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칫밥 먹는 시니어기자
눈칫밥 먹는 시니어기자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8.27 11:15
  • 호수 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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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란 연장자라는 뜻으로 50대를 넘은 사람을 말한다. 또는 계급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 서양에서는 아들과 이름이 같은 남자의 이름 뒤에 붙여서 혼동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기자협회보에 김아영 기자가 쓴 ‘필드 경력 못 살리고…시니어 눈칫밥 먹이는 언론사’라는 제목의 글은 이미 시니어가 된 필자에게 큰 공감을 주었다.

50대의 시니어 기자들에게 신문사에서 붙여준 이름은 보통 선임기자 또는 대기자라는 그럴듯한 명함이지만 사실 현장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역할이다.

과거에 50대 중반의 일간지 신문사 기자들은 부장이나 국장이라는 보직을 마치고, 논설위원실이나 심의실 등에서 돌아가며 사설이나 칼럼 등을 써주고, 후배기자들의 자문 역할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기자협회보 조사에 응답한 5개 종합일간지를 살펴본 결과 시니어급 기자로 볼 수 있는 만 50세 이상 기자 비율은 평균 28.5%에 육박했다. 국민일보와 한겨레가 30% 이상이었고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등에서도 시니어 기자의 비율이 25% 이상이었다.

지상파 방송인 KBS의 경우 20년차 이상 기자가 전체 기자의 45%를 차지했고, 25년차 이상 기자도 전체 기자의 19% 수준이었다. SBS는 20년차와 25년차 이상 기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39%, 15%에 달했다.

취재현장에서 나이 먹었다고 특혜를 받거나 예우를 받으려고 했다간 후배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것 말고 돌아올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필자가 10년 전 15개 지역 신문사 기자들을 인솔하고 영국의 지방자치와 대형할인 마트를 취재했을 때 사진을 담당하거나 기사를 쓰지 않는 시니어 기자들은 최소한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사게 하였다.

시니어가 기자가 되어 현장에 가지 않으려면 신문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자유기고가가 되거나 학교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아니면 책을 쓰거나 하는 일인데 그것도 쉽지 않다.

기자가 신문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했다간 100명 중에 99명은 망한다. 퇴직 후에 사업을 하면 무조건 망하는 직업이 기자와 군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세상을 너무 잘 알거나 혹은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다.

김아영 기자는 어느 시니어 기자가 “최소한 기자 한 명 몫은 해야겠다, 평기자로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아마 지금과 같이 경쟁도 치열하고 기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은 시대엔 시니어 기자가 제 몫을 해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겨레신문은 편집국장을 했더라도 임기가 끝나면 다시 평기자로 돌아가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문화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그냥 호칭만 국장으로 불러줄 뿐 하는 일은 평기자와 다를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신문사에 들어올 때부터 편집국장을 맡았고, 15년 동안 편집국장과 발행인을 맡았던 필자가 언제부턴가 현장에 가는 것을 무척 꺼려왔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자신이 없어졌다.

나이 먹어서 현장에 남아 있으려면 평기자의 자세와 태도 그리고 열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뒤늦은 공부였는지 모른다.

자리를 비우고 떠나야할 때를 아는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의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이라는 자만과 집착을 버리는 것도 나와 조직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명심보감에 “분수를 알면 치욕스런 일이 없고, 때를 알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安分身無辱 知機心自閑)”고 했다. 눈칫밥 먹는 시니어기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50대가 된 시니어들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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