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이제 아침은 물론 낮에 부는 바람도 제법 차가워졌다. 특히 가을은 습기가 적고 건조해 잠깐의 실수로 인한 불길이 순식간에 번질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크고 작은 난방기구들을 하나씩 꺼내어 쓰게 되는데, 이로 인한 주택화재 사고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2017년 소방청 화재현황통계에 따르면 전체화재 44,178건 중 11,765건(27%)이 주거시설에서 발생했으며, 전체 사상자 2,197명 중 991명(45%)이 주거시설 화재에서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어촌이 많은 전남 지역은 고령자가 많고 소방서로부터 거리가 멀어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화재발생 초기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진압과 대피인데, 이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다. 초기 화재진압에 있어 소화기는 소방차 한 대와 맞먹는 효과를 발휘하고, 단독경보형감지기는 화재 발생 사실을 소리로 알려줘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게 해준다.
전남소방본부에서도 이러한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실감하여 매년 일정 부분의 예산을 편성하여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보급하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가정에 구비하지 않는 한 이러한 노력도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불이 한 순간의 방심으로 소중한 가족과 재산을 빼앗아버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가까이 있는 소화기 하나가 멀리 있는 소방차 한 대보다 낫다는 인식을 할 때 비로소 결실을 볼 것이다.
주택화재 위험성은 우리 주변에 늘 상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가정에 소화기 한 대 구입하는데 다소 소홀히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화재를 비롯한 모든 사고가 내 주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준비한다면, 우리 곁에 있는 소화기와 감지기가 「우리 집 소방차」가 되어 내 가족의 안전을 책임 질 것이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로 국민 모두가 화재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여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 터전이 다져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