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도 삼가고 조심하라
혼자 있을 때도 삼가고 조심하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7.31 16:26
  • 호수 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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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일부 지역에서 4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되는 등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25일 현재 전국에서 모두 2백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3일 기준 1303명으로 나타났으며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역이 내륙 전체에 이르고 있다. 재난안전부는 올해의 기록적인 폭염을 홍수나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난으로 보고 이에 따른 보상과 구호대책을 강구한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23일은 대서(大暑)였고, 27일은 중복(中伏)이었는데 기상관측 이래로 올해 7월이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더웠다고 하는 1994년의 열대야일수인(전국 평균기준) 8.9일을 경신하며 최다 열대야일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무더웠던 1994년의 폭염일수가 18.3일로 기록되고 있는데 올해는 25일 현재까지 15일째 폭염특보가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열흘 이상은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먹을 것도 변변치 않은데다 더운 여름에 손님이 오면 옷 가짐도 흐트러지게 할 수 없으니 고역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여성들은 허벅지가 다 보이는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고, 등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예사지만 옛날에는 기껏해야 옷소매를 걷어붙이거나 치마 속에 입는 바짓가랑이를 말아 올리는 정도였다. 이때 보이는 여인의 살을 풋살이라고 하는데 평소에는 잘 드러내지 않던 속살을 일컫는다. 속담에 ‘여름살은 풋살’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여름철의 노출 현상을 조롱해서 꼬집을 때 쓰였다.

서민들은 한낮 더위에는 등목을 하거나 웃옷을 벗고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기도 했지만 선비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시를 읊는 탁족(濯足)을 하며 더위를 견디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밤에는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을 활용하는데 죽부인을 가슴에 품고 다리 하나를 걸치고 자면 솔솔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에 저절로 숙면하게 된다. 비록 대나무로 만든 ‘인공부인’이지만 아버지가 사용하던 것을 아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다고 한다. 한편 나이 든 여인들도 대나무로 만든 것을 안고 자기도 했는데 이를 죽노(竹奴)라고 불렀다.

그런데 사람의 욕망은 몸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몸을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퇴계 이황이 젊었을 때 무더운 여름에도 갓을 쓰고, 옷을 차려 입고 글을 읽는 것을 보고 그의 형이 방에서 홀로 공부하고 있으니 보는 이도 없고, 옷을 벗고 시원하게 앉아 공부하라고 권유했다. 그의 형이 계속해서 옷을 벗고 공부하라는 말을 하자 퇴계는 “혼자 방 안에 있어도 천 사람 만 사람의 가운데에 앉아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중용에 ”군자는 홀로 있을 때도 삼가고 조심한다(君子 慎其獨也)“고 한 말을 생활에서 실천한 것이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노회찬의원이 고교 동창에게서 받은 정치자금 4천만 원이 문제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억, 수십 억 원을 받은 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죄를 주장하며 뻔뻔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양심이 있는 사람이나 선비들은 한순간 자신이 잘못 선택한 결정이 드러났을 때 스스로의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데 노무현 전대통령과 노회찬 의원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회찬의원은 유서에서 “비록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지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돈을 고교동창에게서 받았고 그 선택은 잘못되었다”고 했다. 진보정치인에게는 가혹하리만큼 철저하게 요구되는 도덕성에 흠결이 되었고 자신이 추구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하는 진보정당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더위로 인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마리의 가축과 양식장의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다. 이럴 때 옷을 단정히 입고,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얘기를 한다면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도 몸과 마음을 삼가고 조심했던 선비들의 행실이 다시 한 번 되새겨 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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