, 스웨덴은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경고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미국 럿거스대학교는 위치확인 시스템(GPS)을 이용해 교차로를 지날 때 스마트폰 스크린을 잠그는 기능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스몸비 대책

경기도의회는 얼마 전 ‘경기도 보행환경 개선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문경희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과 자발적 보행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한다거나 보행안전을 위한 법규, 예절, 안전사고 위험성 등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예산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관련 조례를 개정한 서울시는 30여개 청소년 수련시설 주변의 횡단보도 앞에 노란색 표시를 하는 ‘노란 발자국’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노란 발자국이란 2016년 3월에 시작한 교통안전 사업으로,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로부터 1m 떨어진 곳에 보행자 정지선과 발자국 모양의 노란색 페인트를 칠해 놓고 그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도록 한 것이다.

노란발자국이 차도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초록 불이 들어와도 어린이들은 횡단보도에 늦게 들어서게 되어 그만큼 주변을 살피는 시간이 늘어나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학생들도 쉽게 인식할 수 있어 교통사고를 예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노란발자국이 설치된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가 20%이상 줄어 그 실효성이 입증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와 세종시, 충남 태완군 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는 스마트폰을 차단하는 기기를 도입했다. 빨간 신호 때 횡단보도 앞에 서면 스피커에서 “위험하오니 차도로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음성이 나오고, 스마트폰 화면에 ‘STOP’이라는 경고 그림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좌우를 살피며 안전을 확인하라’는 문구가 뜨는 식이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지자체와 협력해 횡단보도에 LED 조명을 심어 신호 불빛이 눈에 띄도록 하는 바닥 신호등을 전국 10여 곳에 시범설치하기도 했다.

제주시 역시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들어설 때 스마트폰을 차단하는 기술을 도입해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걷는 경우 자동으로 화면이 잠기는 ‘스몸비 방지 기능’을 탑재한 ‘사이버 안심존’ 앱을 개발하여 보급 중에 있지만 홍보 부족과 잦은 오류 발생 등으로 이용자 수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먼저

이처럼 국내에서도 스몸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행되거나 논의 중에 있지만,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이러한 조치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2017년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길을 걸을 때 거리에 있는 장애물을 바라보는 시간이 61% 적었다. 즉 또 다른 보행자나 장애물, 차량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영일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발생한 교통사고는 1천4건으로 한해 평균 251건 수준이며, 이로 인한 사상자 수가 연평균 426명에 달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운전자 본인 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도 위협하는 행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며, 보행 중 무심코 들여다본 스마트폰 때문에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고 안전하게 이동하려는 인식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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