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그리고 장성이란 곳
전라도 그리고 장성이란 곳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11.19 10:58
  • 호수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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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은 전라도라는 이름을 정한지 1천년이 되는 날이었다. 전라도는 고려 성종 때 구획한 전국 10도 가운데 강남도(금강 이남으로 전주, 익산, 정읍, 순창 등)와 해양도(나주, 광주, 순천, 영광 등)를 합쳐 전주와 나주에서 이름을 따 ‘전라주도’라고 하면서 비롯되었다.

호남과 영남이라는 지역명칭은 조선 초기 유학자들이 중국의 지역명칭을 본 따서 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중국에서 호남은 중국의 한 중심에 있는 동정호의 남쪽지방을 가리키는데 일찍이 부안에 내려와 살았던 반계 유형원은 “호남과 호서의 이름이 벽골제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여튼 전라도는 전남과 전북을 합해서 부른 이름이고 전라남도는 광주광역시로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지만 정서는 물론 지역으로도 광주를 포함한 곳이다. 그런데 전라남도의 관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장성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성은 추풍령에서 뻗어 나온 노령산맥의 중심이며 전남과 전북의 경계를 이루는 갈재는 보부상을 비롯해서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나 임지로 부임하는 관리 그리고 귀양길에 오른 이들까지 모두 이 관문을 통과했다.

갈재는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가던 옛길과 국도 1호선 그리고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기찻길과 KTX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 서울에서 충청도 그리고 호남을 잇는 대동맥이다.

불과 100여년 전까지 갈재 입구에 있던 미륵원은 조선 시대에 공적인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 등 여행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던 숙박시설이 있었으며 미륵원 주변에 주막과 기생이 있었으니 송도에 황진이와 견주었다는 장성의 갈애가 바로 이곳에 거주했다고 전한다.

고려 현종은 거란의 침입(1011년)을 당해 나주로 몽진을 가는 길에 갈재를 넘었고, 조선의 개국 공신 정도전도 귀양을 가며 이 곳을 지났다.

조선 500년 동안 제주로 귀양을 간 사람은 광해군을 포함해 200명 가량이다. 순천, 강진, 해남, 완도 등으로 귀양을 갔던 이들도 수없이 많다. 우암 송시열,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 등이 모두 갈재를 넘어 장성을 지났다. 그중에는 살아서 다시 되돌아오지 못한 채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한 이도 많다. 이들이 모두 귀양을 갈 때 지났던 곳이 바로 갈재이고 장성 땅이다. 어떤 이들은 귀양갔던 곳에서 죽었고, 어떤 이들은 사면이 되어 다시 장성 땅을 밟고 한양으로 돌아갔다.

갈재 옆에 방장산(方丈山)은 장성과 고창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노령산맥의 한줄기가 오른쪽으로 방장산을 발돋움하여 축령산과 수연산을 지나 태청산으로 뻗어가며 장성을 품고 있다. 방장산은 반등산(半登山)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며 부안 변산의 봉래산, 고부의 두승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이라고 칭하였다. 방장이란 불교에서는 우두머리가 머무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으며 도교의 신선들이 산다는 삼신산의 하나였으니 예사로운 산은 아니다.

고창에 살던 이제 이재 황윤석(1729~1791)은 해동이적 증보판에서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의 주인공인 홍길동이 장성 아치실 사람이라고 썼다. 허균은 세곡을 거두어 서울로 실어 보내는 것을 감독하는 조운판관에 임명되어 갈재를 넘어 전남에 들어왔다. 허균의 형인 허성은 전라도 관찰사로 있었으니 그 인연이 적지 않았다. 또한 허균의 절친한 벗인 석주 권필은 처가가 장성 신평송씨이다. 아마도 허균의 홍길동전은 자신이 꿈꾸던 이상세계를 장성의 홍길동이란 도적을 끌어들여 지어낸 것으로 짐작된다.

안방준이 죽천 박광전의 행장에서 호남 5현을 꼽았는데 자신의 스승과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일재 이항 그리고 미암 유희춘이다. 그런데 일재 이항의 큰 딸이 하서의 큰 며느리이고, 하서의 셋째 딸은 미암의 아들에게 시집보냈다. 또한 고봉 기대승의 딸은 하서의 손자며느리가 되었으니 이들이 모두 장성의 하서 김인후를 중심으로 혼맥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장성을 지나간 우암과 다산, 추사 그리고 매월당 등을 언급한 것은 장성에 이야기할 것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스토리텔링의 보고가 되는 곳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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