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통한 주민자치는 실현되고 있나?
‘주민자치센터’통한 주민자치는 실현되고 있나?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8.04.30 10:00
  • 호수 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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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정치의 ‘대상’아닌 ‘주인’
문화센터 아닌 자치센터로 거듭나야

지난 27일 오전 북일면 주민자치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유두석 군수, 장성군의회 김재완 의장, 북일면 류이경 면장을 비롯해 주민자치위원과 주민 등 100여명이 참여해 센터 개소를 축하했다.

이로써 지역 11개 읍·면 모두 주민자치센터가 들어서고, 주민자치위원회가 꾸려졌다.
본지는 주민자치센터의 역할과 책임, 인근 지역 주민자치센터의 우수사례를 살펴보고, 지방자치 실현의 밑거름이 될 주민자치의 현실과 내일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주민자치센터의 첫 번째 역할은 ‘주민자치’실현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지방자치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문성과 자치역량을 키운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주민자치센터의 역할이다.
여기에는 주민 갈등 해결은 물론 마을 관련 정책·예산을 제안·기획하고 마을공동체사업, 마을 계획 등을 수립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근래에는 주민자치위원이 무보수 봉사직인 탓에 한창 사회활동을 할 나이에 있는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때문에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는 인사들이 중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일부 선출직들의 자기 사람 심기로 남용되거나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는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민자치위원은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고 마을의 자원과 전통을 찾아내고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를 연결하는 허브와 같은 존재다. 여기에는 공동체, 자치, 문화와 여가, 복지 등의 영역이 포함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치센터가 악기, 요가, 댄스, 난타 등 평생교육강좌 식의 프로그램과 저소득·소외 가정을 위한 봉사활동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농촌에서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제안·운영되는 것일 테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주민자치’다.
주민문화센터나 주민봉사센터가 아니고 주민자치센터라는 이름을 붙인 데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봉사활동보다 ‘주민 자치 실현’이 우선이라는 뜻이 내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고 1952년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되었으나, 정치적 격동기를 거치며 약 30년 간 중단되었다가 199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실시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와 실질적 지방분권이 강조되면서 ‘주민자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실제 많은 주민자치센터가 문화센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광주 광산구 운남동 주민자치센터와 연계된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제안프로그램(면생리대만들기)이 진행되고 있다.

초등교과서가 주목한 ‘광산구 주민자치’

광산구 주민자치 관련 사례는 2014년 광주지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광주광역시교육청이 펴낸 4학년 1학기 사회과 교과서 ‘광주의 생활’에 △송정1동 주민자치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광산구 주민참여포인트제 △우산동 잉계마을 북카페 마을애(愛) 등의 주민자치 사례들이 실린 것.

교과서는 ‘지역 문제의 민주적 해결 과정’사례로 송정1동 두레마을 주민들의 활동을 실었다. 주민들이 회의를 통해 ‘사람살이가 있는 두레마을’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광산구가 이를 뒷받침한 과정을 보여준다.

‘노인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한 우리 지역의 이야기’예시로는 ‘노인들이 삶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노인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임을 알게 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을 소개했다.

복지관 어르신들이 스스로 북카페 조성에 나서자 주민들이 재능과 물품 기부로 힘을 보탰으며, 광산구 노인복지관은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변했다.
‘주민자치를 위한 우리 지역의 노력’사례로는 광산구 주민참여 포인트제를 실었다. 온·오프라인에서 제안, 신고, 교육 등 행사 참여를 한 주민에게 포인트를 주는 제도이며, 주민들은 누적 포인트를 전통시장 상품권, 쓰레기봉투로 교환할 수 있다.

또 ‘주민들이 스스로 살기 좋게 일군 마을 사례’로는 광산구 우산동 잉계 마을 이야기를 소개했다.
마을사랑방인 북카페 마을애(愛)를 만들고 이를 거점으로 마을 일을 민주적으로 도모하는 주민들의 사례다.

민주주의를 키우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으며 4년이 지난 지금도 위에 소개된 광산구 주민자치 사례들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광산구 21개 동 가운데 절반 정도가 주민자치센터와 연계된 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광산구 운남동 ‘목련꽃 피는 소담(이하 소담)’은 2017년 8월 29일 문을 연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다.
‘더 좋은 자치공동체 운남동 주민회의’에서 「직장인과 학생들이 야간과 주말에도 단체 회의, 소통, 교육, 동아리 활동 등을 개최할 공동체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민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주민회의 참석자들이 투표로 공동체 공간 마련을 의결하고 이름도 직접 결정했으며, 운남동 주민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주민은 정치의 ‘대상’아닌 ‘주인’

지난 25일 장성군이 제공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현황’에 따르면 장성읍(11과목)을 제외한 면단위 주민자치센터에서는 3~6과목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중 가장 많은 지역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토종 약초 이야기’로 장성읍, 동화, 삼서, 서삼 등 8개 읍면에서, 노래교실은 동화, 삼서, 북일, 북하 등 7개 지역에서, 밸리·줌마댄스는 장성읍, 진원, 남면, 황룡 등 5개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작년 10월 여수서 열린 ‘제16회 전국주민자치센터 박람회’서 장성읍 주민자치센터가 지역활성화 분야 ‘꿈과 희망이 있는 옐로우시티 서동마을 살리기’란 주제로 출범 14년 만에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전라남도가 추진한 녢년 주민자치센터 특성화프로그램 공모’에 진원면과 동화면 주민자치센터 3곳이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주민자치센터는 평생교육센터와 문화센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이나 봉사활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 앞 도로의 자동차가 너무 빨리 달려 무섭다고 하는 아이들 목소리에 동네 어른들이 나서 교통 지도나 펜스 같은 안전 대책을 세울 수도 있고, 방과 후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시설이 없어 힘들다는 젊은 엄마들 요구에, 마을의 빈 공간을 찾아 마을 방과 후 교실을 만들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사설 요양원에 가지 않고도 집 가까운 곳에서 생활할 수 있게 마을 돌봄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런 마을 사람들의 현실적인 제안들을 공동체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계획, 실행하는 시스템이 바로 주민자치센터여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지역 자치, 주민 자치란 마을살이를 하며 불편함, 어려움을 느꼈던 문제들을 주민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여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주민은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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