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와 민주주의
문자와 민주주의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10.15 13:37
  • 호수 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류가 최초로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5천 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의 4대 문명 발상지인 이집트, 인더스강 유역, 중국의 화하강 유역, 메소포타미아의 공통점은 강이 있다는 것과 최초로 문자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최초의 문자는 이집트에서는 돌에 새겨 지배자의 위세를 자랑하거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공문서나 증빙자료로 썼고, 갑골문자에서는 점괘를 통해 신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었다.

문자는 아무나 해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지배계급이나 특별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었다. 문자를 해독하는 능력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으며 자식에게 세습되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불교와 유교가 발생한 지역은 모두 일찍이 문자를 사용하였고, 종교의 창시자가 했던 말이 그들의 제자들에 의해 문자로 기록되면서 세력이 확산되었다. 석가모니나 공자 그리고 예수는 자신들의 철학이나 사상 그리고 주장을 단 한 마디도 글자로 기록하지는 않았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500명의 제자들이 모여 스승이 했던 말씀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아난존자의 주도 아래 암송대회를 열어 말씀을 엮었는데 이를 결집이라고 한다. 

붓다의 가르침이 문자로 기록된 것은 그가 열반에 든 후 200년이 되었을 때 인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추앙받고 있는 아소카왕 때였다. 신약성서는 예수의 제자들이 모두 그리스어로 기록했으며 4권의 복음서와 제자들의 전도서가 포함되어 있다. 공자의 말씀을 기록한 논어는 그의 손자인 자사에 의해 편집되었는데 공자의 제자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고 짐작된다. 문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기독교나 불교가 세계 여러 나라에 전파될 수도 없었거니와 하나의 교단으로 성립될 수도 없었다.

지구에는 약 6천여 종의 언어가 있고 이 가운데 1백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250개 정도라고 한다. 삼국시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조선시대에도 평안도와 경상도 그리고 전라도와 경기도의 말이 사뭇 다른 것이 많았으니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현재 지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자는 대략 3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문자는 라틴문자로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 알파벳문자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자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진 것이 한글로 자음과 모음의 조화 그리고 짧고 간결하여 컴퓨터 시대에 적합한 과학적인 문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문자는 지배자 또는 특별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고려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문화가 크게 발전할 수 없었던 까닭은 책의 인쇄와 발행이 국가에 의해 통제되어 보통 사람들은 문자를 해독할 수도 없었고, 책을 접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계급과 신분질서가 확고했던 조선에서 문자가 기득권 또는 권력자의 전유물이었던 것을 깨트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든 뒤 서문에서 “우리나라 말은 중국말과는 달라 한자와 서로 잘 통하지 아니한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고 하였다. 한글은 기득권층이 아닌 백성을 위한 글이었고, 이 때문에 기득권층인 사대부란 자들은 한글은 언문이라고 폄하하며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글의 위대함은 컴퓨터가 생기고 인터넷이 발달되어 휴대전화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대신할 수 있는 지금 더 빛을 발휘하고 있다. 쉬운 자판에 28개의 적은 기호로 모든 언어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글을 알고 정보가 일반화되면서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한글의 의미는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가장 먼저 손꼽아야 할 가장 위대한 발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