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의 사랑
가시고기의 사랑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9.17 15:38
  • 호수 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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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임금의 스승이었던 고사홍의 아들 고상환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애신이라는 딸 하나를 두고 아내와 함께 죽었고, 할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 손녀 애신은 잃어버린 아들을 그리워하는 고사홍의 애틋한 마음이 더해 소중하게 성장했다. 애신은 어려서 이미 어른들에 의해 정혼을 하였는데 나이가 든 애신은 할아버지 앞에서 정혼남과 혼인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애신은 할아버지에게 혼인할 수 없는 이유로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주인에 의해 부모가 죽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렸을 때 미국으로 달아나 미군 장교가 되어 돌아온 한 유진초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사홍은 손녀에게 설사 정혼남과 혼인을 하지 않더라도 노비의 신분이었던 유진초이와의 혼인은 허락할 수 없다며 차라리 죽으라고 말한다.

일본의 침략이 노골화되면서 독립자금을 지원하는 등 조선을 지키려는 고사홍을 눈에 가시처럼 여긴 친일파들은 그를 죽이려하고, 고사홍은 가산을 소작인들에게 나눠주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고사홍은 죽기 전에 손녀 애신에게 미군 장교와의 혼인은 허락할 수 없다며 ‘차라리 죽어라’고 말했던 것을 용서하라며 ‘반드시 살아야 한다’ 말한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한 드라마의 일부다. 한 때 임금의 스승이었던 고사홍이 신분의 벽을 넘으려는 손녀를 크게 질책했지만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손녀에게 한말은 꼭 살아야 한다는 유언과 같은 한마디였고, 그건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진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최수종이 주연을 맡은 주말 드라마가 지난 15일부터 방영되었는데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아내의 심장병을 고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려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된 주인공이 28년 만에 감옥에서 나와 딸을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세상 단 하나뿐인 내편’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로 인해 갈등하는 딸과 딸에 대한 진한 부성애를 가진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가시고기는 몸길이 6~7㎝의 민물고기로 4~5월에 알을 낳는다. 물깊이 30㎝ 내외에 있는 수초 조각 등으로 둥지를 만들어 암컷을 유인한 뒤 암컷이 둥지에 들어가 알을 낳게 한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침입자를 막고 가슴지느러미와 입을 사용하여 신선한 물을 둥지에 공급하거나 알을 청소하는 등 알과 암컷을 보호한다. 수컷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알이 부화될 때까지 오로지 알을 지키다가 알이 부화되면 죽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지극한 부성애를 상징하는 뜻으로 마로 가시고기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자식을 사랑하는 가장 상징적인 말이 모성애였으나 언제부턴가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어미들이 많이 늘었다.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자식만은 줄 수 없다며 재산을 포기하면서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던 어머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서 김인후는 부인 윤씨와의 사이에 3남4녀를 두었는데 셋째 아들이 어려서 요절하였고, 막내딸이 열세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딸이 요절하자 “내 딸이여 내 딸이여 마음과 몸 맑았도다. (중략) 빈산에 널 묻다니 봄이 와도 모르겠네.(중략)하늘보고 목 놓아 울건마는 하늘은 묵묵부답이네”라고 표현하였다.

자식을 땅에 묻고 나니 봄이 와도 모르겠다고 한 것은 세상의 어떤 즐거움도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자식에게 상처주지 않고 훈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 아버지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이 자식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고 상처 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퇴계 이황은 자식을 훈육할 때 말이 아닌 글로 전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 뿐 아니라 손자들에게도 편지를 써서 가장의 역할, 남편의 도리, 아내를 어떻게 대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말은 자칫 화가 담겨 있어서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글은 정제하고 걸러서 쓰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적지 않은 감응을 주게 된다. 우리는 지금 딸에게 어떤 아버지이고, 우리가 죽은 뒤에는 어떤 아버지로 기억될까? 가시고기 같은 아버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아버지 그리운 아버지로 남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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