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휴양마을로 들여다본 농촌관광, 이대로는 안 된다
농촌체험·휴양마을로 들여다본 농촌관광, 이대로는 안 된다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8.08.13 10:34
  • 호수 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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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인력 양성·독창적인 프로그램 개발 필요

농촌관광 전문가 채용해 주민 소득 연결돼야 지속 가능해

농촌은 그 자체로 ‘거대한 문화상품’

농촌의 사전적 의미는 ‘주민의 대부분이 식량·섬유 및 기타 원료 생산 등의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지역사회’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 국민의 80% 이상이 농민이었고, GDP의 대부분을 농업이 차지하던, 말 그대로 농업이 ‘주력 산업’이었던 시절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7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의 영향으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농촌은 공동화 및 고령화가 심화되고 주민 소득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고자 수많은 농촌개발정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참여 대신 보조금과 특혜 금융자금을 이용한 정부 또는 관 주도의 하향식 정책 사업은 지원이 끝난 후에는 자발적 주민 참여의 동력을 잃어 스스로의 비전과 자신감을 잃은 채 정부(지원) 의존도만 높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거기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평균 1.24명에 불과해 OECD 최하위 수준이며, 이대로 30년이 지나면 젊은 여성 비율이 낮은 80여개 지방 도시가 소멸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광주전남연구원에서 각각 발표한 전남 인구 전망에서도 30년 후 전국 84개 소멸위험지역에 전남 시 지역을 제외한 17개 군 전체가 포함되고, 2040년 도내 297개 읍면동 가운데 98개가 소멸될 것으로 분석됐다.

오늘날 농촌은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해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1세기를 가리켜 ‘산업생산의 시대가 가고 문화생산의 시대가 오고 있으며, 앞으로 각광받을 사업은 전처럼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다양하고 광범위한 문화적 체험을 파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강신겸 교수는 “농촌은 그 자체로 거대한 문화상품이다’라고 했다.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물질적 풍요보다 마음의 풍요와 여유 그리고 활력을 회복하려는 도시민들의 욕구가 높아진 것이 농촌에게 더 할 수 없이 좋은 기회이며,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으로 농촌관광을 통한 이도향촌(移都向村, 도시에서 농촌으로 돌아오는 것)을 이야기했다.

여기에 농촌관광 서비스의 세 가지 구성요소로 첫째, 고객에 대한 운영자의 태도, 환대 서비스를 개선하는 ‘인적 서비스’ 둘째, 입지조건, 제반시설, 식음료, 각종 설비와 장비를 쾌적하고 아름답게 정비하는 ‘물적 서비스’ 셋째, 예약과 시설 이용에 관련된 절차, 마을 운영규약, 수익 배분, 마케팅 시스템 등을 개선하는 ‘시스템적 서비스’를 제시했다.

위 세 가지 요소의 공통점은 모두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체험마을을 개발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만으로 저절로 도시민이 몰려오고 소득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농촌주민들 스스로 고객만족 노하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차별화된 디자인, 스토리, 서비스 등 심리적·감성적인 가치를 높여야’ 관광 농촌, 체험 휴양 마을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쇠락해가는 농촌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농촌관광정책들을 쏟아내고, 수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주민 역량’과 ‘프로그램 개발’, ‘민·관 협력’ 등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한 시설과 외형 중심의 농촌관광정책들은 오래 가지 못하고 예산 낭비뿐만 아니라 주민 갈등과 이탈이라는 더 큰 부작용을 낳기에 이르렀다.

체험·휴양마을 지정이 다가 아니다

고령화, 경관폐해, 소득감소, 기반 시설 부족 등으로 쇠퇴해가는 농촌을 일으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6차 산업’이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특히 농촌관광의 측면에서 보면 농산물을 키우고 재배하는 1차 산업과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 생산의 2차 산업, 그리고 관광 프로그램 등 각종 서비스를 창출하는 3차 산업을 잘 버무려 이른바 6차 산업이라는 복합산업공간으로 농촌을 변화시키는 개념이다. 1+2+3=6 혹은 1×2×3=6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농촌의 6차 산업은 관광은 물론 체험, 휴양, 로컬푸드, 농가 레스토랑, 농산물 가공업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6차 산업의 일환으로 정부는 2002년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하여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녹색농촌체험마을이라 불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잘 나가던 농촌마을 대부분이 사업을 포기한 상태이며 몇 십 억의 국고가 투입된 잘 만든 체험 마을 시설들도 방치되어 있다.

당시 체험마을 사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녹색농촌체험마을의 실패 요인으로 ▲마을의 특성과 지역 특징을 무시한 채 몇몇 대형 컨설팅 업체의 기획에 의존 ▲전문성 부족 ▲농번기와 겹치는 관광 성수기 등을 꼽았다.

정부의 야심찬 계획과 홍보로 농촌 체험을 진행하면 마치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 마을들은 서둘러 대형 컨설팅 업체의 손을 빌렸고, 덕분에 ‘떡메 치기’, ‘계란 꾸러미 만들기’, ‘고구마 캐기’ 등 마을마다 겹치기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거기다 일평생 농사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외지 관광객을 상대로 마을을 소개하고 체험을 진행시키는 데는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가 따르는데, 참가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만한 전문성을 갖지 못한 체험 진행자들의 준비 부족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또 하나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관광 성수기와 겹치는 농번기다.

체험의 주 고객인 아이들의 봄 소풍 시기는 모를 심고 과수 작물을 가꾸고 밭작물을 심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고, 가을 소풍 시기는 수확 시기와 겹친다는 것이다. 체험에 집중하다 보면 농사시기를 놓칠 수 있으며, 이는 농부에게 너무나 치명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초창기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주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빠지게 되고, 한두 명만 남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거나 되레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후 정부는 정부 사업을 통해 지원받던 녹색농촌체험마을 등이 법령에서 정한 지정요건과 부합하는 경우 농어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농어촌체험 휴양마을 사업자로 지정되면 숙박시설 운영, 음식물 판매 등에 따른 관계법령의 규제를 배제하거나 완화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실시하는 육성·지원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르면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이란 ‘농어촌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등 부존자원을 활용하여 도시민 등에게 체험·휴양 공간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와 함께 지역 농림수산물 등을 판매하거나 숙박 및 음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요건에 부합하여 농어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또는 새로운 농어촌 마을이 요건을 갖춰 농어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받았다고 해서 그 지역의 관광 여건이 월등히 나아졌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민 역량 강화, 마을 특색 살린 콘텐츠,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관광전문가..여전히 숙제는 많다

2000년대 이전 관광농원, 휴양단지, 농촌민박마을, 주말농원 등으로 대표되던 농촌관광은 2002년 이후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촌전통테마마을, 산촌생태마을사업, 어촌체험마을사업 등 마을단위의 사업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러다 정부는 개인이 아닌 ‘마을 협의회’가 주최가 되는 ‘농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자 지정제도’를 제정·시행하게 되는데, 장성군의 경우 2010년 비나리 마을(남면)을 시작으로 2011년 홍길동 숲마을(서삼면)·자라뫼마을(북이면), 2012년 대곡마을(서삼면)·금곡영화민속촌(북일면)·모암마을(서삼면)·청백마을 새뜸공동체(황룡면), 2014년 별내리마을(북하면), 2015년 아치실 마을(황룡면), 2017년 증암마을(서삼면) 등 10개 마을을 농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들 농촌체험 휴양마을 가운데에는 주 사업이 체험·휴양 보다는 ‘숙박’에 그쳐 본래 의미를 상실한 곳이 있는가 하면, 주민 참여는 전무한 채 위원장이나 사무장 등 운영진만 남아 겨우 이름만 유지하거나 마을 내부 갈등으로 폐업하다시피 한 마을도 있다.

애초 마을협의회가 주체가 되는 농촌체험 휴양마을은 행정의 지원 이전에 대표자를 비롯한 협의회 회원들과 주민들이 마을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방문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운영자를 보유할 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또한 행정은 농촌 관광 분야 전문가를 배치하여 협의회와 주민들을 교육하고 비전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시해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찾아야 지역의 농촌체험 휴양마을이 유지·발전할 수 있다.

농촌 관광, ‘도로’보다 ‘사람’이 먼저다

강신겸 교수는 차별화되지 못하고 획일화되고 있는 농촌관광마을 개발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다시 찾는 마을이 되기 위한 ‘다른 마을과의 차별화’ ▷‘농촌다움’을 살려 기획한 마을 대표 농산물과 브랜드의 차별화 ▷신선한 농산물, 기억에 남는 체험프로그램 진행자 등 ‘서비스’ 의 차별화 ▷주민들의 지지와 참여, 지도자의 열정적인 리더십 등 ‘사람’의 차별화 등을 꼽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식 변화와 행정의 소통 창구 활성화를 강조했다.

강 교수는 “흥하는 마을, 망하는 마을의 차이는 분석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토의하고 멀리 크게 보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데서 나온다”며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모으려면 주민들끼리 단합하는 마을의 분위기가 좋아야 하며 상호불신은 최대의 적이다”고 말한다.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마을에 잠재된 자원과 능력을 재발견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실천 기능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런 작은 성공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 나가야 하며, 행정은 보다 많은 교육과 다양한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농촌관광분야 전문가를 채용해 주민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여기에 “농촌관광이라면 지금까지 개발해오던 관광지와는 그 기준과 방식이 달라야 한다. 관광지개발이라고 하면 모든 지역이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과 화장실을 만든다. 이제 달라야 한다. 골짜기마다 들어앉은 산간 농촌마을은 그 자체가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어느 곳이든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가 있고, 농산물이 있다. 사람이 살아온 얘깃거리가 있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농촌마을마다 역발상 아디이어로 새로운 농촌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만들어 찾아오는 도시민들에게 체험을 제공하고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강 교수의 이야기는 장성군의 ‘관광 정책’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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