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전도된 선거
주객이 전도된 선거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6.05 13:30
  • 호수 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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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을 자주 쓴다. 주인과 손님이 바뀌었다는 이 말은 주인이 주인 노릇을 못해서일 때도 있지만 손님이 주인의 자리를 빼앗아 주인 노릇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2년 전 제주도에서 '제주다음포럼'을 열었는데 양길현 제주대학 교수는 “제주는 돈이 많아야 잘 살 수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탈물질'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와이는 인구가 140만인데 연간 관광객이 800만이다. 그런데 제주도 인구는 65만인데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이 1300만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에 제 2 국제공항을 신설하는 문제로 토론이 뜨거운 가운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희룡 제주지사가 공항 신설 반대 대책위 부위원장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현재의 제주국제공항이 포화상태이므로 제 2국제공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과 더 이상 관광객이 늘어서는 안 된다며 공항신설을 반대하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금도 생활 쓰레기와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매연 등에 따른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황에까지 도달했다.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들로 인해 이젠 제주도민들이 살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환경이 파괴되고, 땅값만 오르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해졌다고 한다.

연간 2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았던 필리핀의 대표적 관광지인 보라카이는 섬의 정화와 생태복원을 위해 관광객의 출입을 막았다. 태국의 휴양지로 유명한 피피섬도 연간 1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폐쇄를 결정했다. 더 이상 방치했다간 섬의 생태마저 파괴될 위험에 빠져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결정이다.

장성군수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경제활성화에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한쪽에서는 중앙정부의 재원을 확보하는데 여당인 민주당 후보가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중앙부처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무소속후보가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다리를 건설하고 도로를 넓히며 높은 건물이 세워진다고 해도 정작 주민들의 삶과는 거의 상관이 없음을 유권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후보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집 앞에 있는 쓰레기를 잘 치워주고, 농번기 때 아이들을 늦게까지 믿고 맡길 수 있거나 혼자 사는 노인들이 의료 및 복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후보들의 공약은 아주 거창하고, 화려하며 전시성이 강하고 이것저것 공짜로 주겠다는 선심성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공약들의 특징은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고, 실현 가능성은 적으며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후보들이 이런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그런 공약이 후보의 능력이라고 여기는 유권자들이 있다는 얘기고, 후보들이 진정으로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후보의 주변에서 사이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너무나 화가 나서 저런 사람 때문에라도 저 후보는 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거가 끝나면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하지 않았던 모두가 소중한 군민이며 손잡고 가야할 이웃인데도 전쟁을 치르듯 적으로 나누어 공격을 하고 있다. 말꼬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는 꼬락서니는 차마 볼 수가 없을 정도다. 이 모든 행동은 한마디로 주민과 유권자를 우습게 여기기 때문이며 그들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주민인 유권자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한을 어떤 후보에게 위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고, 지방권력은 주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주민들의 축제이고,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이 주민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과정이다. 그런데 주인인 유권자를 객으로 만들고, 후보와 그 주변사람들끼리 주인노릇을 하며 선거판을 흐리는 짓거리는 중단해야한다. 반칙없는 공정한 선거야말로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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