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만의 교단이 부른 화(禍)
승려들만의 교단이 부른 화(禍)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8.20 15:55
  • 호수 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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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우리나라 불교의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가결되었다. 조계종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로 오는 22일로 예정된 원로회의에서 ‘총무원장 불신임 가결’에 대한 인준이 결정되면 설정 원장은 자격을 잃게 된다. 중앙종회는 국회의 성격을 가진 기관으로 75명의 승려들로 구성되어있다.

설정 총무원장의 불신임결의안은 숨은 자식 논란과 적지 않은 사유재산 소유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일부 승려들과 재가불교신자들이 사퇴를 요구한 결과이다. 그런데 설정 원장을 선출한 주 세력이 대한불교 조계종 본사 주지들과 중앙종회 의원들이었고 이들이 1년도 안 된 설정원장 사임을 압박하고 해임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설정원장의 의혹들은 이미 원장 선거 이전부터 제기되었고, 그런 인물을 원장으로 선출한 세력이 본사주지들과 종회의원들이라면 그들은 설정원장에게 물러나라고 강요하기 전에 마땅히 불교신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먼저 참회하고 자신들도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

본사주지들과 종회의원들이 서둘러 설정원장을 불신임 가결한 이유는 권력에 눈먼 주지들과 종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개혁과 자정의 바람이 불어올까 두려운 꼬리 자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급기야 선방에서 참선에 정진하던 승려들과 개혁적인 승려들이 중심이 되어 오는 23일 전국승려대회를 열어 총무원장 직선제, 중앙종회 해산 그리고 사부대중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종단운영 등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불교교단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사부대중으로 구성되어있다. 한마디로 불교신자들도 교단의 구성원에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1960년대 일본불교를 청산한다는 미명아래 대처승의 퇴출을 선언하면서 불과 수백 명에 불과했던 비구승들이 전국의 주요사찰 주지를 차지하고부터 조계종은 비구 중심의 종단운영이 계속되어왔다.

그 뒤로 주요사찰 주지를 둘러싼 폭력사태가 비일비재하였고, 주지선거과정에서의 금품수수가 일상화 되었으며 권력을 나누기 위해 패거리를 이루는 결과를 낳았다. 불교개혁연대 등은 이런 폐단이 최고조로 다다른 것이 자승 전 총무원장 재임기간이라고 단정하고 조계종의 종회와 주요사찰 주지들을 자승 전 원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출가한 승려들은 물론 불교신자들은 신해행증(信解行證) 즉 믿음을 바탕으로 지혜를 얻어서 이를 실천하여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붓다의 제자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권력에 눈멀고 탐욕에 빠진 승려들에게서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란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고, 수행과 깨달음을 구하려는 노력은 사막에서 바늘을 구하는 것과 같이 되었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청정한 승단이 되기 위해서는 교단과 종단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교단은 신자들이 참여하며 승려들의 수행과 복지를 지원하는 기구로 교단의 재산과 운영을 담당하며 종단은 수행자들의 청정 승단으로 승려들의 교육과 수행을 위한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승려들은 돈에서 손을 떼고 수행과 전법에만 전념하라는 얘기다.

얼마 전에 한 스님이 “요즘에 출가한 승려들은 수행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하였다. 사회에서 출가한 승려들을 보는 눈이 바로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승려들은 승속을 구분하며 승은 세속의 욕망을 초월한 출가 집단이고 속은 욕망과 다툼의 사회라고 단정하며 승려 외의 사람들을 속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요즘에 한국불교 승려들을 보는 세속의 눈은 세속보다 더 탐욕스럽고 부패하였다.

불교신자들이 불교의례를 할 때 가장 먼저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시작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불교신자들이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할 때 입을 다문다. 이 모든 것이 탐욕이 부른 결과이고, 권력화된 교단이 자초한 결과다. 승려들이 출가자 본연의 모습으로 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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