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그림자놀이
발행인 칼럼 그림자놀이
  • 김병국 장성군민신문 대표
  • 승인 2018.06.11 11:18
  • 호수 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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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지수가 경제 용어에서 사라져간다. 식단비용으로 가계경제를 가늠하는 건 의미 없다는 현상이다. 습관화 되어가는 외식, 그것도 한 주 식단비용을 넘나드는 한 끼 식사. 그럼 빈곤층은 사라지고 우리 모두는 태평성대에 있는 것인가. 더불어 풍요는 곧 행복인가.

풍요가 지수(指數)를 근거로 한다면 맞는 말이다. 우리도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가진 자들의 집합에 의한 지수 산출이긴 하지만 장삼이사들의 밥상에도 고등어나 삼겹살쯤은 언제든지 오를 수 있으니 넉넉해진 태평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 태평은 성대(聖代), 즉 성스러운 군주에 의한 결과물일까. 태평성대가 한 단어로 완성되기 위해선 중국의 ‘요순’처럼 뚜렷이 지칭되는 인물들과의 결합이 있어야하는데, 우리는 이지점이 먹먹하다.

분명 태평이라는 결과는 있다. 그럼 인과관계를 성립시켜보자. 물론 난장판의 ‘여의도의원들’이나 포승줄에 묶인 전직 대통령들. 이들의 공노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도 매일 입으로 국가번영을 외쳤으니 그 가운데 한 토막은 진실이었으리라.

그럼 나머지 8할은 누구의 공인가. 미당 서정주처럼 그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라고 바람에게 공을 돌려야할까. 아니면 ‘사지선다형’ 중 나머지는 군수와 군의원 뿐인데, 그럼 그들 덕이라고 표현해야하는 걸까.

우리가 보고 들으면서 발전한 지난 50년의 역사는 꿈처럼 이루어졌다. 보릿고개에서 막노동판을 넘어 봉재공장을 지나 태평의 문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태평은 미안하게도 ‘사지선다형’ 속의 聖代에 있지 않고 성노(聖勞), 즉 성스러운 노동의 대가에서 왔다.

우리만큼 열심히 일하고 우리만큼 또 죽어라 돈 버는 민족이 있던가. 근면의 결과가 오늘의 번영을 가져왔다. 노동의 조건이나 노동의 질이 떨어지는 민족은 당연이 그만큼의 태평만을 누리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우수성으로 오늘을 일궜다.

뉴스가 어지럽다. 공약도 판별이 불가능하다. 가만히 앉혀놓고 부자 만들어 준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장성을 무릉도원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약속으로 들리기도 한다. 정말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춘향가의 한토막인가.

우리네 밥상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에겐 근면이란 자산이 있고, 분수에 맞춰 살아가면 풀잎처럼 드러누워야 할 이유가 없다. 복지는 우리가 낸 세금이므로 적소적재 형평성에 맞춰 소비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정직이 공약이면 족하고 명예롭게 지켜야 한다.

남발되는 공약은 신뢰보다는 우려를 낳는다. 자립도 바닥郡의 수장이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하겠다는 것인지, 정열은 갸륵하나 움켜쥘 수 없는 그림자놀이에 군민을 동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의욕이 없는 자는 무능하지만 과욕은 불능을 부른다. 내일의 헤게모니 장악은 지자체 소비권리를 탈취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어리석게 지출할 권리까지 위임 받는 건 아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권리 밖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슈퍼맨이 아니다. 또 안다. 후보들이 달을 따다 청사 옥상에 걸어줄 수 없다는 것, 우리 동네 정자에 시원한 마파람 한 줄기 날릴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공약은 그 수준에 이른다. 잡을 수 없는 그림자놀이다.

우리가 엥겔지수를 날려버리자는 다짐은 없었어도 꾸준히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러니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시간은 영원하다. 오늘의 후보들이 다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고등어에 만족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면 행복하다는데, 무엇을 허물고 무엇을 세우려하는가.

주어진 범주 내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그 내용을 군민에게 승인 받고 착실하게 집행하는 대표자면 족하다. 우리가 요구하는 게 이쯤 뿐이데, 그리고 어차피 그쯤 일 뿐인데 초능력자만이 해낼 수 있는 공약을 외쳐서야 되겠는가. 풍요가 주는 이 행복한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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